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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해럴의 떨리는 손처럼 내 가슴도 '두근두근'



공연/전시

    톰 해럴의 떨리는 손처럼 내 가슴도 '두근두근'

    [올 댓 재즈 DJ, 뉴욕에 가다! ②] 재즈클럽 빌리지 뱅가드

    뉴욕의 밤을 선율로 일렁이게 만드는 명소 재즈클럽 빌리지 뱅가드. (뉴욕=백원경 아나운서)

     

    [프롤로그] 진한 색으로 물든 거리, 낙엽 냄새가 좋아서 요즘은 더 많이 걷게 된다. 음악이 잘 어울리는 풍경, 음악이 필요한 마음... 재즈가 더 좋아지는 계절이다.

    사실 재즈는 물론이고 음악 자체를 별로 즐겨듣지 않던, 건조한 심장을 가진 내가 약 3년 전 '올 댓 재즈' DJ가 됐다. 별 수 없이 재즈를 듣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러다 서서히 좋은 감정이 생기더니 어느새 음반을 찾아듣고 이제는 틈만 나면 공연장을 찾는 사람이 됐다.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악기의 울림과 연주자와의 교감. 그 황홀한 만남의 순간을 늘 그리워하는 지독한 짝사랑에 빠지고 만 것이다.

    「도쿄에서도 곧잘 가지만, 재즈클럽은 역시 뭐니 뭐니 해도 본장 미국의 재즈클럽이 제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클럽은 많지만, 가장 멋진 곳은 뉴욕의 '빌리지 뱅가드'. 칠십 년도 넘는 세월동안 한자리를 지킨 가게이다보니 단출하면서도 상당히 낡았다. 비도 조금 샌다. 메뉴도 다양하지 않고 결코 친절하지도 않지만, 재즈를 듣는 환경으로는 불평할 여지가 없다. 아주 이상한 형태의 공간이었는데, 음향이 훌륭해서 어느 자리에 앉아도 멋진 소리로 재즈를 즐길 수 있다.」 -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집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에서 발췌.

    그렇다. 블루노트 다음으로 들른 곳은 바로 '빌리지 뱅가드'(Village Vanguard). 재즈의 역사와 함께하며 수많은 명인들이 라이브 녹음을 남긴 곳이며 여전히 최고의 재즈뮤지션들이 연주하고 또 음반을 녹음하는 장소다.

    떨리는 마음으로 '재즈의 메카' 빌리지 뱅가드를 찾은 지난 10월 9일, 때마침 1980~1990년대 가장 훌륭한 재즈 트럼펫 연주자로 불리는 '톰 해럴'(Tom Harrel)의 연주가 있었다. 그는 정신분열증에 시달리며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일흔이 가까운 나이에도 꾸준히 새 앨범을 발표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멋진 뮤지션이다.

    올해, 빌리지 뱅가드에서 녹음한 새 앨범 'Colors of a Dream'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럼, 톰 해럴 퀸텟의 연주로 물들었던 그날 밤의 빌리지 뱅가드로 함께 가보자.

    ■ Village Vanguard - TOM HARRELL QUINTET
    (Tom Harrell-tpt, flgn, Wayne Escoffery-sax, Danny Grissett-p, Ugonna Okegwo-b, Johnathan Blake-d)

    재즈클럽 재즈 뱅가드의 무대로 이어지는 공간에는 이곳을 거쳐간 재즈 뮤지션들의 음반 포스터와 실황연주 모습들이 벽면을 빼곡하게 장식하고 있다. (뉴욕=백원경 아나운서)

     

    어둑어둑 해지기 시작한 저녁,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옷깃을 여미고, 지도를 찾으며 들어선 '그리니치 빌리지'(Greenwich village)의 어느 골목. 사진에서 봤던 빨간 간판이 보인다. [Village Vanguard].

