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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불호령'에 군까지 경찰노릇 하는 나라



국방/외교

    '대통령 불호령'에 군까지 경찰노릇 하는 나라

    군 임무 규정한 헌법과 상충...'재해,사변'으로 규정된 행정응원에도 안 맞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검거를 위해 육해공군이 모두 나섰다. 민간인 형사사범 한 명을 잡기 위해 정부가 전국적인 임시 반상회까지 여는 지경이니, 국가의 무력 투입은 어쩌면 당연한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군 활동의 적절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헌법이 정한 군의 역할과 어긋나는 것은 물론, 관련 활동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법과 충돌소지까지 있기 때문이다.

    합동참모본부는 11일 의심 선박에 대한 감시와 경계체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서해안선 경계를 맡은 육군 부대가 투입되고, 초계기와 해안감시레이더 등 첨단장비까지 동원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 전 회장 검거에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라"고 재차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합참은 "평소에도 군은 경계지원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기존 임무를 좀 더 강화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군이 민간인을 직접 체포할 수 없는 만큼 '검거작전에 군이 투입됐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했다.

    하지만 기존 임무의 연장선상이라는 주장부터 헌법을 근거로 했을 때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헌법은 군이 말하는 '기존 임무'에 대해 '우리의 영토와 영해를 지킬 의무'라고 정하고 있다. '형사사범 검거'는 애초부터 군의 경계활동을 강화할 근거가 되기 어려운 것이다.

    무엇보다 문제는 군 병력 동원이 관련 활동을 규정한 현행법과도 충돌한다는 점이다. 육해공군이 모두 동원되고 대북 감시전력으로 분류되는 첨단장비가 투입되는 만큼, 이는 '군사작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장 지난 10일 합참 작전부장이 군복을 입고 참석한 회의가 유 전 회장 '검거'작전을 위한 것이었다.

    '민간인 체포를 위한 군사작전' 개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실제 군이 유 전 회장의 검거 책임을 맡은 경찰에 협조하는 '행정응원'이 필요하다. 한 행정관청(검경)만으로 행정목적(유 전 회장 검거)을 달성할 수 없을 때 다른 관청(군)이 지원할 수 있는 개념인데, 그마저도 재해나 사변 등 위중한 사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민간인 체포에는 성립하지 않는다.

    '총력전'이라는 표현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다보니 일각에서는 '통합방위' 상황이나 마찬가지라는 분석도 있다. '통합방위법'은 적의 침투·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한마디로 소 잡는 칼로 닭을 잡으려는 상황인 것이다. {RELNEWS:right}

    우려를 불러 일으키는 이 모든 시도가 '대통령의 불호령'에 근거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은 "대통령 말 한마디에 국가가 총력전 체제로 전환되는 건 국가 비상사태에서나 있는 일"이라며 "안보역량이 유병언에게 집중돼 우려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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