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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일가족 자살은 '사회적 비극'



사건/사고

    잇따른 일가족 자살은 '사회적 비극'

    시민사회 각계 "안전망 부재로 같은 처지 국민들 늘어나는 추세"

    자료사진 (사진 = 이미지비트 제공)

     

    지난달 26일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충격을 준 가운데, 1주일 새 일가족 동반자살이 두 건이나 더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2일 오후에는 경기도 동두천의 한 아파트 15층에서 윤 모(37.여) 씨가 네 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함께 투신했다. 윤 씨는 평소 아들의 더딘 성장과 생활고를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 3일 오전에는 경기도 광주의 한 빌라에서 이모(44) 씨와 딸(13), 아들(4)이 번개탄을 피우고 동반자살 했다. 이웃들에 따르면 이 씨는 일용직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자녀들을 홀로 키워왔다.

    송파 세 모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순간에도 '마지막 공과금'이라면서 한 달 치 집세와 공과금을 현찰로 남겼다. 지난 2일 투신한 윤 씨의 품속에는 '이렇게 살아서 미안하다. 죽는 것도 미안하다'는 메모가 적힌 세금고지서가 들어 있었다.

    ◈ 양극화는 심화되고, 같은 처지 놓인 이들 늘어만 가…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어린 자녀들까지 포함해 극단적인 선택을 할 만큼 생활고에 시달렸지만, 주변으로부터 이렇다 할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가족에게 사적 안전망과 사회적 안전망이 모두 부재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소속 허선 교수는 "사적 안전망과 사회적 안전망이 같이 작동하는 사회가 정상 사회인데, 지금 우리 사회는 사적 안전망이 파괴되고 사회적 안전망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옛날에는 어려움이 생기면 가족이나 친인척, 지인들이 도와줬지만, 지금은 그럴만한 공동체 의식이 거의 사라진 상황이라는 것.

    실제로 지난 3일 번개탄을 피우고 자녀들과 목숨을 끊은 이 씨도 지난 1월부터 아내와 별거하면서 지체장애를 앓는 둘째 딸 등 세 자녀를 홀로 키워왔다. 한 동네에 사는 이웃들은 '이 씨가 이 같은 선택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착잡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 교수는 "사적 안전망이 붕괴되면서 기댈 곳은 국가밖에 없게 된 셈이지만, 정작 사회적 안전망은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는 데도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안전망의 붕괴가 고스란히 개인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국빈곤문제연구소 류정순 공동대표는 "지금 우리 사회는 복지를 '개인 빚'으로 대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동체 안에서 해결돼야 할 것들이 해결되지 못하다 보니 개인이 빚을 내게 되고 경제활동에 지장을 받다가 결국 자살에까지 이른다"는 것.

    송파 세 모녀 사건의 두 딸 역시 지병으로 경제활동이 어려운 가운데 신용불량자가 된 상태였고, 어린 아들과 투신한 윤 씨 또한 평소 생활고로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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