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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혁 "올림픽, 스케이트 더 타고 싶은 핑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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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혁 "올림픽, 스케이트 더 타고 싶은 핑계였다"

    이규혁의 마지막 올림픽이 끝났다. (소치=임종률 기자)

     

    "올림픽이 저에게는 핑계라는 생각이 드네요."

    어느덧 6번째 올림픽.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라"고 욕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이규혁(36, 서울시청)에게는 단순히 메달을 따기 위한 올림픽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30년 동안 신었던 정든 스케이트를 벗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규혁은 올림픽을 '핑계'라고 표현했다.

    이규혁은 12일(한국시간) 끝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m를 끝으로 스케이트를 벗었다.

    1991년 13살의 나이로 태극마크를 처음 단 이규혁은 그야말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영웅이었다. 선후배들이 대표팀을 거쳐가는 동안 이규혁은 대표팀을 지켰다. 1997년에는 1,000m 세계기록(1분10초42)를 세웠고, 2001년에는 1,500m에서도 세계기록(1분45초20)을 썼다. 올림픽 메달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 종합 우승 네 차례를 비롯해 월드컵 시리즈에서도 14번이나 우승한 세계적인 선수였다.

    이규혁은 "홀가분하다. 마지막 시합을 했기 때문에 여러가지 감정이 있는 것 같다. 재미있게 했고, 어느 정도 아쉬움도 있다"면서 "스피드스케이팅은 기록 경기이고, 서로 경쟁도 한다. 하지만 시합이 끝나면 서로 위로를 할 수 있다. 그것 때문에 이 종목을 선택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마지막 올림픽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올림픽 6회 출전은 동하계 올림픽을 통틀어 한국 선수로는 최다 기록이다. 이규혁도 20년이라는 시간을 올림픽과 함께 보냈다. 이규혁은 곧 올림픽인 셈이다.

    이규혁은 "이번 올림픽은 나에게 핑계라는 생각이 든다. 올림픽 메달이 없어서 올림픽에 출전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스케이트 선수를 더 하고 싶었던 것 같다"면서 "그래서 지금 즐거울 수 있다. 어느 순간에는 메달도 중요했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스케이트 선수라는 자체가 행복을 더 가져다준 것 같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번 올림픽이다. 많은 것을 봤고,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경기력이 좋지 않은데 많은 분들이 인정해주셔서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면서 "사실 1~2등을 하다가 어느 정도 경기력이 떨어지면 국제대회나 사람들이 많이 보는 대회에서 경기하기가 싫다. 경기를 하면서도 내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기에 포기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경기력이 안 좋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응원해줬기에 부족한 것 알면서도 끝까리 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사실 500m는 포기하려고 했다. 체력적인 부담으로 1,000m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이규혁은 "티켓을 다 땄지만 500m를 두 번 한다는 것이 부담이 됐다. 경기력도 많이 안 좋아서 한 종목에 집중하고 싶었다. 만약 기권을 하면 우리 선수가 대신 탈 수 있나 알아봤는데 안 됐다"면서 "어떻게 보면 후배들이 더 분발해야 한다. 지금 1~2명 선수로는 올림픽에서 승부를 걸기에 많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규혁은 끝까지 달렸다. 자신을 응원해준 사람들을 위한 레이스였다. 초반 레이스는 좋았다. 하지만 나이를 속일 수 없었다. 결국 이규혁은 1분10초049로 21위를 기록했다.

    이규혁은 "정말 힘들다. 한국에서 응원온 분들도 있다. 러시아까지 오기 쉽지 않다. 감사하다 말하고 싶은데 우승했을 때나 멋진 것이다. 그래서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면서 "처음 200m 16초2라는 기록을 봤을 때 '나에게도 올림픽이 오나' 잠깐 생각했다. 한 바퀴 돌았을 때까지도 그랬다. 살짝 중심을 잃었는데 그 때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 '설마 아니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속도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국가대표만 23년. 숱한 국제대회를 치렀다. 함께 운동을 하며 친구로 지냈던 케빈 크로켓(40)은 대표팀 코치로 왔다. 그런 이규혁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바로 2007년 세계선수권이다.

    이규혁은 "2007년 세계선수권"이라면서 "그 때 4번 정도 우승을 했는데 제레미 위더스푼(캐나다)과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시즌에 위더스푼이 세계신기록을 세우고, 우승후보라고 했는데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위더스푼이 그 해 500m에서 처음 진 것이었다. 특히 주니어 시절부터 라이벌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제 이규혁은 얼음판과 작별을 고한다. 물론 서울시청 코치로서 스케이트와 인연은 이어간다.

    이규혁은 "운동을 더 해도 목표 의식이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다음 올림픽은 없다. 이번이 마지막 시합이다. 당분간 얼음 위에는 안 있을 계획이다. 누구랑 경쟁하고 싶지도 않다. 무슨 일이든 져주고 싶다"면서 "지금 포지션이 코치로 이상화와 같은 팀이다. 상화는 정상급 선수라 내가 코치할 것이 없다. 코치라기보다 같이 연구하는 입장이다. 대신 평창에 도전하는 어린 선수들 몇 명의 훈련은 앞으로 내가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규혁이 본 이규혁은 어떤 선수였을까.

    "평가를 한다면 올림픽 메달이 없는 선수죠. 올림픽 메달 때문에 여기까지 왔고, 도전도 많이 했는데 결국엔 좀 많이 부족했어요. 부족함으로 끝나기는 하지만 올림픽 때문에 많이 배워 성숙한 선수로 마감하는 것이 긍정적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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