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이진원, '내 이름을 불러 주세요-이백조 선생님'(2024), 캔버스에 아크릴, 혼합재료, 91×116.8㎝. 아르브뤼미술상 제공발달장애로 불리는 신경다양성 신진 작가 발굴을 위해 제정된 '아르브뤼미술상'의 수상자 전시회 '지금, 내 이름을 불러주세요'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 KCDF갤러리에서 오는 3월 2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제3회 아르브뤼미술상 수상자 13명의 작품 45점으로 구성된다.
'아르브뤼미술상'은 국민일보가 한국 1세대 실험미술 거장 이건용(83) 작가의 후원을 받아 지난 2023년 제정한 상이다. 당시 평소 발달장애인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김건희 여사가 전시장을 방문해 "하나같이 작품성이 너무 좋다. 진지하면서도 굉장히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해 대중에게 편안하게 다가오는 그림들"이라고 평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술상 이름은 프랑스 화가 장 드뷔페가 아마추어, 어린이, 자폐아 등의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미술 세계를 '아르 브뤼(Art Brut·원생미술)'라고 표현한 데서 따왔다.
올해로 3회를 맞은 '아르브뤼미술상'은 장애인 예술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미학적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점에서 호평받고 있다.
이건용, 신체드로잉 76-1-2025(2025), 캔버스에 아크릴릭, 91×117㎝. 곽인숙 기자이번 전시를 위해 신작 두 점을 제작해 출품한 이건용 작가는 지난 6일 수상 작가들과 함께 '이건용 특별 초대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이 작가는 "기성작가에게서 찾아보기 어려운 순수함과 우직함이 보인다. 창작을 통해 자신들이 본 세상의 아름다움을 남과 공유할 수 있다니 '예술은 참으로 위대하구나!' 싶다"며 "세상을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느끼게 해 준 수상 작가들과 그 가족들을 힘껏 응원한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부친과 동생이 목사로 활동한 독실한 기독교 집안 출신이다. 지난 2019년부터 매년 지구촌 취약 아동 돕기에 앞장서 잠비아 식수사업에만 수억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전시 제목은 자신의 이름을 친절하게 불러준 사람들을 그리고, 제목마다 '내 이름을 불러주세요'를 넣는 이진원(25)의 대상 수상작에서 영감을 얻었다. 여기에 '지금'이라는 단어를 추가함으로써 장애·비장애인이 위계 없이 어울려 사는 사회를 향한 행동을 촉구한다.
전시장 벽면에 설치된 대상 수상자 이진원 작가의 엄마 강선옥씨의 말. 곽인숙 기자이진원 작가의 '내 이름을 불러주세요'가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적 장애가 있는 이 작가가 중학교 특수반에서 처음 자신의 이름을 불러준 선생님을 그린 작품으로, 이름이 불렸을 때의 기쁜 마음처럼 환한 색채가 화폭에 가득 담겨져 있다. 최우수상은 작품 '가족'의 강다연(20) 작가, 우수상은 미디어아트 작품 '도로 위의 차 퍼레이드'의 권세진(24) 작가가 수상했다.
최우수상 강다연, '가족'(2024), 캔버스에 펜과 아크릴 물감, 116.8×91.0㎝. 아르브뤼미술상 제공전시는 수상자 13명의 작품 세계를 세 가지로 나눠 보여준다.
1부 '인간과 동·식물'에서는 가족과 주변 사람, 호랑이와 황소, 꽃과 나무 등을 주로 그리는 작가 이진원, 김동후, 강다연, 손제형, 송정하가 우리에게 익숙한 대상인 인간과 동·식물을 신경다양성의 창을 통해 낯설게 감각하게 한다.
2부 '일상'에서는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거나 행복했던 순간을 섬세하게 기록하는 네 명의 작가들의 작품을 만난다. 자동차·버스 등 탈 것의 세부 부품을 그려 동력을 표현하고 이를 미디어아트로 제작한 권세진의 차량들, 격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권중강의 오락 캐릭터들, 반려견 깜봉이와의 행복한 추억을 담은 신의현의 레고 세계, 독립적 삶의 기쁨을 가득 담은 김진수의 집을 통해 바쁜 현대인들이 놓치고 사는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된다.
27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KCDF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제3회 국민일보 아르브뤼미술상 전시회 '지금, 내 이름을 불러주세요'를 찾은 관람객들이 '꼬마 관람차'에 앉아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곽인숙 기자
3부 '자연'에서는 자연의 생명력에 주목하는 작가 네 명의 작업을 소개한다. 흔들리고 부대끼면서도 싱그러운 주혜미의 자연, 특유의 기하학적 시선으로 바라본 푸른 잎맥들로 가득 찬 환상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이재영의 자연, 화려한 색채와 동적인 리듬을 타고 있는 최봄이의 자연, 탄생의 순간 속에 인간과 비인간이 공존하는 황성현의 자연을 볼 수 있다.
전시장에 바퀴달린 '꼬마 관람차'에 앉아 낮은 시선에서 작품을 관람할 수 있게 한 점도 눈길을 끈다. 실제 전시장에서 꼬마 관람차에 앉아 전시를 보는 관람객들을 볼 수 있었다.
공모전을 총괄기획한 손영옥 국민일보 미술전문기자는 "제3회 아르브뤼미술상은 미술의 범주를 넘어 신경다양성 작가들이 사회성을 기르고, 다른 사람과 어울려 섞여 사는 사회, 즉 포용적 예술을 넘어 포용적 사회를 꿈꾸는 전시"라고 밝혔다.
전시장 벽면에 설치된 총괄기획자 손영옥 국민일보 미술전문기자의 말. 곽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