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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점으로 천당지옥” 수능보다 잔인한 공기업 경영평가



경제 일반

    “소수점으로 천당지옥” 수능보다 잔인한 공기업 경영평가

    자의적인 평가 지표 많아, 주요사업 평가결과 변별력 떨어져

     

    박근혜 정부가 공기업을 개혁하겠다며 공공기관 경영평가 대상을 노조로까지 확대하기로 하면서 경영평가 제도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공공기관 효율화를 위해 꼭 필요한 제도지만 평가를 둘러싼 잡음도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모든 기관들이 전년도 지적사항 개선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기관의 순위나 등급이 아주 작은 점수대에서 결정되는 등 사실상 변별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어느 공공기관 관계자는 "누가 더 경영을 잘했느냐는 대동소이할 것이고, 누가 더 기술적으로 포장을 잘 했냐가 상당히 영향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영평가가 '운칠기삼'이라는 것이다.

    ◈ 포장 잘하기 위해 돈 들여 컨설팅 업체와 계약하기도…기관 사이 과잉경쟁 불러

    이런 상황이다 보니 업무성과 자체보다는 포장에 집중하게 되고 0.01점이라도 더 받기위해 컨설팅을 받거나 평가단에게 로비를 하게 된다는 것이 공공기관 사람들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정책평가연구원은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지표분석 및 개선을 위한 연구 용역'을 위해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관계자 등을 상대로 경영평가에 대한 인식조사를 벌인 결과 "대규모 기관은 상대적으로 자금과 인력의 여유가 있어 외부 기관에 경영컨설팅 의뢰와 보고서 작성에 관한 용역발주를 할 수 있어 규모가 작은 기관보다 상대적으로 보기 좋은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고 비계량지표 평가에서 고득점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기관들이 전년도 지적사항을 적극 개선하고 있어 기관 순위나 등급이 아주 작은 점수대에서 결정이 내려져 0.01점이라도 더 받기 위한 공공기관 사이의 과잉경쟁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의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큰 비계량지표가 평가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로 CBS가 지난해 발간된 공공기관 경영평가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최고등급과 최저등급을 받은 기관들은 주요사업부분 점수 차이는 크지 않았고, 오히려 리더십이나 책임경영 등 비계량지표에서 큰 점수 차이를 보였다.

    예컨데 2012년 평가 당시 주요사업 3개 부문에서 Bo/B/C를 받은 ㄱ공기업은 중간등급인 B등급을 받았지만 주요사업 3개 부문에서 ㄱ공기업과 같은 Bo/B/C를 받은 ㄴ공기업은 최하등급인 E등급을 받았다. 두 기관이 차이를 보이는 것은 책임경영이나 인적자원관리 등 비계량 지표였다.

    ◈ “노조 와해 시 좋은 평가”…비본질적인 분야에서 순위 가려져

    기관들 사이에 점수 차이가 크지 않다보니 정부지침 이행여부 같은 경영의 비본질적인 측면이 평가 결과를 좌우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한 공기업 관계자는 “정부 지침을 이행해 만점을 받으면 3점, 이행 못하면 0점을 받을 것”이라며 “그러나 등수 차이가 몇 십 점으로 나지 않기 때문에 특정 항목에서 1~2점 차이는 어마어마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주관적인 평가 항목을 앞세운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정부가 공공기관을 옥죌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로 작동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지난 정부는 공공기관 노조를 민주노총에서 탈퇴시키도록 하는 것이 노사관계 선진화였고, 경영평가 과정에서 이 같은 성과가 가장 크게 부각됐고, 강성 노조를 깨는 것을 경영평가에서 가장 크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공적 서비스 제공이라는 공공기관 본연의 특성을 무시한 채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효율성 평가 위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민간기업은 수익추구가 목적이기 때문에 상업적 지표를 최대치로 해서 경영평가를 할 수 있겠지만 공공기관에 대한 평가에서 재무적 지표 등 상업적 지표를 과하게 부과하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고 밝혔다.

    경영평가단으로 참여했던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도 "공공기관 설립의 이유는 공공성"이라며 "공공기관들을 경영효율화의 관점에서 지나치게 시장성을 따지는 것은 옳지 않고, 시장성을 최우선으로 두는 기관이라면 공공기관으로서 존재할 이유가 없으니 공공기관 지정을 해제하거나 과감하게 통폐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공기업 개혁 앞세워 경영평가 항목 확대…노동계 “정책실패 은폐 기만술” 반발

    {RELNEWS:right}경영평가를 둘러싼 다양한 지적 등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최근 2014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을 확정하며 부채 방만 경영 관리를 중점평가하고 주요사업 지표의 변별력을 강화하고 노조의 공공기관 경영 및 인사 참여와 관련된 단체협약의 개선 여부를 경영평가의 지표로 넣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모든 경영평가를 거부하고 총파업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는 23일 여의도 한국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공공사업에 대한 정보와 이해부족을 악용해 비난의 화살을 공공기관 종사자들에게 돌려 공공기관 부채의 실제 원인인 정책실패를 숨기는 기만책”이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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