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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보험 가입할테니 "수수료 내놔라" 배짱



금융/증시

    거액보험 가입할테니 "수수료 내놔라" 배짱

    자료사진 (사진 = 이미지비트 제공)

     

    #한 대형 생명보험사 영업지점장으로 일하는 A씨는 최근 고객과 관리하는 설계사 사이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한 고객과 월납 1000만 원짜리 연금보험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일이 터졌다.

    지점으로 들어온 상담 건을 한 설계사에게 배당해 보험 계약을 진행하게 했는데 해당 고객이 계약 체결 이후 고객이 설계사에게 지급됐던 수수료를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설계사는 "지점으로 들어온 계약을 받긴 했지만 내 노력을 통해 계약을 성사시켰기 때문에 수수료를 돌려줄 수 없다"고 맞섰고, A씨는 "애초에 지점으로 들어온 계약이다. 수수료도 수수료지만 실적에 도움이 되지 않느냐"며 설계사를 겨우 설득해 수수료 일부를 돌려받은 뒤 고객에게 주고 나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 서울 강남의 한 대형 손해보험사 FP센터에서 VIP를 대상으로 상담 업무를 진행했던 B씨도 고액자산가들의 이야기만 나오면 손사래를 쳤다.

    B씨는 "'보험을 가입할 테니 얼마만큼 '답례'를 할 것이냐'고 묻는 고액자산가들 때문에 곤란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며 경기도 분당에서 임대업을 하고 있는 고객의 이야기를 전했다.

    B씨는 "고액의 보험을 일시납 방식으로 가입하겠다며 'A대리점은 설계사가 받은 수수료 중 80%를 돌려주고, B보험사는 수수료 중 85%를 돌려준다고 하는데 당신은 얼마를 돌려줄 수 있냐'고 묻더라"며 "보험업법상 리베이트 지급은 범죄"라는 설명에 해당 고객은 기분이 상한 표정으로 센터를 나가 다시 찾지 않았다고 전했다.

    자료사진 (사진 = 이미지비트 제공)

     

    ◈"고객이 리베이트 요구하면 거절 힘들어".."많게는 수수료 대부분 돌려주기도"

    지난해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보험왕 출신 설계사들의 리베이트로 업계에 파문이 일었지만 설계사들과 보험계약자들 사이에 오가는 리베이트 관행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베이트로 홍역을 앓은 뒤 설계사들이 '리베이트 제공'을 언급하며 계약을 성사시키는 관행은 상당부분 개선됐지만 고액자산가 등 일부 고객을 중심으로 아직도 리베이트 요구'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보험사 관계자는 "과거보다 많이 줄긴 했지만 아직도 상당수의 고액자산가들의 거액보험을 가입하며 설계사들에게 '당신이 받는 수수료는 내 계약 덕분에 받는 돈이니 반납하라'고 요구한다"며 "일부 자산가들은 지인들과 각 회사 설계사들이 받는 수수료율 자료를 공유하며 'A사는 얼마를 준다는데 B사는 얼마를 줄 수 있냐'고 노골적으로 묻기도 한다"고 전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 역시 "설계사들이 받는 수수료 전부를 돌려준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상당 부분을 돌려준다고 봐야 한다. 심한 경우 수수료 대부분을 돌려주기도 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

    그는 "다만, 고액자산가들은 해당 계약뿐 아니라 다른 상품 계약이 가능한 잠재고객이고, 이들의 지인을 통해 추가 계약도 가능하기 때문이 이들이 보험계약의 선제조건으로 리베이트를 요구한다 해도 거절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대형 생명보험사들의 경우 설계사가 10년 납입으로 월납 1000만 원짜리 계약을 성사시키면 모집수당명목으로 1200만원 안팎의 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매달 보험료가 들어올 때마다 수금 수당과 계약 유지 수당, 고객관리 수당 명목으로 지급되는 추가 수수료를 감안하면 월납보험료의 150% 안팎의 수수료가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수수료 체계를 잘 알고 있는 고액자산가들이 설계사들이 받는 수수료를 돌려받고자 한다는 것이다.

    ◈고객에게 리베이트 제공, 불법이지만…적발 쉽지 않고 적발돼도 입 맞추면 대책 없어

    이 같은 리베이트 제공은 명백한 불법이다. 보험업법은 원칙적으로 보험계약의 대가로 금전 등 특별이익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보험계약 체결 때 최초 1년 동안 납입되는 보험료의 10%와 3만원 중 적은 금액은 고객에게 지급 가능하다.

    리베이트 지급 사실이 적발될 경우 금액에 따라 해임권고(5억 원 이상)에서 주의(1000만 원 미만)까지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리베이트 지급 사실은 고객과 설계사 사이의 '은밀한 거래'로 수면 위로 드러나기 쉽지 않고, 적발된다 해도 대가성 여부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험사 관계자는 "지난해 보험왕 리베이트 소동으로 설계사들이 리베이트 지급에 대해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적발된다고 해도 '리베이트가 아니라 보험가입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을 뿐'이라고 답하면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귀띔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 역시 "돈이 오갔다고 해도 '거액의 보험을 가입해줘 고마운 마음이 컸는데 고객이 급전이 필요하다고 해서 빌려준 돈'이라고 하거나 '수수료 환급(리베이트)을 약속하고 보험 계약을 하지 않았지만 고마운 마음 때문에 골프채나 고급의류, 명품백 등을 선물한 것'이라고 해명하면 감독당국 입장에서도 뾰족한 수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경찰은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설계사를 리베이트 제공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하고 이들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증거불충분으로 이들을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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