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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사는 달랑 1명"...찌아찌아족 한글 교육 실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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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2}"혼자 너무나 힘들죠. 제가 혼자 가르치는 교실이 모두 14반이에요. 학생들이 모두 440명이고요. 한국어도 제가 6개월 동안 배워서 어떤 문장은 어떻게 하는지 아직 모르는데..."

    한글날이던 지난 9일, 한국말로 통화를 하는 게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차분히 말을 잇는 아비딘 씨는 현재 인도네시아 바우바우시에서 찌아찌아어의 한글 문자 교육을 하고 있는 오직 하나 뿐인 현지 교사다.

    지난 2008년 훈민정음학회가 바우바우시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현지인으로서 서울대에서 6개월 동안 한글 교육을 받은 것이 아비딘 씨의 한글 교육 전부다.

    아비딘 씨는 원래 고등학교의 영어 선생님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영어는 물론 찌아찌아어의 한글 문자 표기와 함께 한국어까지 가르치는 1인 3역을 맡고 있다.

    바우바우시 소라월리오읍에 위치한 까르야 바루 초등학교와 부기 제 1초등학교, 부기 제 2초등학교 3곳과 바우바우6 고등학교에서 찌아찌아어를 한글로 된 교과서로 가르치고 있다.

    그는 혼자 14반, 학생 440명을 가르치고 있지만 바우바우시나 훈민정음학회로부터 초과 수당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영어 교사의 월급만 받으면서 한글과 한국어 교육을 맡아 사실상 무료 봉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아비딘 씨는 "올해 4월 훈민정음학회 이사장이 찾아왔을 때도 찌아찌아어 교재를 빨리 만들라고 했을 뿐 처음에 약속했던 한국어 책이나 학용품 등 지원은 하나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바우바우시는 훈민정음학회와 관계 단절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상태이기 때문에 한국인 현지 교사 파견은 물론 가장 시급한 문제인 교사 양성이 중단된 지 오래다.

    이처럼 바우바우시 현지에서 한글 교육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배경에는 훈민정음학회 측이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다.

    훈민정음학회의 전 회원이었던 한 교수는 CBS취재진과 만나 “훈민정음학회는 한국문화원 건립, 교사 양성, 교보재 지원 등을 약속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2003년부터 초대 민선 시장이 된 바우바우시 시장이 한글만 받아들이고자 했던 것이 아니고 경제적 지원 등 언어 외적인 것을 더 바랐다"고 했다.

    이어 “훈민정음학회는 이를 알고도 2008년 한글 사용 및 한글교사 양성에 관한 양해각서를 포함해 2009년 원암한국문화원 건립을 위한 의향서 등 여러번 협정을 체결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으니 바우바우시가 결별을 선언한 것”이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이기남 훈민정음학회 이사장(원암문화재단 이사장)은 “경북대와 연계해 세종학당을 설립하는 등 한글문자를 보급할 다른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북대 측은 “세종학당에 설립신청을 해서 허가를 받았지만 대학 내부에서 검토하는 중이라 확정적으로 강사 파견이나 강의 개설 등은 연기된 상태"라고 엇갈린 대답을 내놨다.

    실제 경북대는 세종학당에 조건부 인가를 받은 뒤 8월 중순에 한국어 강사 1명을 뽑았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진척이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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