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 디베이트 Ⅲ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제외 어떻게?'에서 이재명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당내 비명계 대권잠룡들의 공세가 연일 펼쳐지고 있다. 비명계 세력도 기지개를 켜며 조직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기대선을 앞두고 이 대표에 대항해 존재감 키우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총구는 밖으로 겨눠야 한다"며 자신을 향한 공세를 자제시키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 대표 측은 내심 대선을 앞두고 당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우선 각각 세력을 키워놓고, 추후 포용·통합을 통해 민주당 지지층을 확대할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비명계 후보와 겨루는 경선 과정에서 거둘 '붐업' 효과를 기대하는 셈이다.
비명계 "이재명 성찰부터 해야"…초일회도 활동 기지개
4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를 겨냥한 비명계의 공세 수위는 점차 올라가고 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이날 SNS를 통해 이 대표가 계엄 방지를 위한 개헌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헌에 신중한 이 대표의 고뇌를 모르진 않는다"면서도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는 개헌에 대해 민주당이 소극적일 이유가 없다. 정치권은 책임 있게 탄핵 그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SNS를 통해 "이 대표가 지금이라도 지난 대선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성찰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3년 전 치러진 대선까지 소환했다.
임 전 실장은 "이재명 후보가 부족했고 당의 전략이 부재했음을 온전히 받아들여야 비로소 이기는 길이 보일 것"이라고 불편한 표현을 감추지 않았다.
비명계의 조직화 움직임도 감지된다. 22대 총선에서 낙선한 전직 민주당 의원 모임인 '초일회'는 오는 6일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만나 현 정국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이 대표와 당 대표 선거에서 맞붙은 김두관 전 의원은 김경수 전 지사와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향후 조기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비명계가 이 대표에 대항할 비명계 대선 후보를 옹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초일회 소속인 양기대 전 의원은 "이 대표에 대한 비호감도가 민주당 정권교체에 발목을 잡고 있다"며 "근본적인 문제는 이 대표에게 있다"고 말했다. 초일회의 조직적 움직임의 근거를 제시하는 동시에 이 대표의 한계를 지적한 셈이다.
비명계 목소리가 커지자 이 대표도 달래기에 나섰다. 이 대표는 전날 SNS를 통해 "작은 차이로 싸우는 일은 멈추고 총구는 밖으로 향했으면 한다"며 "저 또한 여러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면서 함께 이기는 길을 찾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목소리에 귀 기울일 테니, 이른바 '내부 총질'은 자제하자는 것이다.
"다양한 목소리가 李 부담 덜어줘"…비명계 포용해 지지층 넓힐 수도
윤창원 기자그러나 이 대표 측은 내심 최근 일어나고 있는 비명계의 움직임이 이 대표에게 나쁘지 않을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겉으로는 당이 분열하는 듯 보이지만, 오히려 대선 준비 과정에서 당내 다양한 세력의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되는 것이 이 대표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이다.
이같은 시각은 비명계 움직임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현재 비명계 인사는 대부분 현역 의원이 아니며, 당내 세력 또한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나는 비명계 대선주자들의 지지도 또한 이 대표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비명계가 합종연횡을 거치더라도 이 대표 중심의 현 체제를 흔들기 쉽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지금의 갈등이 지난 총선 때처럼 친명계와 비명계 간 계파 싸움으로 확전할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당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이 대표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있다. 그 동안 이 대표는 이른바 '일극체제'가 오래 유지되면서, 운신 폭이 자유롭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민주당에 대한 각종 비판과 지적이 이 대표에게만 집중된 것이다.
이 대표는 전날 SNS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고 활발한 토론이 이뤄질 때 창의성과 역동성이 살아난다"며 "민주당이 한 목소리만 나오지 않도록 오히려 다른 목소리를 권장하면 좋겠다"고 쓰기도 했다.
당의 지지층을 넓힐 기회이기도 하다. 당 안팎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데에는 이 대표 개인에 대한 비호감도 때문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경우 오랜 기간 민주당의 유일한 대선 후보로 거론되면서 이미지가 지나치게 많이 소모됐다"며 "새로운 모습보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진 감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이기에 조기 대선 경선 과정에서 다양한 비명계 인사들이 등장할 경우 새로운 민주당 지지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가 향후 비명계를 포용할 경우, 지지층이 한층 두터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 대표와 비명계 후보 간 신경전은 향후 경선판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여러 후보가 경쟁할 것으로 보이는 여권과 달리, 민주당의 경우 현재까지 이 대표 외 뚜렷한 후보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적 불리함을 무릅쓰고 비명계 후보 다수 출마해 적절한 수위의 파열음을 낼 경우 '컨벤션 효과'로 경선 분위기를 달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은 변수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재판 결과다. 이 대표가 2심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유죄를 선고받을 경우 비명계는 후보교체 필요성을 주장하며 세력화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2심에서 형량이 대폭 감경되거나 무죄를 선고받을 경우 비명계의 동력은 한층 떨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