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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학술

    최소 40만 마리 이상…'전쟁과 개 고양이 대학살'

    책공장더불어 제공 책공장더불어 제공 
    "최소 40만 마리, 일주일 만에 75만 마리의 개와 고양이가 살해당했다."

    1939년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며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독일에 영국이 선전포고 한 지 4일 만의 일이었다.

    옥스퍼드대학 러스킨 칼리지의 대중역사과 학장을 지낸 저자는 6년 전쟁 동안 민간인 6만 여 명이 사망한 이 전쟁에서 영국인들이 자신들이 동물 애호가라는 자부심으로 키우던 고양이와 개를 학살했던 전쟁사에서 가려진 동물 학살의 역사를 파헤친다.

    저자는 인류 역사에서 끔찍했던 이 전쟁 기간 폭격이나 '적'에 의해서가 아니라 보호자들로부터 수 십만 마리가 죽임을 당했다며 1차 대전과 대공황 등을 겪은 경험이 식량·방공호 부족 등에 대한 '심리적 공포'로 이어지며 동물 학살이라는 집단주의적 광증을 일으켰다고 지적한다.

    전쟁이 다가오자 영국인들은 함께 살던 개와 고양이에게 고통을 주지 않겠다는 의지로 안락사를 결정한다. 폭격에 대비해서 자녀를 시골로 보내고, 암막 커튼을 만드는 것처럼 동물을 죽였다. 국가의 명령도 아닌 개별 가정에서 자발적으로 결정한 죽음이 모여 대학살이 됐다.

    저자는 당시 신문, 수의사 기록과 같은 문헌 정보들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 전쟁이라는 광기와 폭력 속에서 개와 고양이는 특유의 본능으로 이곳 저곳으로 숨어들어 목숨을 건지기도 했고, 인간과 동물이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의지하며 회복해나가기도 했다고 강조한다.

    동물들은 인간에게 감정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사람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이 되었다. 반려 동물과 음식을 나눠 먹거나 불안한 상황 속에서 서로에게 깊이 의지할 때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이 분비되며 정서적 안정을 도왔다.

    저자는 전쟁 전에 인간과 동물이 맺은 관계의 차이에 따라서 어떤 개는 살았고, 어떤 고양이는 죽임을 당했다며 함께 살기로 결정한 인간과 동물은 전쟁과 공습을 거치면서 더 단단한 관계가 됐다고 분석했다. 동물-인간 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저자는 동물을 전쟁의 중심 무대로 이동시켜서 같은 경험을 공유한 인간과 동물의 상호관계를 새롭게 정의한다. 수 만년 동안 인간 사회의 폭력성과 자연의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의존과 신뢰의 방식으로 서로에게 의지하며 생존했던, 특히 가장 대규모의 근대 전쟁터에서 여러 개, 고양이의 삶을 들여다본다.  

    힐다 킨 지음 | 오윤성 옮김 | 책공장더불어 | 3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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