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미 신정부 출범 민관합동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부터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등을 공언하고 행정명령을 발표하자 우리 정부와 업계 모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측과 정확한 소통을 위해 산업부 실무대표단까지 미국에 급파했다. 정부는 대내적으로는 각종 불확실성에 여러 악재까지 겹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민관 원팀'을 강조했다.
무역협회 찾아 '원팀' 강조한 산업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 한국무역협회에서 윤진식 회장과 면담했다. 안 장관은 "지난 한 해 녹록지 않은 대내외 수출 여건에도 우리 수출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쾌거를 거둬 우리 경제 펀더멘털의 굳건함을 보여줬다"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던 저력은 바로 '수출원팀' 코리아로 (특히) 협회가 무역업계를 대표해 대외 신인도 관리, 기업 애로 해소 등에 힘써주신 덕분에 지난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감사를 전했다.
안 장관과 윤 회장은 올해 수출의 파고를 넘기 위해 한마음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데 뜻을 함께 했다. 정부는 올해 수출이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보일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올 초부터 반도체 단가 하락 등 주력 품목 수출 여건이 좋지 않고 지난해 호실적에 의한 기저 효과, 설 연휴로 인한 조업일수 4일 감소 등 나쁜 조건들이 많다. 여기에 트럼프 2기가 막을 올리면서 예고했던 대로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안 장관은 "범부처 비상 수출 대책을 2월 목표로 준비 중인데 현장이 체감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위해 협회가 무역·통상 분야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하면서 "미국 신(新)정부 출범에 맞춰 정부와 한 팀으로 우리 수출 기업에 우호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게 협회가 가진 네트워크를 총동원하고 협회의 통상 법무 지원 기능도 강화해달라"고 제안했다. 이에 윤 회장은 "협회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전문가 풀을 활용해 정부와 협력을 강화하고 미 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한 정보와 전략적 인사이트를 기업에 제공하겠다"고 화답했다.
'민관합동 대책 회의' 美 정책이 우리 경제 미치는 영향 분석
연합뉴스안 장관은 오후에는 민관합동 대책 회의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사 및 행정명령 등을 통해 발표된 정책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하고 업계와 실시간 정보를 공유했다. 특히 미국 측이 발표한 '미국 우선 통상정책 행정명령'(America First Trade Policy)에 따른 무역적자 조사, 무역협정 검토, 전기차 우대 조치 철폐, 에너지 정책 변화 등이 한국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대책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안 장관은 "정부는 미국 측 조치 배경과 세부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산업부 실무대표단을 미국에 급파했으며 미국 측과 소통할 것"이라며 "우리에게 우려 요인 뿐 아니라 기회 요인도 있는 만큼 민관이 긴밀히 협의해 총력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향후 미국이 발표할 가능성이 있는 행정조치 등이 한국 기업의 수출과 글로벌 공급망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의견을 개진했다. 또 정부가 업계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해 미국 측과 협의해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민간 차원에서도 미국 현지 네트워크를 총가동해 아웃리치를 전개하고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2일(현지시간)부터 한국 정부를 대표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2025 다포스 포럼'에 참석해 대외 활동에 나선다. 정 본부장은 유럽연합(EU)·영국·프랑스 등 10개국 이상 주요국 통상장관 등 각료들과 릴레이 양자면담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그는 한국이 정치적 상황에 대한 대외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차분하게 정책을 추진 중임을 강조하며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데 앞장설 계획이다. 또 우리와 비슷한 입장에 처한 나라들과 대(對)미 통상 공조 방안 등도 긴밀히 협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