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지방선거 후보자등록이 15일부터 이틀 동안 실시되는 등 정치권이 지방선거 국면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세월호 참사 이후 표심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정부여당의 무능과 책임 회피 등이 유권자들을 자극하면서 세월호 참사 전과 비교하면 주로 야권 후보들이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약진을 하는 듯 보이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지방선거가 상당히 분위기 좋았는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무조건 잘못했다는 모드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쏟아지는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새정치민주연합의 선전 가능성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왼쪽부터)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김진표 경기도지사 후보. (자료사진)
CBS와 여론조사전문업체인 '포커스컴퍼니'가 서울 유권자 684명을 대상으로 지난 4∼5일 조사한 결과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와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의 가상대결에서 박 시장은 44.6%, 정 의원은 28.9%였다.(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오차 ±3.75%포인트. 응답률은 13.3%)
세월호 참사 전인 지난 3월 24∼25일 조사에서 박 후보가 39.0%였고 정 후보가 40.4%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론의 흐름에 큰 변화가 있음을 볼 수 있다.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서울 유권자 537명을 대상으로 12∼13일 실시한 조사에서도 박 후보와 정 후보의 지지율은 53.3% 대 32.9%였다.(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4.2%포인트. 응답률 12.2%)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의 지난달 11~12일 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48.5%로 45.5%를 기록한 박 후보를 앞섰으나 한 달 만에 큰 폭으로 역전된 것이다.
동아일보와 리서치앤리서치가 11~12일 경기 유권자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와 새정치연합 김진표 후보는 38.8% 대 30.0%였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7%포인트. 응답률은 11%)
세월호 참사 전인 지난 3월 중순 매일경제신문 조사에서 남 후보가 44.1%, 김 후보가 26.9%였다는 점으로 고려하면 김 후보가 본격적인 추격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장의 경우 동아일보와 리서치앤리서치의 조사에서는 새정치연합 송영길 후보가 40,0%, 새누리당 유정복 후보가 32.6%였다.
한국일보와 코리아리서치가 지난 12일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송 후보가 39.1%, 유 후보가 40.1%로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응답률 12.5%)
이같은 여론조사결과를 종합하면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정부의 총체적인 무능과 "청와대는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등의 책임회피가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6회 동시지방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와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좌측부터)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그러나 이같은 판세가 남은 20일 동안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판을 뒤집을 만한 변수가 아직도 많다는 것이다.
우선 과거 '선거의 여왕'이라 불렸던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설 가능성이다. 박 대통령은 조만간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국민사과와 담화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각 수준에 버금가는 개각과 관료사회 개혁안, 국가안전재난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 등의 발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의 사과와 수습책에 대해 유권자들이 "그만하면 됐다"고 판단하면 정부 여당에 등을 돌렸던 민심이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선거 지형이 전반적으로 여당에 불리한 것은 맞지만 이대로 고착되지는 않는다"며 "여당은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 매우 많다"고 말했다.
투표율도 중요한 변수이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요란한 선거운동을 하기가 어려워진데다 정치 혐오·외면 심리가 발동하면 투표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러면 여당에 유리하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20∼40대의 정치이반이 심각하다. 투표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투표율이 낮아질 것이다"고 예측했다.
특히 신 교수는 "정부여당 견제나 심판론이 작동하려면 세월호 참사 뒤 야당의 지지율이 올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투표율이 올라갈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20∼40대를 중심으로 정부여당을 심판 내지는 견제하자는 심리가 우세해지고 이에 맞서 50대 이상 보수표가 움직이면 투표율이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이미 입증된 것처럼 투표율이 높아진다고 해서 반드시 야당에 유리하지는 않다. 유권자 구성이 50대 이상은 늘고 20∼40대는 줄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조용한 새누리당과는 달리 새정치연합에서 불거지고 있는 공천잡음도 야당이 점수를 까먹는 대목이다.
김갑수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는 "야당의 변수는 공천 후유증"이라며 "이 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11일 오전 국회 사랑재에서 이완구, 박영선(좌측) 여야 신임 원내대표가 첫 공개회동을 가지며 악수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세월호 참사는 이미 드러난 위험요소인 만큼 정부여당에 더 이상 큰 변수가 되지 못하고 여당도 적극적인 수습에 나서겠지만 야당의 공천잡음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RELNEWS:right}
다만 세월호 참사에서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사실이 추가로 공개되거나 정부의 사실 은폐 기도 등이 드러날 경우에는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
때문에 세월호 참사를 다루는 5월 국회가 새정치연합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16일이면 세월호 한 달"이라며 "이제는 국회가 응답해야 할 때이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 문제를 놓고 정치공세를 한다든가 하면 국민들이 정치권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야당의 문제제기를 정쟁으로 몰아붙였다.
결국 세월호 참사가 선거지형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정부여당이 판을 이끌고 갈 여지가 더 많다는 상황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 최재천 전략홍보본부장도 "세월호 참사로 영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결코 유리한 국면은 아니다. 적극 투표층은 압도적으로 불리하다"고 봤다.
[그래픽=김성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