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검찰이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윤 대통령이 '12·3 내란사태'를 일으킨 지 54일 만으로,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기소돼 '피고인' 신분이 된 초유의 일이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26일 오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윤 대통령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등과 공모해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등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구체적으로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입 통제 △총기 무장 계엄군이 국회 경내에 진입해 의원 보좌진 등을 위협 △계엄 해제 결의안을 처리 중인 본회의장 진입 시도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 등 요인에 대한 체포 및 구금 시도 △무장 계엄군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점거 및 정보관리국 서버실 수색 등을 지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특수본은 "법원은 2회에 걸쳐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로 (구속기간 연장 신청을) 불허했다"며 "이에 따라 1차 구속기간 만료 전 피고인을 내란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특수본은 지난 2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사건을 송부받았고, 지난 24일 경찰로부터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6건을 송치받은 바 있다.
'내란 수괴' 혐의만 기소
특수본은 윤 대통령의 혐의들 가운데 내란 수괴 혐의만 기소했다.
특수본은 "피고인의 구속 이후 사정변경이 없어 여전히 증거인멸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피고인의 1차 구속기간 만료 전, 피고인에 대한 경찰 송치 사건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송부 사건의 범죄사실 중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헌법 제84조)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해서만 구속기소했다"고 설명했다.
내란사태에 가담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주요 피고인들은 내란 혐의와 함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도 같이 받고 있지만, 윤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신분이기 때문에 불소추특권을 적용 받지 않는 내란 혐의만 적용해 기소했다는 것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기소된 내용 이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과가 나온 뒤 적용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추가 尹대면조사는 없었다
15일 한남동 관저에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수사처로 압송되고 있다. 과천=박종민 기자앞서 특수본은 지난 23일 공수처로부터 윤 대통령 사건을 넘겨받아 구속기간 연장을 신청했지만, 지난 24일 법원이 불허했다. 검찰은 전날 구속기간 연장을 재차 신청했지만 법원은 또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법원의 불허 근거는 '공수처법 26조'였다. 공수처가 수사한 후 송부한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청 검사가 보완수사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애초 최장 20일까지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다는 셈법 아래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 계획 등을 세웠던 특수본이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난 상황이었다.
이에 심우정 검찰총장은 이날 오전 대검 차장 및 부장, 전국 고·지검장 등과 '전국 검사장 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 사건 처리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을 곧장 구속기소하는 방안과 석방 후 불구속 상태로 추가 수사를 이어가는 방식 등이 전부 검토됐는데, 결론적으로 기소 의견에 무게가 실렸고 심 총장도 구속지시를 지시했다고 한다.
대검찰청은 "오늘 전국 검사장 회의를 개최해 대통령의 내란죄 사건과 관련해 그간 제기된 법률적 쟁점과 처분 방향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쳐 검찰 특수본에 공소제기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檢 "증거 충분…공소장 100쪽 넘어"
비록 윤 대통령에 대한 추가 대면 조사 등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검찰은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12·3 내란사태 관련 공범들에 대한 수사를 대부분 마치면서 확보한 진술과 자료가 윤 대통령의 혐의 입증에 강력한 증거로 작용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대검은 "그간의 수사 경과에 비추어 구속을 취소할 사정변경이 있다고 볼 수 없고,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등 주요 임무 종사자 등에 대한 수사로 확보한 증거와 조지호 경찰청장 등 경찰에서 송치한 수사 기록 등을 종합할 때 혐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였으므로 구속기소가 상당하다는 의견 등을 종합해 공소제기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기존 공소장(김용현 전 장관 등 공범들에 대한 공소장)보다 좀 더 늘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며 "100페이지를 조금 넘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조사를 하면 할수록 사실관계가 밝혀지는 부분이 있어서 추가했다"고 말했다. 앞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은 83쪽,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공소장은 95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