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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덫에 빠진 한부모 가족, 4명 중 1명 마음의 병(病)



보건/의료

    빈곤 덫에 빠진 한부모 가족, 4명 중 1명 마음의 병(病)

    양육수당 7만원에 불과, 50만 저소득 가구 정부 혜택 못받아

    # 남편과 이혼한 뒤 혼자서 중,고등학교 자녀를 키우는 정모(45 경기도 오산)씨는 식당에서 일을 하다 허리를 심하게 다친 뒤 쉬면서 동사무소에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했다. 하지만 동사무소 직원은 정씨에게 일을 할 능력이 있어보인다며 '추정소득'을 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 남편과의 금융거래 내역이 없냐며 의심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여기에 다시는 안오겠다". 김씨는 동사무소 문을 나서면서 마음의 문도 함께 닫았다.

    # 이혼 후 세 자녀를 어렵게 키워온 이모(47 경기도 안산)씨는 첫째가 대학에 진학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한시름 놨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둘째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정부에서 교복값을 지원받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첫째 아르바이트비가 소득으로 잡히면서 총소득이 넘쳐 정부의 한부모 지원 기준에 탈락했다는 것이다. 당장 월세와 생활비를 내기 빠듯한 상황에서 교복비, 등록금 등 수 십 만원의 입학 비용을 감당하기는 어려웠다. 이씨는 시민단체와의 상담에서 "죽고싶은 생각만 든다"고 되뇌었다.

    송파구 세 모녀에 이어 일가족 자살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혼자서 자녀를 키우는 한부모 가족의 사회적 안전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부모 가족은 양육과 생계를 모두 책임져야 할 뿐 아니라 사회적 편견도 견뎌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하지만 정부 혜택을 받는 가구는 9가구 중 1가구에 불과한 실정이다. 상당수가 복지 사각지에 놓인 가운데 한부모 가장 4명 중 1명은 극심한 우울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혼자 아이 키우는 한부모들, 벼랑끝에 내몰린 이유?

    베르테르 효과일까. 송파구 세 모녀 사건 이후로 비보가 계속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4일 전북 익산에서 30대 여성이 두 자녀와 함께 자살을 기도한 사건이 발생했다.

    익산시 한 아파트에서 A(35·여)씨와 아들(7), 딸(2)이 연탄가스에 질식해 아들은 숨지고 A씨는 중태에 빠졌다. A씨는 남편과 이혼 절차를 밟기로 합의하고 별거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경기도 광주 한 빌라에서 딸(13), 아들(4)과 함께 목숨을 끊은 이모(44)씨도 부인과 별거한 이후 일용직 노동일을 해 가며 세 아이를 혼자 키웠다.

    이들 중 상당수는 배우자의 사망이나 이혼, 별거 등으로 혼자 아이를 양육했던 한부모 가족이다.

    송파구 세 모녀의 경우 자녀가 장성했다는 이유로 정부에서 분류하는 한부모 가족 조건에 포함되지도 못했지만 실제로는 어머니 월급 150만원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이처럼 혼자서 생계와 양육을 책임져야 하는 한부모 가족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절실한 상황이다.

    ◈ 양육비 못 받고 빚에 허덕이는 한부모, 결국 우울증으로...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2년 기준 한부모 가족은 167만7천여가구로 집계됐다. 한부모 가족은 해마다 빠르게 증가해 2006년 142만5천가구에서 6년 만에 21만가구 늘었다.

    이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가난이다. '2012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전국 한부모 가장 2,522명 대상)에 따르면 한부모 가족의 평균 소득은 월 172만원으로 전체가구 평균 소득(월 353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순자산액은 5,549만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 2억6203만원의 21%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생활비, 주거비로 평균 1,834만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가장으로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취업률은 86.6%로 높았지만 임시·일용 근로자가 39%에 달하는 등 고용 지위가 불안했다.

    양육비는 그림의 떡이다. 전 배우자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였다. 사별을 제외한 이혼, 미혼 한부모를 대상으로 자녀 양육비 이행 실태를 분석한 결과 "전혀 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83.0%로 조사됐다.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을 받은 응답자의 77.4%가 "판결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양육 과정에서 아이들이 혼자 집에 보내는 시간도 많다. 돌봄 공백이 생기는 것이다. 취업한 한부모의 51.4%가 10시간 이상 근무자였으며, 미취학 자녀의 10.4%, 초등학생의 52.7%, 중학생 이상의 56.2%가 평소 혼자서 어른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있다고 답했다.

    고립된 양육과 생계는 자연스레 우울감으로 이어진다. 한부모의 우울 증상 경험률, 즉
    "최근 1년간 연속적으로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꼈다"는 응답은 24.5%로 일반인(13.2%)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다. 우울감의 해소 방식은 대부분 혼자서 참거나(52.5%), 술을 마시는(19.3%) 것이었다.

    ◈ 한부모 양육수당은 월7만원이 전부, 조건도 까다로워

    하지만 정부 지원은 열악하기만 하다. 여성가족부는 한부모 가족 중 최저생계비 130% 미만 가구를 법정 한부모 가족으로 인정한다. 단돈 만원이라도 소득 기준이 초과하면 대상에서 예외없이 제외된다.

    이들 중 만 12세 미만 아동을 키우는 가구에 한해 월 7만원의 양육비를 주고 있다. 이밖에 중, 고등학생 자녀에게 연간 5만원의 학용품비와 교복비를 지원해 주고, 시설에 입소하는 가구에 월 5만원의 생활보조금을 주는게 전부이다. 양육과 생계에 도움이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이도 그나마 최근에 오른 것이다. 2005년부터 2012년까지 5만원이었던 양육수당은 8년간 한 번도 인상되지 않다가 지난해 2만원 올랐다.

    현재 양육수당 등 정부 지원을 받는 한부모 가족은 13만가구에 불과하다. 기초생활수급 가구가 9만여가구인 것을 감안하면 총 21만가구 정도만 정부의 혜택을 받는 셈이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통계청의 '2013년 전국 지역별 고용조사'를 분석한 결과 이혼·사별한 여성근로자 106만명 중 최저생계비를 받지 못하는 여성이 72만명(68%)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단순하게 계산해도 최소한 50만 가구 이상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얘기다.

    송파구 세모녀의 경우처럼 자녀가 다 컸다는 이유로 요건에 해당이 안되거나, 최저생계비 조건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아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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