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1 엄동근 뇌사
뇌사판정을 받은 한 30대 장애인이 가족들의 결정으로 장기를 기증해 3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하늘나라로 간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과 함께 감동을 주고 있다.
“이게 끝이 아니잖아요. 우리 아들의 장기가 적응이 잘되고 그 분이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고 기도해야죠”
‘연골무형성증’이라는 희귀한 유전성 장애를 앓았던 엄동근(32) 씨의 키는 겨우 1m 남짓하다. 성장판의 이상으로 3살 때부터 뼈가 거의 자라지 않는 등 성장이 멈춘 탓이다.
몇 년 전부터는 거동 자체가 불편해져 바깥 구경도 못한 채 어머니 제선숙(54) 씨의 간호를 받으며 집 안에서만 지내야 했다.
힘든 상황에서도 세상에 대한 희망과 의지를 포기하지 않던 엄씨가 갑자기 호흡이 가빠지더니 의식을 잃은 건 지난 5일.
엄씨는 바로 집 근처 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비롯한 응급치료를 받았지만 무산소성 뇌손상과 뇌부종으로 끝내 뇌사판정을 받았다. [BestNocut_R]
아들을 잃은 슬픔도 잠시, 어머니 제씨는 아들의 장기를 기증하는 것이 장애 때문에 짧은 일생을 불행하게 살다 간 아들을 위한 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장기 기증은 동근이가 다시 살아 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고 제 다리로 힘차게 걸어 다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어머니 제씨의 설득에 다른 가족도 흔쾌히 동의했다.
이에 따라 엄씨는 지난 9일 서울 강남성모병원으로 옮겨져 각막과 신장 등 장기를 적출하는 8시간여의 수술을 받았고 다른 3명의 환자에게 새 생명을 준 뒤 하늘나라로 떠났다.
병원 관계자는 “각각 세 분의 환자에게 간장과 신장ㆍ췌장, 신장 등을 이식하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며 “다만 각막의 경우 정밀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식이 어렵다는 판정이 나와 안타깝게도 이식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어머니 제씨는 “우리 아들은 세상을 떠났지만 장기를 이식받은 분들은 얼마나 큰 희망을 안고 살 수 있겠냐”며 “동근이가 쓸모없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장기가 잘 적응돼서 살로 붙고 그 분이 세상을 행복하게 누리며 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가까운 친척과 주변 지인만 불러 엄씨의 장례를 간소하게 치른 가족들은 엄씨를 12일 오전 경기도 벽제화장장에서 화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