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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SKY, 하버드가 하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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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SKY, 하버드가 하늘일까?

    [변상욱의 기자수첩]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교육부가 대학 구조개혁 평가지표 초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대학가에서는 정성평가를 강화한다고 하더니 여전히 1등부터 최하위까지 줄 세우기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난한다. 대학 교육의 과정과 교육의 질까지 제대로 평가하는 기준을 만들겠다고 한 약속을 전혀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불만이다. 지금껏 해 온대로 수도권 유명 대학 위주의 '줄 세우기'를 통해 하위대학의 정원을 줄인 뒤 결국 퇴출시키려는 정책 목표에 맞춘 평가기준이라고 지적한다.

    [변상욱의 기자수첩 전체듣기]

    서울대 정문 전경 (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최근 대학 총학생회들이 나서 대학을 서열화하고 획일적으로 몰아가는 언론사의 대학 순위평가를 거부 했다. 2010년에도 이미 대학들은 언론사들의 상업적 목적의 대학평가를 거부한다고 밝혔었다. 결국 요약하면 언론사 대학평가는 전문성, 타당성이 부족한 상업적 목적의 자의적 평가이고, 정부의 대학 평가는 대학을 구조조정해 줄이려는 정책 드라이브용 평가이다. 우리 대학은 정부의 정책드라이브 평가와 언론사의 상업적 평가 사이에서 곤욕을 치루는 중이다.

    그러나 목표가 무어든 두 평가의 공통점은 대학을 획일화하고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점이다. 대학들이 고유한 발전전략을 세워 일관성 있게 추진함으로써 특징과 장점이 있는 대학이 되어야 하는데 외부의 평가 지표를 중심으로 학교를 운영하면서 학벌 지상주의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건 분명하다. 물론 진정성을 갖고 대학을 발전시키려는 사학재단이 몇이나 되고, 교육을 위해 헌신하려는 교수사회의 몸부림이 충분한가에 대해선 의문이 있다. 하지만 대학을 이런 식으로 끌고 갈 수는 없다.

    ◈ 대학이 내게 뭘 해줬는데?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을 받는 대학순위 평가를 꼽자면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영국 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의 '세계대학평가'. 나름 신망을 얻고 있지만 최근 영국 BBC 방송이 나서서 이런 평가가 얼마나 더 의미가 있겠냐며 문제 제기를 했다. (최근 평가에서 서울대가 31위, KAIST가 51위, 포스텍이 86위, 연세대가 106위, 고려대가 116위, 성균관대가 140위 등으로 6개 대학이 200위권 내에 포함된 평가).

    이런 저런 지적들을 간추려 보면 점수 비중에서 대학에 대한 평판이 점수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 이 평판은 지구촌 대학 관계자들에게 설문을 돌려 자료를 모은다. 대학의 평판이 국제적으로 뛰어나려면 어찌 해야 할까? 수준 높은 과학분야 학과들을 갖고 있어야 하고, 국제적으로 공동연구를 많이 해 이름을 알려야 한다. 당연히 규모가 크고 명성 높은 유명 대학들이 유리해진다. 그 다음이 대학의 연구력, 학생 대 교직원 비율 등이 개별 항목으로는 비중이 크다. 과연 이것만이 대학의 수준, 요즘 시쳇말로 대학의 클라스일까? 교육의 질, 교육 받는 학생들의 만족도와 삶의 질, 졸업생들의 진로와 성공은 얼마나 비중을 두고 있는 걸까?

    또 다른 유명한 대학평가는 미국의 유에스 앤 월드 리포트의 대학평가. 대학평가 사업을 가장 먼저 시작한 언론사다. 학생 선택도, 클래스 크기, 교직원 연봉, 졸업율과 동료평가, 교수 비용과 동문회 지원기금 등이 주요 평가 기준이다. 미국 대학들은 모두 유에스 앤 월드 리포트를 장사속이라고 손가락질 한다. 그러나 모두들 이 평가에서 상위권에 들어가기를 원한다. 겉으로 내보이는 명분과 속내가 다르다. 이밖에 포브스지와 프린스턴 리뷰, 워싱턴 먼슬리 매거진, 키플링어스 퍼스널 파이낸스 등도 자체적으로 대학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최근 미국은 대학 평가에서 변화를 보인다. 대학생의 학자금 부채가 엄청 늘어나고 취업은 불안정해지니 학부모와 학생들이 대학의 효용성과 가치를 꼼꼼히 따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컨설팅업체 맥킨지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미 대졸자의 42%가 학위가 필요 없는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명문대 나와도 41%는 원하는 분야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 대학 졸업해도 노후연금 나올 때까지 부모에게 얹혀살아야 한다는 말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올 정도다. 그래서 대학 졸업장이 과연 제값을 하는지 다들 따져 보고 비판적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대학이 중요하냐 대학의 학생이 중요하냐, 연구가 중요하냐 교육이 중요하냐? 이런 문제 의식이다. 최근 추세는 학생들이 배워서 얻은 결과, 성과를 중시하려는 쪽으로 흐르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우리처럼 단순한 취업률로 계산하려 한다면 실책이다. 그래서 취업한 졸업생의 연봉이나 초봉의 평균값을 내 비교하기도 한다. 미국서 이 기준으로 최우수 대학은 단연 하비머드(하버드가 아님), 해군사관학교이다. 물론 이것도 바람직하지만은 않다.

    어느 대학이 좋은 대학인지는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여럿이 의견을 모으면 거의 틀리지 않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서로 다른 스타일 - 연구 중심, 교육 중심, 취업 중심 - 이런 대학들을 점수로 바꿔 한 줄로 세운다는 건 쉽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어쩌면 외부의 평판이나 명성의 점수 비중을 줄이고, 여러 항목별로 비교해 놓고 학생들이 자기가 선택하고 싶은 항목을 모아 스스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지구촌 대학 평가에서 기준은 늘 서양이 만들고 동양은 흉내 내며 따라가기에 급급하다. 영어권 명문 대학이 기준이 되고 국력에 따라 결정 된다. 이러면 종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특히 우리 사회는 갈 길이 멀다. SKY와 카이스트, 아이비 리그를 앞세우는 학부모와 학생들, 사회 기득권층의 고정관념과 학벌주의가 어느 사회보다 단단하다.

    이제 한국의 학부모들도 교육의 가치와 대학의 가치를 꼼꼼히 따져 물을 때가 됐다. 더 늦기 전에 한국적 기준과 우리 교육의 올바른 방향에 대해 진정 어린 고민을 할 때가 왔다. 그리고 대학과 언론은 이에 대한 올바른 담론과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이 전체를 컨트롤할 책임은 교육 당국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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