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는 미·이스라엘 정상.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각)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을 주변 아랍국가에 강제 이주하도록 하고 미국이 가지지구를 점령해 소유할 것"이라는 구상을 밝히자, 인근 중동 국가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반발과 우려가 터져 나왔다.
특히 국제연합(UN)과 미국 공화당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은 인종청소에 해당하며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영구적으로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강하게 우려를 표하면서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트럼프 "가자지구 장악해 '중동 리비에라' 만들겠다"…주변국 즉각 반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한 뒤 가자지구를 점령해 미국이 장기 소유하면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는 "위험한 불발탄과 무기 해체를 책임지고, 부지를 평탄하게 하고, 파괴된 건물을 철거하고,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와 주거를 무한정으로 공급하는 경제 발전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자지구 미군 투입 가능성을 두고도 "필요하다면 그렇게 하겠다"면서 "그곳을 장악하고 개발해 수천 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중동 전체가 매우 자랑스러워하는 장소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파괴된 가자지구에 자군 투입을 감수하고서라도 장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특히 그는 프랑스 지중해 연안의 휴양 명소인 '리비에라'를 언급하며 "가자지구의 잠재력은 믿기 어려울 정도다. 그곳에 세계 모든 사람들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동의 리비에라'가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인근 중동 국가들은 즉각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외무부는 이날 "팔레스타인인을 쫓아내려는 모든 시도를 거부하며, 팔레스타인 국가를 창설하지 않고는 이스라엘과 관계를 수립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앞서 요르단·이집트·카타르·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국가들도 지난 1일 외교장관 공동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주민 이주 구상에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가자지구를 통치해 온 하마스도 거세게 반발했다. 하마스는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이 지역에 혼란과 긴장을 조성하는 방안"이라며 "이 같은 계획이 통과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필요한 것은 우리 국민에 대한 점령과 침략을 종식하는 것이지, 그들을 땅에서 몰아내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주변국을 비롯해 국제사회에서 즉각 반발과 우려가 빗발친 건 그의 계획이 다수의 국가가 지지해 온 '두 국가 해법' 취지에 완전히 벗어나기 때문이다. 전임 바이든 정부까지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합의를 통해 서로 주권을 지닌 독립국임을 인정하고 평화롭게 존재하도록 하는 '두 국가 해법'을 존중해왔다.
연합뉴스하지만 트럼프의 해법에 따라 미국에 의해 가자지구의 주민들이 강제로 이주할 경우 팔레스타인의 주권은 물리적으로 심각하게 침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또 가자지구에서 터전을 가지고 지내온 팔레스타인인들을 쫓아내는 과정에서 소수집단을 계획적으로 말살하는, '인종청소'의 위험성까지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취재진 질문에 "인종 청소에 해당한다"며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영구히 불가능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여당 공화당에서도 '인종 청소'라는 비판이 나왔다. 팔레스타인계인 저스틴 아마쉬 전 공화당 하원의원(미시간)은 "미국이 가자지구에서 무슬림과 기독교인을 강제로 추방하기 위해 군대를 배치한다면 또 다른 무모한 점령에 휘말릴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인종 청소 범죄 유죄를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시민단체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무슬림 시민권 및 옹호 단체인 미국-이슬람 관계 위원회의 니하드 아와드 이사는 성명을 내고 팔레스타인인 강제 추방은 분쟁을 촉발하고 미국 명성을 훼손할 것이라며, 국제법을 무의미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가자는 미국이 아닌 팔레스타인인들의 땅"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절대 시작될 수 없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반면 이스라엘 극우 장관들은 즉각 환영했다.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은 SNS에 히브리어로 감사하다고 표현하며 "훨씬 더 좋다, 정말 더 좋다"고 반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