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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인은 왜 제주도에 기부단체를 설립했나



제주

    캐나다인은 왜 제주도에 기부단체를 설립했나

    • 2012-05-11 07:30

    다니엘 네이븐, 매년 비치발리볼 열어 불우 가정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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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가없는 기부가 아닌, 추억을 얻는 기부를 원합니다'' ''제주 퓨리(Jeju Furey)''라는 기부단체를 제주도에 설립한 캐나다인 다니엘 네이븐(Daniel nabben)의 말이다. 한마디로 ''어떤 노력도 없이 그냥 얻어지는 것을 거부한다''는 ''Never Something for Nothing''이 그의 기부철학이다.

    작렬하는 태양을 그대로 받으며 모래 사장 위에서 펼치는 비치발리볼 대회. 매년 여름 이호해수욕장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기부단체 ''제주 퓨리''가 지난 2009년부터 시작한 비치발리볼 대회는 제주도의 어려운 이웃들을 돕기 위한 행사다.

    매년 두차례 5월과 10월에 열린다.

    당초에는 퓨리 네이든(Furey Nathan)이라는 외국인의 가족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퓨리 네이든은 ''제주 퓨리'' 설립자 다니엘 네이븐의 친구로, 프리스비(Frisbee, 원반던지기) 경기를 한 뒤 갑작스럽게 숨졌다.

    당시 퓨리 네이든에게는 1살, 2살난 아들들과 부인이 있었고 바로 이들을 돕기 위해 ''제주 퓨리''라는 자선단체가 만들어진 것이다.

    처음엔 친구 아들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설립했지만 점차 도와주는 대상도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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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니엘 네이븐은 ''제주 퓨리''를 설립한 이유로 "친구의 죽음을 가만히 앉아서 슬퍼만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가까운 친구를 가족처럼 생각해요. 그저 슬퍼해주는 것만으로는 그의 부인에게, 아이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잖아요. 그래서 퓨리의 두 아들을 위한 학비를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비치발리볼 대회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운동을 좋아해서 제주도에 처음 왔을땐 프리스비나 럭비 팀을 꾸려보려고 했지만 여성들의 참여가 저조했어요. 어느날 기대하지 않고 비치발리볼 광고를 냈는데 예상외로 여성의 참여가 많았습니다. ''비치발리볼을 하면 남녀 불문하고 많은 사람을 모을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그때 한거죠"

    이때문에 다니엘은 친구가 죽고난 뒤 그의 유족을 위한 기금마련 행사로 비치발리볼 대회를 곧바로 떠올렸던 것이다.

    처음엔 여러 장애물이 있었다. 장소 구하기도 쉽지 않았고 장비 등의 지원도 턱없이 부족했다.

    "시청에 가서 이호해수욕장을 빌려달라고 했더니 처음에는 거부하더군요. 지금까지 그 곳에서 그런 행사를 해 본적이 없다는 식의 답변이었죠. 하지만 끈질기게 부탁했고 드디어 장소사용을 허락받았어요"

    첫 대회는 많은 사람들의 참여로 성공을 거뒀고, 3개월만에 퓨리 가족을 돕기 위한 돈도 마련할 수 있었다.

    다니엘은 친구 가족을 지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선 사업 대상을 제주도의 어려운 가정을 돕는 것으로 넓혔다.

    다니엘은 "''자신이 지역사회에서 얻은 만큼 다시 그 곳에 환원해야 한다''고 말한 김녕 미로공원 설립자 더스틴 H. 프레드릭의 영향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죽은 친구를 위한 비치발리볼 대회를 통해 지역에서 많은 것을 얻었어요. 아름다운 해변은 물론 대회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지원받았죠. 프레드릭처럼 ''내가 받은 것을 이호 사람들에게, 나아가 제주도 사람들에게 돌려 줘야겠다'' 는 생각을 했고 그걸 실천으로 옮긴 겁니다."

    ''제주 퓨리''는 이호에 있는 어려운 가정들을 지원하고 있고 노형동의 또다른 가정도 후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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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퓨리''를 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람으로 다니엘은 대회를 위해 2-300개의 케이크를 직접 구워 준 ''크리스틴 밀러(Christine Miller)''를 꼽았다.

    "기억에 남는 사람이 너무 많은데 제주대학교에서 퓨리와 같이 일했던 크리스틴 밀러(Christine Miller)는 비치발리볼을 통해 기금을 마련한다는 것을 알고 먼저 도움을 주겠다고 했어요. 대회를 위해 200개에서 300개 정도의 케이크를 구워줬죠. 보통일이 아닌데 아무런 이익을 따지지 않고 해준 거죠."

    제주 퓨리를 통한 자선 행사는 이처럼 수고를 아끼지 않는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로 이뤄진다.

    참가자들은 비치발리볼 경기와 캠핑을 하면서 잊지 못할 추억을 안고 돌아간다. ARS 전화 한통으로 잊히는 기부가 아닌 모두가 즐기며 추억을 남기는 기부다.

    "다른 사람에게 아무 것도 주지 않으면서 기부 받기만을 원하지 않아요. 비치발리볼과 캠핑을 통해 좋은 추억을 그들에게 주고 기부를 받는 것을 원합니다"

    한마디로 그의 기부철학은 ''Never something for nothing''이다.

    ''비치발리볼 대회를 한국의 유명한 기부 페스티벌로 만들고 싶다''는 다니엘과 제주 퓨리. [BestNocut_R]

    올해 첫 대회는 오는 19일과 20일 이틀동안 열린다. 제주 퓨리의 기부 철학을 체험할 수 있는 황금같은 기회가 코 앞으로 다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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