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제공대권 잠룡으로서 경제·외교 분야의 전문성을 앞세워 온 김동연(더불어민주당·67) 경기도지사가 12·3 내란 사태로 맞닥뜨린 위기 상황 극복에 힘을 보태기 위해 국제 무대에 선다.
대한민국의 선진화된 민주주의 체계와 경제적 체력 등에 관한 신뢰감 있는 메시지를 전세계에 알려 '국가신인도'를 회복하겠다는 취지로, 정치·경제·외교 등 3가지 종목에서 국가대표 역할을 하겠다는 각오다.
'경제 메신저' 김동연 "韓 회복력 강해"…언론브리핑 고공전
20일(현지시간) 김 지사는 이날부터 스위스 그라우뷘덴주에 있는 다보스에서 열리는 '2025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에 참가해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다보스 포럼으로도 불리는 세계경제포럼은 저명한 기업인과 정치인, 경제학자, 언론인 등이 모여 글로벌 현안들을 토론·연구하는 국제민간회의다. 55년간의 역사를 지닌 '세계경제올림픽'으로 국제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이번에 국내 정치인, 지방자치단체장 중에는 김 지사가 유일하게 참석하는 만큼, 경제올림픽 국가대표로서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먼저 김 지사는 포럼 참여를 위해 스위스를 찾은 팜 밍 찡 베트남 총리와 간킴용 싱가포르 부총리 등 각국 정상급 인사들과 개별 면담을 이어간다.
해외 고위 관료는 물론, 정치 리더와 글로벌 기업 CEO 등과의 면담 일정이 포럼 세션 참석과 별도로 여러 번 잡혀 있다. 케이알 스리다르 블룸에너지 CEO, 게리 콘 IBM 부회장, 게리 콘 IBM 부회장 등이다.
특히 김 지사는 '미디어 리더 브리핑(21일)'도 열어 한국 정치상황과 경제전망에 관한 주제로 세계 주요 언론인들과의 공론화를 도모한다.
이 같은 활동들을 통해 김 지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응원봉 혁명'으로 상징되는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얼마나 자주적이고 순발력 있게 작동했는지, 또 현직 대통령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는 사법시스템의 견고함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과거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던 급격한 산업 성장과 여러 차례의 금융위기 극복 사례 등을 짚으면서 한국경제의 펀더멘탈(Fundamental, 거시경제지표 등 경제기초)이 '윤석열 쇼크'에도 여전히 건재함을 알리며, 세일즈 외교를 병행할 방침이다.
내란 사태로 국내 경제·정치·외교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만큼, 진보와 보수 정권을 아울러 중앙정부 고위 관료를 지낸 김 지사가 한국의 경제력과 민주주의 시스템을 신뢰감 있게 알릴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리더들과 '어깨 나란히'…비즈니스 외교 총력전도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 지사 페이스북 캡처이노베이터 커뮤니티 리셉션(20일)은 세계 스타트업들의 정보 교류와 인맥 형성을 위한 행사다. 김 지사는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분야에서 유망한 해외 스타트업들이 경기도와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기업별 대표와 관계자들을 만나, 도내 업체들과의 협업·투자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22일 '청정 전기를 향한 경쟁'에도 참여한다. AI 시대 전기수요에 대응하는 실용적 전력 시스템 혁신 방안을 놓고 의견을 나누는 세션이다. 김 지사는 지방정부인 경기도의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경기 RE100) 사례를 공유한다.
김 지사는 23일 열리는 '세계 경제지도자 모임(IGWEL)'에도 초대받아 국외 재계 대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의장으로 하는 모임으로, 주요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 국제기구 대표 등 고위급 인사들만 초청받는 비공개 회의다.
토론 주제는 '변동성 시대에서의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김 지사가 민선 8기 들어 줄곧 피력해 온 기후위기 극복을 통한 연속성 있는 신성장 기조와 맞닿아 있다.
포럼 막바지에는 경기도가 집중 조명을 받을 전망이다. 김 지사가 의장을 맡은 세션인 '경기도와 혁신가들(23일)'이다. 한국판 실리콘밸리인 성남시 판교의 첨단산업 스타트업 클러스터 성공 사례를 소개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도와 국내외 스타트업들이 협업을 강화하는 계기와 네트워크를 마련하려는 의도다.
지난 김 지사의 미국 출장에서 국내 스타트업들의 해외 진출 가교 역할을 했던 정세주 눔 의장을 비롯해 이재성 트웰브랩스 대표, 서범석 루닛 대표, 김종윤 야놀자 대표 등도 참석할 예정이다.
최근 김동연 지사는 골목경제 활성화를 위한 '설렁탕 신년기자회견'에서 미국 트럼프 2기 정부를 상대할 수출 방파제 구축과 경제전권대사 임명, 50조 원 규모 슈퍼 추경 등 대한민국 비상 경영 3대 조치를 제안한 바 있다.
그는 내란 사태 직후 2500여 명의 전세계 정재계 지도자와 기업 측을 상대로 '편지 외교'를 펼치며 국내 경제회복을 위해 손을 보탰다. 국내 주요국 대사, 상공회의소, 외국인투자기업을 만나 한국에 대한 지속적 투자를 당부하기도 했다.
앞서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에도 초청받았으나, 다보스에서의 경제외교 일정과 겹쳐 불참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적인 주목도보다 위기에 처한 국내경제 회복을 위한 '실용 노선'을 선택한 것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