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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미숙' 정원 작가 "여백은 독자들이 끼어들 공간"[만화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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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의 미숙' 정원 작가 "여백은 독자들이 끼어들 공간"[만화iN]

    공포 미스테리 웹툰 '아름의 시네마' 알라딘 연재
    독특한 시선, 묵직한 이야기로 주목 받는 만화가
    2019 우수만화도서 선정, 2021 우리만화상 수상

    알라딘 콘텐츠 플랫폼 투비컨티뉴드 연재 웹툰 '오늘의 시네마' 정원 작가가 작품 원고를 살펴보고 있다. 김민수 기자알라딘 콘텐츠 플랫폼 투비컨티뉴드 연재 웹툰 '오늘의 시네마' 정원 작가가 작품 원고를 살펴보고 있다. 김민수 기자
    "웹툰은 플롯 포인트(전환점)가 있고 앵글이 지속적으로 바뀌면서 흥미를 유발하는데 반해 출판만화는 마치 영화관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엔딩까지 달려가야 하는 어트렉션(영화)와 비슷하죠."

    피너툰 연재 후 단행본으로 출간된 만화 '올해의 미숙'(2019·창비)으로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우수만화도서에 선정되는 등 출판만화계의 주목을 받은 정원 작가는 웹툰과 출판만화의 차이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한다.

    시·소설, 특히 영화에서 작품의 영감을 받는다는 정원 작가는 쟝 피에르 다르덴 감독이 연출한 영화 '로제타(Rosetta')에서 '올해의 미숙'이 탄생했다고 소개했다. 이름때문에 학교에서 늘 '미숙아'라고 놀림받던 80년대생 장미숙의 성장기를 그린 이 만화는 소외된 계층의 삶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며 현대 사회의 불평등과 인간의 존엄성을 탐구하는 영화' 로제타'의 말수 없는 주인공을 모티브 삼았다.

    한국의 90년대, 2000년대를 배경으로 미숙이 가족 안에서 겪는 갈등과 친구 사이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묵직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네이버웹툰 '한국만화 또 다른 시선' 코너에 소개된 '뉴 서울'의 확장판 '뒤늦은 답장'(2022·창비)은 김현 시인의 시집 '낮에 해변에서 혼자'에 함께 실린 에세이에 사진 찍는 장면과 함께 "저기 서서 웃어봐"라는 멘트가 인상적이어서 작가의 허락을 구하고 작품 끝 장면에 오마주하기도 했다.

    2016년 웹툰 '불성실한 관객'(피너툰)으로 데뷔한 정원 작가는 출판만화와 중소 플랫폼을 오가며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고 호평을 받아왔지만 그의 작품을 메이저 웹툰 플랫폼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의 만화가 비상업적인 다양성만화이기 때문이다.

    가끔 소설도 쓰면서 현재 알라딘 콘텐츠 플랫폼 투비컨티뉴드에 공포 미스테리 웹툰 '아름의 시네마'를 연재하고 있는 정원 작가를 노컷뉴스 [만화인]이 만났다.


    정원 작가의 웹툰 단행본 '오늘의 미숙'과 '뒤늦은 답장'. 작가 제공정원 작가의 웹툰 단행본 '오늘의 미숙'과 '뒤늦은 답장'. 작가 제공

    "앙굴렘 같은 창작자 지원 '만화 레지던스' 늘어 났으면"


    ▶만화를 그리게 된 계기는?

    = 원래는 영화를 좋아해서 시나리오를 쓰고 싶었다. 처음 '노르웨이 고등어'라는 시나리오를 썼는데, 영화를 제작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만화로 먼저 만들어보기로 했다. 남들이 한 주에 60~100컷을 그리는데, 만화 문법도 모르고 처음이다 보니 2~3주에 겨우 20컷을 그렸다. 네이버 도전만화에 단편 '노르웨이 고등어'와 '삼점몇키로'를 올렸는데 독자들의 반응이 괜찮았다. 웹툰 플랫폼 코미코에 투고했는데, 단편 코너가 없어 1년을 더 준비해 2016년 장편 '불성실한 관객'으로 데뷔했다.


    ▶출판만화로 여러 작품을 냈다. 소개해달라.

    = 2017년 출판사 창비에서 청소년소설 '옥수수 뺑소니'에 그림 작가로 참여한 것이 인연이 되어 '올해의 미숙'(2019·창비), '뒤늦은 답장'(2022·창비)를 비롯해 2021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한 지역탐방 프로젝트 만화 시리즈 '알프스 스키장'(2021·삐약삐약북스)을 출간했다. 개인적으로는 '보리의 가운데'(2019), 단편만화집 '삼점몇키로'(2020)를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으로 출간했다.


    ▶작화 스타일을 보면 직접 펜으로 그린듯 하다.

