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조기대선 국면이 열리면서 유력 대권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선거 모드에 들어갔다. 윤석열 대통령 구속, 강성 지지자의 법원 난동 사태에도 공세를 자제한 채 차분한 대응에 나섰다. 이 대표는 6대 은행장과 간담회를 갖는 등 민생 챙기기에 주력할 방침이다.
반면 민주당은 여권 공세를 강하게 펴며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당이 강성 보수층을 때리는 동시에 이 대표가 민생을 챙겨 최대한 중도층을 확보하겠다는 투트랙 전략으로 풀이된다.
'로키' 李, 법원난동에도 "출발 위한 진통"…은행장 만나 '민생행보'
이 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진행된 긴급 기자회견에서 법원난동 사태와 관련해 "민주 공화국의 기본적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로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짧게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겪는 이 혼란은 새 출발을 위한 진통"이라며 "위대한 국민들의 힘으로 반드시 극복할 것이고, 그 결과 새 희망 있는 세상으로 뚜벅뚜벅 나아갈 것"이라고 다소 원론적인 논평을 내놨다.
같은날 민주당이 "윤석열 내란 일당과 전광훈 동조 세력에 경고한다"라며 "극우 세력의 난동은 국가의 위기를 부추길 뿐"이라고 수사기관의 엄단을 주문한 것과는 결을 달리 하는 메시지다.
이 대표는 또 윤 대통령 구속에 대해서도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당은 물론 유력 대권주자들도 앞다퉈 SNS에 입장을 올렸지만, 이 대표는 관련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
앞서 국민의힘은 이날 긴급비상대책위원회에서 윤 대통령 구속과 관련해 "12개 혐의가 있는 이 대표도 같은 잣대로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조기대선을 염두에 두고 후보 몸가짐을 갖추려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많다. 공세를 통한 지지층 결집보다는 대선 후보자로서 전국민을 아우르려는 태도를 보이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해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대선이 4~5월쯤 열릴 수 있다고 보면 사실상 지금 레이스는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며 "사실상 선거 운동 기간"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측은 "내란특검도 처리했고 최근 사태와 관련해 당 차원에서의 시급한 과제는 처리했기 때문에 톤도 조절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대표는 6대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가지며 민생 행보에 속도를 낸다. 야당 대표가 시중 은행장을 만나는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오는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은행권 현장간담회'에 참석한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소상공인 등 취약 계층에 대한 민생 지원을 요청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與 '극우보수' 공세 고삐…20일 상임위 현안질의
발언하는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윤창원 기자반면 민주당은 공세에 고삐를 죄고 있다. 특히 최근 윤 대통령 구속과 법원난동 사태를 고리로 여당을 강하게 견제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극우 보수 세력과 거리를 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중도 확장을 견제하려는 모습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석열의 위헌, 위법한 비상 계엄과 내란 행위를 옹호하는 것도 모자라 백골단을 국회로 끌어들여 폭력을 부추겼다"며 "부정한 언행에 대해 국민께 백배사죄하고 지금이라도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시 제명하라"고 날을 세웠다.
기자들과 만나서는 "민주당은 법원 침탈을 폭동이라고 정확하게 정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은 상임위 차원에서 법원난동 사태와 관련된 공세 수위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는 오는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 등을 대상으로 현안질의에 나설 계획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의 이같은 투트랙 전략은 최근 여당 지지율 상승세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은 39%, 민주당은 36%로 집계됐다. 직전 조사와 비교해 국민의힘 지지율은 5%포인트(p) 상승했고, 민주당은 변동이 없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선 건 지난해 8월 넷째 주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조기대선 국면에서 여권이 빠르게 결집하는 상황에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해당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6.3%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