    지하에 위치한 작은 클럽은 오랜 역사가 그대로 묻어있다. 삐걱거리는 문, 툭 치면 떨어질듯 아슬아슬하게 벽에 붙어있는 음반 커버와 사진들, 낡은 테이블과 의자. 무엇보다 놀란 건 무대와 관객의 거리!

    {RELNEWS:right}블루 노트보다도 작은 규모인데, 무대의 턱이 아주 낮고 좌석과 가까워서 앞자리엔 연주자들이 움직일 때 발소리까지 그대로 들릴 것 같다.

    우린 드럼 바로 옆자리 벽에 붙은 장의자에 자리를 잡는다. 음료를 주문하고 기다리다가 막 공연이 시작하기 전에 화장실에 다녀오는데, 그 사이 내 자리에 백발의 노인이 앉아있다.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남자의 모습에 움찔한다. 왠지 무서운 느낌이다. 조심스럽게 가까이 다가간다. 하얗게 얼굴을 덮은 수염과 덥수룩한 머리, 그리고 트럼펫. 아- 재즈 트럼페터 톰 해럴!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그의 바로 옆에 비껴 앉는다. 검은색 수트와 아무 무늬도 없는 검은색 구두.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하게 차려입은 그의 손은 심하게 떨리고 있다. '과연 연주가 가능한 걸까?' 이렇게 손을 떨고 있는데, 거장의 옆자리에 앉아있다는 감격도 잠시, 기운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그의 모습에 조금 걱정이 된다. 하지만 옆에 앉은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그는 곧 무대로 나간다. 그리고 바로 시작!

    뉴욕의 명소 브룩클린 덤보(Brooklyn, DUMBO). 브룩클린 브릿지는 성공한 자들의 상징인 맨하탄과 함께 미국 경제의 상징이면서 비싼 방값을 피해 건너온 간난한 자들의 다리이기도 했다. 배고픈 아티스트들이 주로 잡는 터전인 이곳 브룩클린은 지금은 미국의 유명인과 아티스트이 탄생하는 예술가들의 명소이기도 하다. (뉴욕=백원경 아나운서)

     

    모든 생각을 잊고 5명의 연주자들이 만들어내는 리드미컬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다. 꼿꼿하게 서서 연주하는 톰 해럴은 에너지를 최대한 아끼려는 듯 모든 연주가 끝날 때까지 어떤 멘트도 하지 않았다.

    섹소폰 이나 드럼 솔로가 이어질 때 그는 잠시 무대에서 나와 기둥 뒤에 서 있었는데,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로 아슬아슬 하게 트럼펫을 쥐고 있는 그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와 그의 팀의 연주는 관객들의 손을 꼭 쥐게 했고, 뜨거운 일렁임을 만들어 냈다.

    모든 연주를 마치고 그가 간단히 각 악기와 연주자를 호명하고 작은 목소리로 '땡큐'(Thank you)라고 이야기 했을 때, 터지듯 박수와 환호가 나왔다. 울컥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공연이 끝나고도 나는 한동안 그대로 앉아 있었다. 모두 자리를 떠나고, 내 안의 물결이 잔잔해질 때까지.

    ■ 빌리지 뱅가드(www.villagevanguard.com)는 저녁 7시 30분에 문을 열고 하루에 두 번 (8:30pm, 10:30pm)공연이 열린다. 입장료는 자리에 상관없이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25, 금요일과 토요일은 $30 이고, 식사는 불가능하다. 역시 홈페이지에서 스케줄을 확인할 수 있는데, 1966년부터 지금까지 매주 월요일엔 뱅가드 재즈 오케스트라(VANGUARD JAZZ ORCHESTRA)가 공연을 하고 있다.

    (재즈클럽 디지스 클럽(Dizzy's club) 이야기는 다음 편에...)

    ▣ <백원경의 올="" 댓="" 재즈="">는 매주 월~일 오전 02:00~04:00 CBS 음악FM을 통해 품격높은 국내외 뮤지션들의 재즈를 소개하는 국내 유일의 데일리 재즈음악 방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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