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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일을 하면서도 보수는 50배 차이…'특고' 사장님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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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일을 하면서도 보수는 50배 차이…'특고' 사장님의 비애

    [회색 근로자 '특고' ③] 자영업자로 위장된 근로자들 "내가 누군지 나도 헷갈려"

    영하 10도의 날씨에도 보조출연자들은 대기실 하나 없는 야외에서 감독의 사인을 기다려야 한다.

     

    특고(특수고용직근로자)는 형식적으로는 자영업자지만 사실상 특정 회사에 소속된 직원인 경우가 허다하다.

    본질적으로는 고용인이지만 자영업자로 위장됐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 카드 모집인, 겉으로는 개인사업자지만 실상은 '영업사원'

    국내 재벌 계열사의 카드모집인으로 9년째 일하고 있는 한 모(52) 씨는 자신이 ‘직원’인지 ‘사장’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한 씨는 정해진 시간에 회사에 출근하는 ‘직원’이지만 실적에 따라 수입이 정해지는 ‘개인사업자’기도 하다.

    한 씨는 “지시도 받고 교육도 받고 하죠. 따라서 회사에 소속이 돼 있다는 게 강하죠. 그렇다고 내가 자영업이라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최근에는 카드 영업 사원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비용 부담도 커졌다. 카드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해 고객용 사은품을 자비로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녀는 “서로 과당경쟁을 하는데다 사은품은 불법이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부담해야 하니까 어렵죠”라고 털어놨다.

    카드회사에 소속돼 있는 직원은 맞지만 같은 회사의 정직원들과는 달리 해당 재벌의 계열사 제품을 할인받는 등의 혜택은 전혀 누릴 수 없다.

    ◈ 직원 관리 의무는 회피, 쉽게 돈 벌려는 기업의 꼼수…'특수고용노동자'

    회사로서는 개인사업자 지위인 특고를 고용함으로써 사용자가 져야 하는 귀찮은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회사는 실적을 강요하지만 고객과의 분쟁이나 영업과정에서 이뤄지는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다.

    특고에 대해 노동계에서 ‘개인사업자로 위장된 직원’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위장된 특고는 이외에도 많다. 화물운수사업의 경우, 가장 극단적인 ‘위장 사장님’으로 꼽힌다.

    화물트럭 운전기사들은 화주-물류회사-지입사로 이어지는 물류운송 체계 속에서 형식상으로는 지입사에 지입만 한 자영업자지만 사실은 모든 통제를 받고 있다.

    특히 지입사 뿐 아니라 화주로부터도 2중 통제를 받는다.

    말로만 사장일 뿐 두 세명의 ‘시어머니’의 감시와 관리를 받는 사실상의 종속된 근로자다.

    최근까지 8톤 트럭을 가지고 국내 대표 할인매장의 물류를 운송했던 이 모(47)씨는 “유명 대기업이라고 해서 기대를 하고 입사했지만 입사 첫날부터 그런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고 말했다.

    지입차주의 비애를 모르고 들어갔던 것은 아니지만 각종 규율 등이 직전회사보다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개인 사정상 자신을 대신해 운전자를 세우려 했지만 그 역시 거부당했다.

    그는 “내가 차주인데 왜 내마음대로 못한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BestNocut_R]

    화물트럭 운전기사들은 5대 이상 트럭을 소유해야 운수사업을 할 수 있다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때문에 혼자서는 일을 못하고 본인의 차를 갖고도 회사, 즉 '지입 회사'에 소속돼야 한다.

    지입 회사는 회사차를 따로 제공하지 않고 운영비용도 따로 지급하지 않지만 운전자들은 등록 대가로 오히려 수익의 일정비율을 회사에 지급 한다.

    지입 회사들은 ‘손도 안대고 코 푸는 격’으로 앉아서 돈만 챙기는 꼴이다.

    ◈ 4대보험도 지급 하지 않는 '용역 업체', 기업과 특고 가운데서 착취만 할 뿐

    눈에 띄지는 않지만 드라마에 빠지면 안 되는 보조출연자들, 엑스트라 역시 대행사에 속해 있지만 터무니없게도 개인사업자로 위장돼 있다.

    대행사는 ‘파견근로업체’로 등록을 하고 보조출연자들에게 4대 보험 등 혜택을 제공해야 하지만 이런 의무를 피하기 위해 무허가로 운영하고 있다.

    일은 고되기 그지없고 보조출연자라서 겪는 설움도 크다.

    보조출연노조 문계순 위원장은 “우리가 출근하면 9시간 정해진 게 아니라 2~3일씩 노예처럼 끌려 다닌다. 감독이 촬영할 때까지 노예로 팔려가는 꼴이다”며 보조출연자들의 신세를 한탄했다.

    주연배우들과의 관계에서 불평 부당한 대우도 감수해야한다.

    문 씨는 “배우나 우리나 똑같은 일 하는데 쟤네는 신발도 신겨주고 우리는 대기실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연들은 한 회 촬영 때마다 200만원을 받지만 우리는 4만원 받고 촬영 한다”며 “어떻게 같은 곳에서 일하면서도 받는게 50배나 차이가 날 수 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멀쩡한 근로자를 사장님으로 둔갑시키다 보니 모순도 많다.

    대표적인 것인 노조 조직 문제다. 사용자는 특고 신분인 만큼 노조 조직이 안 된다고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이미 학습지교사들에 대해 이미 노조를 인정한 상태다.

    따라서 특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 없이는 대한민국 노동시장은 혼탁과 혼돈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워 보인다. (4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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