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 등 여야 원내지도부가 29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세월호 가족대책위 전명선 위원장을 비롯한 유가족들과 3자 회동을 가지며 손을 잡고 있다. 윤창원기자
여야 원내대표와 세월호 유가족 대표가 국회 본회의를 하루 앞둔 29일 처음으로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위한 '3자 회동'을 했다. 여야와 유가족 대표단은 각자 의견을 수렴한 뒤 30일 오전 다시 만나기로 해 세월호법 극적 타결과 정국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 전명선 세월호가족대책위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만나 3시간 가량 세월호특별법 제정 문제를 두고 머리를 맞댔다. 여야의 세월호특별법 협상이 본격화된 이후 유가족 대표까지 한데 모여 협상을 벌인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당초 30일까지 협상을 중단하겠다던 새누리당이 전격적으로 야당과의 협상에 나서고 3자 회동까지 성사되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타는 양상이다. 3자 회동에서 박 원내대표는 특별검사 추천권에 대한 여당의 양보와 진상조사위원회 권한 강화 방안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위원장은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이미 야당과는 '수사기소권 부여'를 포기하는 대신 이에 준하는 방안에 양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모은 바 있다.
하지만 이날 회동에서 최종 합의가 도출되지는 못했다. 여야와 유가족 대표단은 이날 논의결과를 바탕으로 각자 의견을 수렴한 뒤 30일 다시 만나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세월호가족대책위는 밤 9시부터 경기도 안산에서 총회를 열어 유족들의 의견을 모았다. 새정치연합도 의원총회에서 박 원내대표와 유가족 대표단과의 지난 25일 회동과 이날 3자 회동 등 협상 경과를 공유했다.
여야 원내대표와 유가족 대표는 협상 내용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이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기에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만 답했고, 박 원내대표도 "궁금하겠지만 기다려줘야 할 것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전명선 가족대책위 위원장도 "(새로운 안에 대해) 대답하기 어렵다"며 "아무리 좋은 얘기도 전달 과정에서 오해를 살 수 있다. 가족들과 충분히 논의하고 국회 안에서 대화가 되면 그때 충분히 국민들에게 알리겠다"고 말했다.
30일 이어지는 3자 회동은 '세월호 정국'을 가를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새정치연합이 3자 회동의 결과에 따라 본회의 참석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29일 "내일 소집된 본회의 참석 여부는 유가족 총회에서 모아진 총의에 기초하고 내일 이어질 협상 결과를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고 의총 결과를 전했다.
이날 회동에서 세월호법이 극적으로 타결된다면 새정치연합은 본회의에 참석해 91개 법안 처리에 협조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국정감사와 예산안심사 등 정기국회 의사일정도 늦게나마 정상화될 수 있다.
하지만 유가족들이 총회에서 박 원내대표의 제안을 거부하거나 이날 회동에서 결론이 나지 않으면 새정치연합은 곤혹스런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 야당 내에서도 이달 내로 세월호법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국회 일정과 분리하는 '투트랙' 전략에 따라 등원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우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새누리당은 본회의 등원을 거듭 압박했다. 김무성 대표는 "야당은 30일 본회의에 조건 없이 등원해 국회 정상화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도 3자 회동 직후 '내일 본회의는 그대로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 당은 그렇다. 그건 의장의 권한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