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오는 4월 결혼을 앞둔 조모(36·여)씨는 최근 신혼 가전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TV, 냉장고, 세탁·건조기를 구매하려고 백화점, 마트, 로드샵 등 이곳저곳을 돌아다녀 보니 직원 모두가 혜택이 많다며 '구독'을 추천했기 때문이다.
가전제품을 모두 구매하기 위해서는 1천만원을 훌쩍 넘는 목돈이 필요하지만, 구독을 하면 한달에 20만원 안팎의 돈만 내면 되는 점도 고민을 키우는 요인이었다. 조씨는 "웨딩촬영, 드레스 대여, 신혼여행 준비에도 워낙 많은 돈이 들어 가전제품을 구매하기엔 부담"이라며 "그렇다고 가전을 구독으로 마련하자니 할부와 다를 바 없을 것 같아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제는 가전제품도 빌려 쓴다…'구독' 시대 열려
경기도 수원시의 한 LG전자 베스트샵. 이준석 기자과거 자동차, 정수기 등 일부 제품에 한정됐던 대여 서비스, 즉 '구독'이 전 제품군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국내 양대 가전 기업인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참전으로 가전제품 구독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고 있다.
두 기업 중 먼저 구독 사업에 뛰어든 건 LG전자다. 2009년 정수기 렌탈 사업을 시작으로 가전 구독 사업에 뛰어든 LG전자는 2022년 대형 가전으로 구독 대상을 확대한 데 이어 현재는 23종 300여개 제품을 구독으로 판매하고 있다.
LG전자의 지난해 한국 구독 사업의 매출은 1조 6천억 원으로 2023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고, 가전 전체 매출의 27%를 차지할 정도로 구독의 수요는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구독 서비스인 'AI 구독클럽'을 전국 삼성스토어와 삼성닷컴에서 시작했다. 구독 서비스 이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가전을 구매한 10명 중 3명은 구독 상품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는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주요 가전뿐 아니라 핸드폰, 테블릿에도 구독 모델을 적용하는 등 구독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커지는 구독 시장…경제성은 꼼꼼히 따져봐야
경기도 수원시의 한 삼성전자 삼성스토어. 이준석 기자구독 시장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지 또한 다양해졌지만, 무작정 구독이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초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총 비용을 고려하면 구매보다는 더 많은 비용이 든다는 단점 때문이다.
실제 LG전자의 A냉장고의 월 구독료는 5만8900원(5년 약정 기준), 5년 동안 내는 금액은 총 353만4천원이다. 신제품의 가격은 230만원으로, 123만4천원 차이가 났다. 삼성전자의 B세탁기·건조기도 구독료 5년간 총 713만400원(월 11만8840원)으로, 신제품보다 394만8천원 비쌌다. 구독료에는 제품을 관리하는 비용까지 포함됐고, 이를 고려하더라도 총 구독료는 신제품보다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80% 이상 비용이 더 들었다.
업체에서 정한 카드를 일정량 쓰면 할인 혜택이 제공되지만, 약속한 금액을 채우지 못하거나 약정 기간 내에 계약을 해지할 경우 위약금 및 회수비 등 부대비용이 부과될 수 있다. 제품이 파손될 경우에도 일정 비용을 내야 한다는 점도 단점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가전제품을 구독으로 이용하다 사망하거나 제품을 설치할 수 없는 곳으로 이사를 가 부득이하게 기업과 갈등을 빚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초기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구독을 선택했다가 오히려 더 큰 돈이 들어갈 수 있으니 소비자는 꼼꼼히 따져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