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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한 이란·필리핀, 불안한 중국…男농구 경쟁 구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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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강한 이란·필리핀, 불안한 중국…男농구 경쟁 구도는?

     

    25일 오후 화성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이란과 필리핀의 남자농구 12강리그 E조 2차전.

    한 눈에 봐도 신장 차가 확실하다. 아시아 남자농구의 제왕 이란은 185cm의 주전 포인트가드 마디 캄라니를 제외하면 주축 선수 대부분이 200cm 내외의 장신이다. 골밑에는 218cm의 장신 하메디 하다디가 버틴다.

    평균 신장만 놓고 보면 필리핀은 193cm로 194cm의 이란과 큰 차이가 없다. 210cm의 귀화 선수 마커스 다우잇도 있다. 하지만 필리핀 농구를 이끄는 주축 선수들의 신장은 170~180cm대다.

    결국 이란이 웃었다. 최근 두 대회 연속 아시아선수권을 제패한 '아시아 챔피언' 이란은 필리핀을 68-63으로 누르고 대회 2연승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E조 1위로 8강 결선리그에 합류했다.

    하지만 종료 1분 전까지는 어느 팀이 이길 것인지 예측할 수 없는 치열한 접전이었다.

    필리핀은 '스페이싱 농구'의 진수를 선보였다. 적어도 공격에서만큼은 상대의 높이를 의식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공간 활용 능력이 뛰어났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갖춘 기술이 상당한 수준이었다.

    필리핀은 9월 중순 막을 내린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 월드컵에서 아시아의 벽을 넘어 대회 1승을 수확했다. 높이에서 월등한 유럽이나 아메리카 대륙 팀들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펼쳤다.

    필리핀이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키는 작지만 그들의 기술은 부족하지 않았다. 또 부족하지 않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필리핀의 자신감은 이란전에서 빛을 발했다.

    필리핀은 코트를 넓게 사용했다. 하다디가 좀처럼 페인트존 바깥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무리하게 골밑을 공략하지 않았다. 누구나 수비수 한 명쯤은 가볍게 제쳤다. 공을 들고있지 않은 선수들은 끊임없이 움직여 이란 선수들의 수비 반경을 넓혔다. 틈이 생기면 주저없이 슛을 던졌다.

    이란은 필리핀의 화력에 혼쭐이 났다. 하지만 아시아 챔피언의 저력은 대단했다.

    이란이 4쿼터 중반 이후 하다디에게 골밑을 맡기고 다른 선수들의 수비 반경을 넓혀 외곽 압박을 강화하자 그제서야 필리핀의 공세가 잦아들었다. 때마침 하다디의 골밑 장악과 198cm의 포워드 니카 바라미의 득점이 살아났다.

    이란은 종료 1분2초를 남기고 64-63 역전에 성공했다. 4쿼터 한때 9점차까지 뒤졌던 이란이다. 하다디는 18점 15리바운드를 올렸고 바라미는 23점을 기록했다.

    두 팀이 국제무대에서 맞대결을 펼친 것은 작년 FIBA 아시아선수권 대회 이후 처음이다. 당시 이란은 홈 어드밴티지를 자랑했던 필리핀을 상대로도 85-71 대승을 거뒀다. 부상 등으로 인한 양팀 주축 선수들의 불참은 감안하더라도 1년 사이 두 팀의 격차가 많이 줄어들었다.

    이란은 여전히 강하다. 필리핀은 작년 아시아선수권과 올해 농구 월드컵을 계기로 한 단계 더 성장한 느낌을 줬다.

    같은 시각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는 중국과 대만의 라이벌전이 열렸다.

    대만은 중국의 적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대만의 귀화 선수 퀸시 데이비스가 대회 규정에 걸려 출전하지 못하면서 전력이 크게 약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만은 중국을 격침 직전까지 몰고갔다. 접전 끝에 58-59로 분패했다. 종료 5.7초를 남기고 1점 차로 앞선 중국이 공격권을 갖고있어 크게 유리했지만 어이없는 인바운드 패스 실책으로 인해 하마터면 덜미를 잡힐 뻔 했다.

    중국 남자농구는 작년 아시아선수권 8강에서 대만에 패해 큰 충격을 받았다. 당시 대표팀 선수였던 왕즈즈가 "내가 국가대표 선수로 뛰면서 대만에게 진 것은 처음"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래서 아시안게임에서 자존심 회복을 노렸다. 마침 대만을 만났다. 하지만 또 한번 망신을 당할 뻔 했다.

    중국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대만전을 통해 나타났듯이 아직 세기가 부족하다. 하지만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다. 중국 선수들의 평균 신장은 202cm. 농구는 '신장'이 아니라 '심장'으로 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지만 상위권 레벨에서는 일단 키가 크면 유리한 종목이 농구다.

    절대 강자는 없다. 냉정하게 봤을 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는 이란이다. 필리핀은 이란에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중국은 미완성 단계다. 하지만 저력을 가진 중국을 상대로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아시아 팀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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