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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협조자' 자살 시도,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



법조

    '국정원 협조자' 자살 시도,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

    자살을 시도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위조 의혹' 관련 조사를 받던 중국 국적의 탈북자 김씨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 수술실에서 수술을 마치고 중환자실로 옮겨지고 있다. (윤성호 기자)

     

    검찰조사를 받던 국정원 협력자 김모씨(61)가 자살을 시도하면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검찰은 5일 새벽까지 조사를 받았던 김씨가 이날 정오쯤 담당검사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를 보낸 뒤 저녁 6시쯤 영등포의 한 호텔방에서 목 부분에 피를 흘린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된 배경과 이유는 여전히 의문부호 속에 있다.

    ◈ 김씨 자살 원인, 책임감? 아니면 억울함?

    김씨는 중국 당국과 국정원 사이의 가교역할을 하면서 문제가 된 유우성씨 출입경 기록 입수,전달과정에 깊숙히 간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검찰측의 출입경 기록을 '위조'로 규정하고 관련자 색출작업에 나서자 한국으로 급히 건너온 김씨가 한국 검찰조사까지 받으면서 극심한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자살을 시도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김씨가 출입경 기록과 사실확인서 등을 스스로 위조한 사실이 드러나게 되자 자포자기 심정으로 감행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김씨가 자실을 시도한 호텔방 벽에 자신의 피로 '국정원'이라는 글자를 쓴 사실이 확인되면서, 증거위조의 주모자로 몰릴 것을 감지한 김씨가 억울함을 호소한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우성씨의 변호인단은 성명에서 자살의 원인에 대해 "증거날조 범죄에 대해 자신을 희생양으로 배후를 숨기는 '꼬리자르기식 증거 인멸 및 범죄 은닉'에 대한 환멸과 원망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자살을 감행한 이유는 방 안에 있던 A4용지 4매 분량의 유서에 상세히 적혀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하자 가장 먼저 유서를 확보한 검찰은 '먼저 유족들에게 전달되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내용의 공개를 미루고 있다.

    ◈ 석연치 않은 자살 정황

    검찰은 김씨가 3차례 걸쳐 조사를 받았으면 마지막 세번째 조사를 마치고 5일 새벽 귀가했다고 밝혔다.

    한밤중에 조사가 끝났지만 김씨는 조사받은 장소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청사 부근이 아닌 영등포까지 이동해 숙소를 잡았다.

    김씨가 묵은 호텔 관계자도 김씨가 이른 새벽인 오전 5시에 투숙했다고 확인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위조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던 탈북자가 자살을 시도했다. 6일 오후 중국 국적 탈북자 김모 씨가 자살을 시도한 서울 영등포 소재 한 모텔 방에 모텔 관계자와 취재진들이 방을 살펴보고 있다. 방은 이미 깨끗이 치워져 있었다. (윤성호 기자)

     

    통상적으로 국정원 관계자들의 경우 국정원이 교통편까지 제공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김씨가 국정원의 안내에 따라 숙소를 잡은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검찰은 이날 정오 김씨가 담당검사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를 보낸 뒤 휴대폰 위치추적 등을 통해 소재지를 파악하려 했지만 실패했다고 밝혔다.

    결국 김씨는 문자를 발송한지 수시간이 지난 오후 6시쯤에서야 시간이 지났는데도 퇴실하지 않은 것을 이상히 여긴 호텔 지배인이 방에 들어오면서 발견됐다.

    국정원이 김씨의 숙소 등을 마련했다면 검찰이 김씨의 소재를 파악하는데 왜 이렇게 시간이 걸렸는지도 의문이다.

    ◈ 경찰, 소방관 이구동성 "아무것도 모른다"

    사건이 일어난 호텔은 자살 시도 소식이 알려진 6일 취재차 방문한 기자들로 북새통을 이뤘지만 김씨가 묵은 방은 이미 완벽하게 정리가 끝난 상태였다.

    김씨가 방벽에 피로 글자를 써서 남겼다고 했지만 기자들이 도착했을때는 흔적조차 찾기 힘들정도로 깨끗하게 닦여 있었다.

    김씨가 발견된 것이 전날 저녁 6시라는 점, 특수한 신분인데다 범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감안하면 반나절만에 이뤄진 신속한 현장정리였다.

    경찰은 심지어 자살 이유를 알 수 있는 유일한 증거인 유서마저도 사건이 벌어지자 검찰에 넘겨줬지만 내용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시 상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경찰 관계자들은 '모르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신고를 접수받고 김씨를 후송하기 위해 출동했던 소방서 관계자들도 당시 상황에 대해 한결같이 '모르겠다'며 입을 다물고 있다.

    ◈ 진상조사 난관에 직면하나?

    검찰이 법정에 제출한 허룽시 공안국 관련 서류들의 관인들도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정원이 복수의 정보원들로부터 각각 문제의 서류들을 입수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진상조사팀으로서는 중국과 사법공조가 이뤄지기 전까지 현실적으로 국정원 협력자들을 조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지만 김씨가 자살을 시도하면서 협력자들의 소환과 조사 모두 쉽지 않게 됐다. {RELNEWS:right}

    당장 서울중앙지검 진상조사팀도 조사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해명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여론의 이목이 집중된 사안의 참고인 조사자가 검찰 조사 직후 자살을 시도했지만 검찰은 조사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진상조사팀을 지휘하고 있는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검사장)은 "제가 하는 일에 도움이 안되고 맞지 않다 판단하면 답변을 못하는 것"이라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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