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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나 봉이 김선달이나 거기가 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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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이나 봉이 김선달이나 거기가 거기?

    [변상욱의 기자수첩]

    ㄴㄴ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여수시 8급 공무원 김 모씨가 10년 가까이 76억 원을 빼돌린 사실이 적발돼 떠들썩하다. 근로소득세, 상품권 환급금, 퇴직공무원 급여 등을 빼돌려 등 차명계좌만 100여개에 감춰두고 있었다 한다. 처가.친가에 고급아파트를 선물하고, 사채놀이도 하고, 출퇴근은 국산소형차로 평소에는 BMW, 벤츠 타고 정말 영화같은 이야기. 왜 그랬냐고 하니까 아내 때문이란다, 치사하다.

    ◇봉이 김선달은 단독일까, 조직일까?

    공직 비리 중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순서로 치자면 광주 이석호 씨 사건이 단연 수위를 차지한다. 이석호 씨는 1971년부터 1985년까지 세무서와 광주국세청에 근무하면서 국유지 매각관재업무를 담당했다. 그리고 야금야금 국유지를 삼키다보니 여의도 면적의 21배에 이르는 5,260만평의 국유지를 불법취득했고, 이 토지를 친인척들에게 위장분산시킨 사건이다.

    1994년에 대법원이 3,580만평에 대해 불법취득토지 환수판결을 내렸는데 아직도 거둬들이지 못한 토지가 남아 있다. 광주지방국세청에는 이석호 토지환수 담당팀이 따로 구성되어 애쓰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건의 경우 토지가 팔리고 팔려 제 3자에게 넘어가고 매입당사자가 전혀 장물인 줄 모르고 사들였으면 국가가 되돌려 받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구조적인 비리와 결함이다. 여수 시청 횡령 사건의 경우는 전산 시스템, 감사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데도 전산시스템은 본인이 손으로 하는 게 더 편하다며 거부했고, 지역 자체 감사도 몇 번이고 있었는데 못 잡아냈다. 서로 적당히 봐주고 넘어가기가 발동되어 왔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엄청난 땅을 꿀꺽했다는 광주 이석호 씨 사건도 마찬가지. 90년대 초 이 씨가 7년 징역형을 치르고 나와 2000년대 중반 공무원들과 짜고 또 토지사기 사건을 벌여 공무원들이 줄줄이 처벌받았다. 정말 기가 막힌 건 이런 상황에도 2010년 가을, 국민권익위원회가 ''''고위공직자 청렴도 평가 연구보고서''''를 마련하며 공무원들에게 고위공직자 청렴도를 물었더니 점수가 93.8점이 나왔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원장이 비리 종합세트로 판명돼 해임됐다. 연구사업 인센티브 가로채기, 부하직원에게 돈 뜯어 쓰기(직원은 어디서 가져 왔을까?). 이렇게 수천만원 챙긴 것도 모자라 자격 없는 조카딸을 국제협력전문가로, 감사 사위를 홍보팀에 없던 자리 만들어 정규직으로 각각 채용하고 조카의 동서도 특채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겨가며 다른 직장 겸직까지 했다하니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정도이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라고 했는데 그 동네를 살펴보니 이해가 간다. 지난 18일 국정감사 내용을 보니 이 동네, 즉 교육과학기술부 산하의 기초기술연구 관련 10개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은 2008년부터 5년간 직원들의 징계형사입건 수가 238건에 이른다. 여기는 도대체 뭐하는 동네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중징계는 4명뿐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에서 세수를...

    공직비리는 2006년 216명에서 2011년에는 1,226명으로 5년간 4배 이상 급증했다.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자도 2008년 764명, 2009년 1,089명, 2010년 1,436명 2011년 1,506명(행정안전부 집계)으로 3년 사이에 2배 가까이 늘었다. 한국투명성기구의 발표로 이명박 정부 4년간 공직비리는 61% 증가했다.

    너무 엄격히 감사하고 처벌해서 적발자가 많은 걸까?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그건 아닌 듯하다. 탈세 캐내러 다니는 세무서의 비리, 각종 공직비리를 수사할 검찰 등 사정기관의 부패스캔들, 이 모든 정부기관을 감독관리할 청와대 측근들의 비리.. 이렇게 새는 바가지로 공직자비리를 샅샅이 뒤졌을 리는 없다.

    국제투명성기구의 2011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한국은 세계 183개국 중 43위로 지난해보다 네 계단이나 떨어졌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7위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최근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도 우리나라는 24위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정치 신뢰(105→111위), 공무원 편파성(84→94위), 정책 투명성(111→128위), 정부 지출 낭비(71→95위), 정부 규제 부담(108→117위) 등이 점수를 깎아내린 취약부문이다.

    부패인식지수에서 성적이 좋은 나라 중 뉴질랜드가 있다. 2004년 당시 뉴질랜드 총리이던 헬렌 클라크 일행이 과속운전을 했다. 목격한 주민들이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총리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것이 반부패 인식이라고 하는 것이다. [BestNocut_R]

    청렴도 높은 나라로 꼽힌 스웨덴. 공직자의 모든 정보는 국민에게 공개한다는 원칙이 바탕이 되고 있다. 정보공개 관련 법률이 마련된 것이 240여 년 전이다. 헌법으로 정보공개와 청구권 등 정보자유권을 국민기본권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공직자들이 공적인 문제로 주고받은 편지나 이메일 등도 공식기록으로 보고 공개청구가 가능하다. 교회도 공적 기관이어서 시민들이 정보공개를 요구하면 재정과 운영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이런 나라들과 비교한다면 대통령 가족이 퇴임 후에 묵을 사저 땅 문제로 특별검사의 수사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는 아직 민주주의라 부르기도 부끄럽다. 총선이나 대통령 선거 때 지지 후보에게 한 표 찍어주고 오는 걸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국민의 권리, 국민의 재산에 대해 국민이 감독하고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제도와 절치들이 정립되어 있어야 하고, 그런 능력이 훈련에 의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휘되기까지 우리의 민주주의는 초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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