    = 작업은 디지털 드로잉으로 한다. 수작업 펜 선을 주로 사용하는데, 육필원고처럼 타이핑과 다른 궤적이 느껴져서 선호한다. 깔끔한 디지털 선은 기계적인 느낌이라서 직접 펜으로 그린듯한 선을 사용하는 게 나의 작품 스토리에도 어울리다 보니 굳어진 것 같다.

     
    김민수 기자김민수 기자
    ▶문제의식을 가진 주제들이 두드러진다. 독립출판만화 또는 그래픽노블이라고 불러도 되나?

    = 그래픽노블은 해외에서 사용하는 용어지만 한국에서는 마케팅적인 용어로 주로 쓰이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만화'라고 생각한다. 굳이 구분한다면 '다양성만화'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정원 작가가 추구하는 만화는?

    = 나는 갈등을 해결하는 플롯보다 잔잔하게 지켜보는 서사를 선호한다. 요즘의 웹툰처럼 에피소드의 연결점이 그리 긴밀하지는 않다. 게임처럼 시네마틱한 흐름을 좋아하는 독자도 계시고 오픈월드 맵 끄트머리에서 낚시하는 걸 즐기는 낙천적 게이머도 있는 것처럼 작품 속 갈등 해결구조보다 여백과 횡단이 많은 작품을 그리려고 한다. '올해의 미숙'은 말수가 없는 사람을 지켜보는 게 모티브였고. '뒤늦은 답장'은 눈(雪)을 남들과 조금은 다르게 본다는 의미를 부여하려고 했다.  

    자신의 기억이나 이야기, 경험들을 들을 계속 채워나갈 수 있게 독자들이 끼어들 여백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관찰자시점의 어트랙션 무비같다고나 할까. 박인하 만화평론가(서울웹툰아카데미 이사장)께서 하신 말씀 중에 "타자 이야기를 자기 서사처럼 그린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그런 행간이 많아서 '자신의 이야기처럼' 빠져들 수 있는 만화를 그리려고 한다.  


    ▶알라딘 투비컨티뉴드에 연재 중인 웹툰 '아름의 시네마'는 공포 미스테리 장르다. 기존 해왔던 작품들과 다른데, 어떤 만화인가?

    = '아름의 시네마'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만화다. 늘 다니는 평범한 골목길이지만 어느 순간 닭살이 돋으며 머리가 쭈뼛 서는 경우가 있다. 바다는 매혹적이지만 바다에 대한 또 다른 두려움이 공존하는 것처럼 무섭지만 매혹적인 존재에 대한 감정을 그려내려고 한다.

    최근 공포 스릴러 영화를 많이 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로 풀어내고 싶었다. 찰리 코프먼 감독의 '이젠 그만 끝낼까 해'라는 영화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영화가 상당히 어지럽다. 뭔가 기분도 나쁘고 무서운데 매혹적인 부분이 있다. '아름의 시네마'에 영감을 주기도 했는데, 만화를 보면서 독자분들이 무심코 길을 걷다가 뭔가 이상한 것을 보고 알 수 없는 낯설고 소름 돋았던 경험을 공유했으면 하는 작품이다.

    '아름의 시네마'. 작가 제공 '아름의 시네마'. 작가 제공  
    ▶새롭게 구상하고 있는 작품이 있나?

    = 아직 아이디어 단계인데, 지금의 시대가 불허 하는 퇴임한 세대의 아버지와 전혀 다른 새로운 시대의 아버지상을 찾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다. 현대에서는 아버지라는 존재가 자꾸만 미미해진다. 지금 30대 밀레니얼 세대 주인공을 중심으로 은퇴를 맞은 아버지 세대가 오히려 그 자식 세대에게 배신을 당하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


    ▶웹툰시장이 성장하고 만화에 대한 개념도 변화하는 것 같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 독립출판만화 시장이 더 성장했으면 한다. 규모의 경제가 이루어져야 다양성을 가진 만화들도 더많이 사랑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최근 독립출판만화 행사들이 늘어나고 있어 고무적인데, '만화 렌지던스'도 많이 늘어났으면 한다. 앙굴렘국제만화축제가 열리는 프랑스 앙굴렘에 '작가의 집'이라는 만화 레진던스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국내에서도 작가들이 도서관이나 지역 기관에 창작지원 및 참여프로그램이 생겼으면 한다. 만화 레지던스는 작가에게 상주 공간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창작 결과물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작년 아르코(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8개월간 창작 공간과 창작비를 지원하는 상주 작가 프로그램에 만화 작가로는 처음으로 선정됐는데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시로 그림 그리는 시네포엠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고, 창작물 발표 기회도 주어진다. 앞으로 창작 레지던스와 같은 창작자 지원 프로그램이 만화계에도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민수 기자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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