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건설사로부터 돈을 받은 의혹 등 개인 비리와 관련된 조사를 받기 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4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4일 오후 1시 45분쯤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원 전 원장은 '황보건설로부터 금품을 받았나', '소감을 말해달라', '국정원 수장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3번째 원장인데 심경이 어떠냐'는 등의 취재진의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고, 건장한 남성 3명에게 둘러싸인채 취재진을 밀치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이후 원 전 원장은 "(검찰조사가)끝나고 필요한 말을 하겠다"며 "(현금 수수 의혹에 대해)검찰과 이야기하겠다. 제대로 사실대로 이야기해줘야 한다"며 말을 아낀채 청사 10층 조사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원 전 원장이 자리를 떠난 뒤 신분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원 전 원장을 경호한 이들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들의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 CBS가 국정원에 문의하자 국정원 관계자는 "전직 원장에 대한 경호를 지시한 바 없다"며 "직원들이 언제 어디에 있는지를 국정원이 일일이 파악하고 있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 전 원장의 개인비리를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여환섭 부장검사)는 원 전 원장을 상대로 황보건설 황보연 전 대표로부터 관급공사와 대형건설사의 민간 발주 공사 수주하는 데 도움을 주고 금품을 받았는지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검찰은 지난 4월부터 황보건설의 옛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입수한 선물리스트를 바탕으로 원 원장에 대한 금품수수 혐의를 조사해왔다.
황 대표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명품가방과 의류, 순금 등 1800만원 상당의 선물과 1900만원 상당의 골프 접대, 1400만원어치의 식사 등 향응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황 대표는 선물 외에 금전 제공에 대해선 계속 부인하다가 최근 1억5000여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