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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사 · 흑진주 · 하급공무원'…이런 표현 괜찮을까



문화 일반

    '김여사 · 흑진주 · 하급공무원'…이런 표현 괜찮을까

    [한글날 연속기획④] 뉴스속에서도 여과없이 사용되고 있는 비하어 문제 심각해

    동남아에 이어 중동을 강타한 대장금, 베니스에서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최근 전 세계인의 이목을 단번에 휘어잡아 버린 싸이의 강남스타일. 전문가들은 이같은 한류 열풍의 뒤에는 '한글'이라는 우수한 문자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정작 대한민국에서의 한글은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CBS는 한글날을 맞아 날로 심화되고 있는 우리 일상속의 '한글 파괴 현상'을 짚어보기로 했다. 11일은 언론에서조차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는 '차별’과 ‘부정적 의미’를 담은 비하어 사용 문제를 보도한다.[편집자 주]

     

    ◈여성 운전자는 모두 '김여사?'여성 운전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 심어줘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이른바 '김여사' 시리즈.

    유명세와는 달리 '김여사'는 원래 운전이 미숙한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TV뉴스나 신문에서 조차 여성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 보도에‘김여사’란 표현을 빼놓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뉴스 제목에는 ‘도로의 무법자 김여사’, ‘욕쟁이 김여사 어이 없네’,‘김여사, 사고유발자’ 등 각종 신문, 방송, 인터넷 언론들은 약속이나 한 듯 부정적 수식어와 함께 여성운전자를 ‘김여사’로 표현했다.

    이외에도 부동산 투기 보도와 사교육 열풍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복부인’과 한동안 유행했던 ‘~녀’도 여성을 폄하하는 표현들이다.

    여성 비하외에도 장애인을 비정상적인 현상으로 인식하고 비유하는 단어도 자주 사용된다.

    지난 3월 한 뉴스 보도에서는 우리나라 경제를 설명하면서“고용은 늘었는데 임금은 줄고 절름발이 회복"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장애를 '좋지 않은 상황'에 비유했다.

    이 외에도 '귀머거리 정책', '외눈박이 행정'등의 표현에서도 '비정상'적이거나 '방해'가 되는 요소를 표현하기 위해 장애인을 빗댄 표현을 사용한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김영희 국장은 "장애를 가진 계층이 문제의 원인처럼 부각된다"며 "장애를 가진 계층에서는 스스로 자신을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자책하게 하는 문제가 있다"며 자제를 요청했다.

    ◈"테니스 요정 샤라포바와 흑진주 세레나" 왜 진주 앞에 ‘흑’이 붙을까?

    성별에 대한 차별뿐 아니라 인종에 대한 차별 인식도 뉴스나 신문 보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런던 올림픽 여자 테니스 단식에서 미국의 세레나 윌리엄스가 러시아의 샤라포바를 이겼다는 경기내용을 보도하는 뉴스에서는 “여자 단식 결승에서 만난 러시아의 테니스 요정 샤라포바와 미국의 흑진주 세레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세레나 선수가 흑인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흑진주’라는 단어가 쓰인 것이다. 흑인의 피부색이 특이하다는 인식이 배어 있는 표현이다.

    차별적인 단어 사용은 성별뿐 아니라 학력이나 소득, 계급에 따라 이뤄지기도 한다.

    5급 이상의 공무원을 의미하는 ‘고위직 공무원’과 6급 이하 공무원은 하급 공무원, 말단 공무원으로 구분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공무원 시험도 행정고시, 사법 고시 등의 시험은 ‘고등고시’라고 불리며 7급, 9급 공무원 채용 시험과 구분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또 소득이나 학력에 따라 고소득과 저소득, 고학력 저학력으로 분류 되는데 이런 분류에 대한 사회적으로 합의된 기준도 없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상(上)•하(下), 고(高)•저(低), 정상(正常)•비정상(非正常)의 구분은 한 쪽은 상대적으로 우월하지만 반대쪽은 부족하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문제를 지적한다.

    국립국어원 조태린 연구원은 "차별적 언어 표현은 우월감을 갖거나 반대로 위축되게 한다" 며 "이런 감정은 '너와 나는 다르다'라는 인상을 심어주어 사회 구성원 간의 갈등을 더욱 증폭시킨다"고 설명했다.[BestNocut_R]

    '말은 세상을 아프게 한다'의 저자 오승현 씨는 "말이 행동을 좌우하고 행동이 또 우리의 인식을 결정한다"며 "말을 통해 인식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차별을 근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차별적인 언어 사용을 자제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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