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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에 원격지 발령 협박까지…말로만 '희망퇴직' 백태



금융/증시

    폭언에 원격지 발령 협박까지…말로만 '희망퇴직' 백태

    ING생명, 퇴직 종용에 임산부 이어 건장한 남성까지 실신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ING생명에서 일하고 있는 A 씨는 부서장이 자신을 호출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최근 부서장이 면담이라는 명목으로 A 씨를 불러 8차례나 퇴직을 종용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최고가 되겠다는 원대한 꿈을 안고 입사한 지 이제 몇 년. 건장했던 30대 A 씨는 지난달 25일 퇴직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실신해 병원신세를 졌다.

    앞서 A 씨의 동료인 B 씨 역시 임신 6주 차였지만 부서장의 종용을 받다가 실신하기도 했다.

    ING생명 관계자는 "해당 여직원이 면담 당시 퇴직의사가 없음을 밝혔는데도 사측이 3차례 면담을 진행했다"며 "해당 부서장이 '너와는 같이 일 못 한다', '우리 부서에 네 자리가 없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현재 ING생명의 인력감축 목표는 직원 900명의 30%인 270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ING생명뿐만 아니라, 희망퇴직이란 이름의 퇴직 종용은 다른 금융사에도 비일비재하다.

    퇴직 종용에 그치지 않고, 외부영업부서로 발령을 낸 뒤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그만둬야한다"는 협박을 하기도 한다.

    노조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인력조정을 감행했던 우리투자증권은 희망퇴직 신청이 저조하자 지점장들에게 ODS(Out Door Sales)운영방안을 발송했다.

    지점장들은 직원들을 상대로 면담을 진행하면서 "ODS는 우리투자증권의 아오지다. 책상도 없고, 컴퓨터도 없다. 어차피 실적 못 채우면 해고다. 징계해고 보다는 지금 명예퇴직 신청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직원들에게 으름장을 놨다.

    우리투자증권 노조 관계자는 "외부영업부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었는데 사측이 ODS를 '부진자 집합소'처럼 설명하며 겁을 줬다"며 "법적으로도 실적이나 할당 못 채웠다고 해서 해고할 수 없는데 직원들이 겁을 먹고 퇴직한 부분도 있고, 자존감에 상처를 받아 나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희망퇴직 전 400명을 구조조정 목표로 정한 우리투자증권은 최종적으로 412명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252명이 명예퇴직을 신청한 HMC투자증권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 지점장과 본부장들이 직급이 높은 직원들과 실적이 낮은 직원들을 상대로 퇴출 압박용 면담을 시작한 것.

    물론 첫 면담에서는 희망퇴직이라는 조건을 내걸다가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이내 돌변했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실적부진자로 찍히면 방문판매부서로 발령을 내거나 원격지, 대기발령을 내겠다"고 협박했다는 것이 HMC투자증권 노조 측 주장이다.

    그만두지 않으면 집과 먼 곳으로 발령을 내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도 단골 메뉴다.

    희망퇴직 목표를 110명으로 잡았던 우리아비바생명의 경우 지난 6월 ODS부서를 개설했는데, 7월 초 이 부서로 직원 66명을 인사발령을 냈고, 일부는 원격지 발령을 냈다.

    노조는 당시 인사 대상의 0순위는 사내커플과 부서별로 찍힌 직원들이 주 타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인사발령을 낸지 채 일주일이 되지 않아 우리아비바생명 직원이 대거 그만뒀다. 우리아비바생명은 7월 8일 최종 105명이 명예퇴직했다.

    이런 방식의 직원 내치기에는 국내 3대 보험사라도 예외가 아니다.

    교보생명은 경우 희망퇴직을 거부한 직원들을 '부진자'란 멍에를 씌우고 일주일에 3건 이상의 상품영업을 하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교보생명 노조 관계자는 "'이번에 그만둬야 할 것 같은데 계속해서 이렇게 버티면 지방으로 원격지 발령 낼 것이다. 그러면 당신은 성과 평가를 계속 최하등급으로 받게 되고 이렇게 되면 연봉의 1/4 수준인 성과금을 한 푼도 못 받게 된다. 이번 기회에 그만두라'는 것이 시나리오"라고 전했다.

    희망퇴직이란 이름의 가혹한 퇴직종용이 이처럼 막무가내로 진행되고 있지만 해당 회사들은 "희망퇴직 조건을 소개했을 뿐 강압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고, 교보생명은 "부진자 교육은 희망퇴직과는 전혀 관련이 없고 다수의 퇴직자들이 웃으면서 회사를 나갔다"며 상식 이하의 해명까지 내놓았다.

    2013년부터 지난 5월까지 증권과 보험, 은행 등 134개 금융회사 가운데 52개사가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해 8,300여 명이 짐을 쌌고, 최근 진행됐거나 진행 중인 대형 증권사, 보험사의 희망퇴직을 감안하면 연내 1만여 명이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사들이 집중돼 있는 광화문과 여의도에는 한여름에도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지만 대규모 감원을 초래했던 부실 경영에 대해서는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칼바람은 애먼 직원들에게만 몰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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