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에서 고장과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안전불감증 문제로만 여겨졌던 사고들. 하지만 지난 2001년 한국전력공사의 발전부문이 6개의 회사로 분리, 본격적인 '경쟁시대'로 접어들면서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자칫 대형사고와 피해를 동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발전소 밖' 사람들과도 무관치 않은 문제다.
지난 12년 동안 발전소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걸까. 문제점과 대안 등을 4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글 싣는 순서 |
1. 죽어가는 근로자들 2. 위험까지 '하청에 재하청' 3. 발전소 '경영평가 전쟁'이 불러온 것들 4. 또 다시 발전소 경쟁을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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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발전소를 누비며 일하는 근로자 전 모(53) 씨.
"오늘 하루도 살았구나"는 현장을 나서는 전 씨와 동료들이 매일 되뇌는 말이다.
◈ 한 근로자의 허망한 죽음"안전망만 설치돼 있었어도..."
지난달 26일 당진화력발전소 9·10호기 건설현장. 함께 일하던 박 모(51) 씨가 '악' 소리를 낼 틈도 없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75m, 아파트로 치면 28층 높이에서 바닥에 철판을 까는 작업을 하던 박 씨였다.
"철골에 막 서너 번을 부딪치며 30m 넘게 떨어지는데... 안전망이 없었던 거예요. 기계 설치한다고 안전망을 다 떼버리고 원상복구를 안 한 거예요. 저희는 그것도 모르고 그 높은 데서 일을 한 거지."
"모기장보다 좀 나은 수준"이라며 푸념하던 안전망조차도 그 순간엔 없었다.
추락한 박 씨는 숨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응급인력도, 앰뷸런스도 보이지 않았다. 봉고차에 실려 40여 분 거리에 떨어진 병원으로 간 박 씨는 사망 판정을 받았다.
◈ 번듯한 발전소 안에 숨겨진 '죽음의 환경'이 같은 위험은 근로자들에게는 이미 익숙하다. 발전소 신축 현장은 물론, 사고를 막기 위해 실시하는 '계획예방정비' 기간에는 오히려 더 많은 사고가 발생한다.
"정비 기간을 하루라도 더 줄이는 게 발전소 입장에서는 '돈'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근로자 김 모(54) 씨의 설명이다.
"오버타임을 많이 시키죠. 그래도 빠듯해요 아주. 이건 뭐 하늘이 두 쪽 나도 빨리 (발전소) 불을 붙여야 되니까 일이 무지 바빠요. 화장실 갈 틈도 없어요."
현장에 들어온 지 2~3일 만에 사고를 당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머리 위로 큼지막한 부속들이 지나다니다 아래로 떨어져서 머리를 다치기도 하고 어깨를 다치기도 합니다. 원래 '상하 동시 작업'은 위험해서 못 하게 돼 있지만 바쁠 땐 그런 거 안 따져요. 항의하면 '당신 말고도 여기 일할 사람 많다'고 합니다."
지난해 13명, 5명의 사상자를 낸 보령화력과 태안화력 사고는 모두 계획예방정비 기간에 발생했다. 일부 부품이 빠지거나 불량인 비계 구조물을 다시 세우지 않고 그대로 사용했다 벌어진 일이었다.
근로자들은 "알려지지 않은 사고가 더 많다"고 말한다.
지난해 사고 이후 발전소 한 곳에서만 237개의 산업안전보건 분야 위반사항이 드러났다.
특별근로감독을 벌인 대전고용노동청은 "이제는 달라질 것"이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현장 근로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그렇게 큰 사고가 있었는데도 달라진 건 없어요. 이번에 죽은 제 동료? 안전망 하나가 없어 목숨을 잃는 상황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