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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 끝으로 첫날 일정 마무리 "통일 세상 와야할텐데"



통일/북한

    만찬 끝으로 첫날 일정 마무리 "통일 세상 와야할텐데"

    64년 만에 만난 딸 몰라보는 안타까운 상황도

    설 계기 이산가족상봉 행사가 열린 2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치러진 단체상봉에서 남측 이영실 할머니(88)가 북측 가족을 만나 반가움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금강산=윤성호 기자)

     

    3년 4개월여 만에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20일 저녁 2시간여 동안 북측 주최로 진행된 환영만찬을 끝으로 모두 마무리됐다.

    이날 오후 상봉장소인 금강산호텔을 온통 눈물 바다로 만든 2시간여의 첫 상봉이 끝난 뒤 남북 이산가족들은 저녁 7시 다시 환영만찬장에 모였다.

    북한 가요 '반갑습니다'가 흐르는 가운데 북측 이산가족이 먼저 자리에 들어섰고 곧이어 남측 이산가족들이 입장해 빈자리를 메워갔다.

    긴장되고 설레던 첫 상봉보다 부드러워진 분위기 속에 이산가족들은 이야기 꽃을 피우거나 함께 사진을 찍으며 준비된 음식을 서로 나눴다.

    설 계기 이산가족상봉 행사가 열린 2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치러진 단체상봉에서 남측 가족 박운형 할아버지(93)의 아들 박철 씨가 북측 삼촌과 숙모들에게 큰절을 올리고 있다. (금강산=윤성호 기자)

     

    주명순(92,남) 씨는 북측 이산가족 가운데 최고령인 동생 주금녀(91,여) 씨와 주금옥(71,여) 씨를 만나 64년간 못다한 혈육의 정을 다시 한번 나눴다.

    저녁 만찬에서는 당사자인 주 씨 형제보다 아들과 조카들이 더욱 신난 모습이었다. 명순 씨의 아들 수영 씨는 고모 금옥 씨를 바라보며 "아들이 잘 모셔서 정정하시다. 고모님 정말 건강하세요"하고 말을 건넸다.

    또, 북측의 사촌형을 향해 "통일돼서 형님하고 전화해서 '고기잡았으니 매운탕 드시러 오세요' 이런 세상이 와야할텐데"하고 애절한 마음을 전했다.

    처음 보는 조카가 아직 낯선지 금옥 씨가 조카에게 존댓말을 쓰자 옆에 앉아있던 가족이 "'네' 하지 말고 '야야' 해야지"라고 핀잔을 주는데도 "야이, 야라고 못한다"며 웃어 보였다.

    하지만 노환으로 64년 만에 만난 딸을 알아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도 연출됐다. 6.25 당시 두 딸을 시부모님께 맡기고 남편과 월남한 이영실(87, 여) 씨는 꿈에도 그리던 딸 동명숙(66) 씨를 인지하지 못했다.

    딸 성숙 씨가 언니 명숙 씨를 가리키며 "엄마, 명숙아 해봐요, 엄마 딸이에요, 딸"이라고 말해줬지만 이 씨는 "그래요?"라는 말만 반복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그러나 얼마 뒤 명숙 씨가 "엄마랑 나랑 서로 보고 싶어서 찾아왔잖아요"라고 말하자 어찌된 이유인지 이 씨의 눈시울이 불거졌고 잠시 뒤 명숙 씨의 손을 잡은채 식사를 했다.

    설 계기 이산가족상봉 행사가 열린 2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치러진 단체상봉에서 남측 가족 이선종 할아버지(81)가 북측 가족 여동생 리해선(63), 리해금(67)을 만나 서로 끌어안고 반가워 하고 있다. (금강산=윤성호 기자)

     

    이날 환영만찬을 주재한 북측은 첫 상봉 당시에 썼던 테이블을 다른 것으로 교체하는 등 이번 상봉 행사를 세심하게 준비한 모습이 역력했다. {RELNEWS:right}

    한식과 양식이 혼합된 만찬 메뉴는 식빵, 닭고기냉국, 고기감자마요네즈무침, 송어구이, 오곡밥, 토장국 등으로 구성돼 하루종일 긴장했던 이산가족들의 허기를 달래줬다.

    2시간 동안의 환영만찬을 끝으로 남과 북의 이산가족들은 상봉 첫날 일정을 모두 마무리하고 이날의 가슴벅찬 감격을 마음에 품은채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다.

    둘째날인 21일 오전에는 외금강호텔에서 개별상봉을 가진 뒤 함께 식사를 하고, 오후에는 가족단위상봉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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