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가 20일 자신이 창당을 주도한 자유선진당을 탈당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보수가치''를 중요시하는 이 전 대표가 최근 자유선진당의 ''탈이념'' 움직임에 반발해 탈당을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저는 오늘 그동안 몸담아왔던 자유선진당을 떠나고자 한다"며 "창당 후 저와 함께 손잡고 고락을 같이 해오면서 어떤 어려운 환경에서도 저를 믿고, 저에게 힘을 보태주신 당원동지 여러분에게 가슴으로부터 뜨거운 고마움과 고별의 인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이어 자신이 2선으로 물러난 상태에서 치른 4.11 총선과 관련해 "참담한 선거결과는 우리에게 충격이었다"며 "크나큰 좌절과 실망에 빠진 당원동지들을 보면서 저는 자괴감을 금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의 탈당 이유에 대해서는 "저는 우리 당이 ''자유선진당''으로 있는 동안, 즉 개명을 하게 될 전당대회 이전에 당을 떠나기로 결심했다"며 "국민의 마음과 당원동지의 뜻을 소중하게 담아 나라를 위하고 당을 살리는 개혁과 변화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4.11 총선에서 5석의 의석을 얻는 실망스런 성적을 낸 자유선진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구성하는 한편 당명 개정을 비롯해 당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인제 비상대책위원장은 특히 "탈이념이 필요하다"고 당 개혁의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그동안 ''보수가치와 이념''을 강조해온 이 전 대표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이 전 대표의 측근으로 이미 탈당을 예고한 박선영 의원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탈당 보도자료 그대로만 봐달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도 "최근 자유선진당의 탈이념 움직임에 실망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의 또 다른 측근은 "탈이념으로 가는 자유선진당의 당원으로 있다보면 거취에 제약이 많아서 탈당을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BestNocut_R]

이어 "앞으로 정치원로로서 필요한 결단이나 행보를 할 것이고 정계은퇴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뒤 "신당을 창당하는 것도 여러가지 시나리오 속에 포함돼 있고 신당을 창당하게 되면 지역에 얽매이지 않고 정통보수를 내건 이념정당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의 탈당으로 그를 지지하는 당내 인사들의 후속 탈당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당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자유선진당이 급속하게 내분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