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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팽목항' 100일, "실종자 10인이여 돌아오라!"



사건/사고

    '눈물의 팽목항' 100일, "실종자 10인이여 돌아오라!"

    '기다림의 버스' 타고 진도항 찾은 유족·시민들, 실종자 가족 위로

    "남현철 돌아와! 박영인 돌아와! 조은화 돌아와!"

    남현철, 박영인, 조은화, 허다윤, 황지현, 고창석, 양승진, 권재근, 권혁규, 이영숙.

    세월호 참사 100일 하루 전날인 지난 23일, 바다 안개만 고고히 흐르는 진도항의 하늘에 실종자 10명의 이름이 차례대로 울려 퍼졌다.

    세월호 참사 직후 200여m에 걸쳐 천막이 즐비했던 예전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진도항에는 간간이 묶여있는 때 묻은 노란 리본만 남아 실종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시민들과 유족 등 170여 명은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기다림의 버스'를 타고 서울에서 출발해 진도로 향했다.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는 지난달부터 매주 금요일 무박 2일 일정으로 세월호 참사 현지를 찾는 '기다림의 버스'를 운영해왔다.

    특히 이번 기다림의 버스에는 참사 발생 100일을 하루 앞두고 실종자 가족들을 직접 만나 위로하기 위해 서울과 인천,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들이 함께했다.

    이날 진도체육관에서 "늦게 찾아와 죄송하다"며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시민들에게 실종자 가족들은 함께 무릎을 꿇고 "잊지 않고 돌아와 줘서 고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실종된 단원고 학생 남현철 군의 아버지이자 실종자 가족 대표를 맡고 있는 남경원 씨는 "진도항에 있는 우리는 잊히지 않을까 굉장히 위축돼 있다"며 "광화문에 보수파들이 '그만하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저희는 그런 한마디 한마디가 칼에 찔리는 기분"이라고 힘겨운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이어 "'아이 팔아서 얼마나 얻으려느냐'는 얘기도 많이 듣는다"며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뼛조각 하나라도 찾아 제 아들을 편히 보내주고 싶다"고 호소했다.

    또 "천안함 사건 때 몇 달이 지났는데도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이 활동한다는 얘기를 듣고 '아직도 안 끝났나' 싶었다"며 "제가 피부로 겪어보니까 참 반성을 많이 했다. 여러분도 살면서 한 번은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날은 누구보다도 이들의 아픔을 잘 알고 있을 유족들도 진도항을 다시 찾아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했다.

    세월호 참사 8일째에 여동생 한금희 씨의 시신을 찾았던 유족 한영희 씨는 서울에서 기다림의 버스를 타고 진도로 오는 동안 "내내 눈물이 나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영희 씨는 "동생 생각도 나고, 오면 이곳이 어떤 모습일까 걱정이 들어 심정이 아주 무거웠다"며 "텅텅 비어 있는 체육관과 진도항을 보니 안타깝지만, 그래도 와 보니 마음이 가벼워진다"고 말했다.

    한 씨는 "아직 차디찬 바다에서 못 돌아온 10명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마음을 다른 사람은 몰라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며 "먼저 시신을 찾은 가족들이 국회에서 진상규명을 위해 애쓰고 있으니 너무 속상해하지 말라고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했다"고 밝혔다.

    시민들과 피해 가족들은 진도항으로 자리를 옮겨 '100일의 기다림 전야제'를 열고 추모공연을 진행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99일째인 23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방파제 등대 앞에 가족을 찾지 못한 이들의 아픔을 같이 나누고 기억하기 위해 '하늘나라 우체통'이 설치됐다. (진도 = CBS 스마트뉴스팀)

     


    실종자 10명의 이름을 부르며 "돌아오라"고 외칠 때 이들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내가 울면 다른 가족들도 따라 울까, 밤마다 실종자 가족들이 몰래 숨어 눈물을 쏟던 진도항 방파제에도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삼삼오오 모여 준비해온 색색의 풍등을 하늘로 날려보내면서 실종자들의 귀환을 빌고 세월호 특별법 조속한 제정도 염원했다.

    {RELNEWS:right}광주 수완고등학교 2학년 이종민(17) 군은 "사고 초기 자주 언론에 나올 때보다 사람이 많이 줄어든 것 같고 잊히는 것 같아 속상하다"며 "정부의 무능함 때문에 많은 사람이 희생됐는데 유가족들의 요구대로 세월호 특별법을 통과시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숙명여자대학교 2학년 도상희(20) 씨도 "버스를 타고 가면서 이 먼 거리를 사고 당일 유족들이 내려가면서 얼마나 더 멀게 느껴졌을까 싶었다"며 "가장 중요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허용해야만 진상 규명이 될 수 있다면 유족들이 원하는 대로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24일 오후 2시 진도항에서 노란 풍선 100개를 하늘로 띄우는 등 100일의 기다림 본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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