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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때 철도 내구연한 없애면서 '화'(禍) 키워



사건/사고

    MB정부때 철도 내구연한 없애면서 '화'(禍) 키워

    국토부는 "안전강화에 중점뒀다"며 사고 사흘전까지 변명

    2일 오후 3시 32분쯤 서울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전동차 추돌 사고가 나 승객 수십 명이 다치고 열차 운행이 차질을 빚고 있다. 사고가 나자 승객들은 선로를 따라 상왕십리역 대합실로 대피했으며, 부상자 170여 명은 구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진=황진환 기자)

     

    이명박 정부 때 세월호 침몰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선박의 노후 연령만 늘린게 아니라 철도차량의 내구 연한도 아예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서울 성동구 상왕십리에서 발생한 사고 원인을 둘러싸고 경찰 조사가 이뤄지는 가운데 철도의 내구연한을 없앤 것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예산 절감을 이유로 내구연한을 무리하게 늘리면서 노후화를 방치하며 위험한 주행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1~4호선 지하철 1,954대 가운데 23.8%(466대)는 제작된 지 20년 이상 됐고 36.8%(718대)는 16~19년이 지난 낡은 차량이다.

    순차적으로 차량을 교체해야하는 상황이지만 이들 차량의 내구연한은 사실상 무제한이다.

    기존에는 일정 기한이 지난 철도 및 전동차량은 자동으로 폐차시키는 규정이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 때 법이 개정되면서 내구연한 규정을 폐기했기 때문이다.

    개정 전 철도안전법 37조는 "철도 운영자 등은 국토해양부령으로 정하는 내구연한을 초과한 철도차량을 운행할 수 없다"고 규정한 뒤 시행규칙에 철도차량 내구연한을 고속철도 30년, 일반철도 20~30년으로 못 박았다.

    하지만 2012년 철도안전법이 대폭 개정되면서 이같은 내구연한 규정이 슬그머니 삭제됐다. 도시철도법도 전철에 대한 내구연한 조항(22조)도 비슷한 시기에 삭제돼 올해 3월19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25년 이상된 전철도 점검을 받고 승인이 떨어지면 운행할 수 있게 된 것.

    이번에 사고가 난 열차 중 뒷편 열차는 1990년에 제조돼 올해로 25년의 연식이 됐다. 앞 열차도 이듬해인 1991년에 만들어져 24년이 됐다. 예전 규정대로라면 이미 폐차됐거나, 곧 폐차를 앞두고 있었던 노후화된 차량인 것이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정책 객원연구원은 2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이명박 정권 때 선박의 노후 연령만 늘린 게 아니라, 열차나 전동차, 지하철에 대해서 내구연한을 대폭 늘렸다"며 "특히 일반 열차들은 내구연한 차체를 아예 없앴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구연한 자체가 없어지다 보니까 얼마든지 활용을 해도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관리 감독 기관들은 이런 내구연한을 없앴다 하더라도 충분한 안전관리라든지 정기점검을 통해 안전성이 확보됐다고 하겠지만 세월호도 침몰하기 전에 받은 검사는 모두 양호했다"고 위험성을 상기했다.

    이명박 정부 때 내구연한 규정만 삭제된 것이 아니다.

    차량 부품검사를 할 때 기존에는 전수검사 하던 것을 한 제품이 통과하면 동일 제품은 모두 통과하도록 안전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이밖에 철도 운전면허 발급 금지 기준에 경미한 정신질환이나 알코올 중독자, 마약중독자가 포함돼 있던 것을 경미한 중독 및 질환은 제외해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의 대처는 사고 직전까지도 안이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철도 안전에 대해 언론이 문제를 제기하자 국토교통부는 상왕십리 사고 발생 불과 사흘전인 4월 29일 정책브리핑을 통해 "2012년 철도안전법 개정은 안전강화에 중점을 뒀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국토교통부는 보도자료에서 "내구연한을 일률적으로 규정해 5년마다 정밀안전진단을 받도록 한 기존 방식은 운영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했다"며 "정밀안전진단이 오히려 노후차량 수명을 연장하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황당한 주장을 했다.{RELNEWS:right}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대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자기 변명에 급급한 모습이다.

    박흥수 연구원은 "지하철 적자가 심각한 문제 속에 안전문제들은 항상 후순위로 미뤄지는 경우가 있다"며 "특히 지하철 1,2호선은 지어진지도 오래됐고 운행되는 차량도 굉장히 오래됐기 때문에 낙후된 전동열차를 빨리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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