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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손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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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사의 손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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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 ''명품,구두'' 수선집 사장 ''한택주''씨 지체장애 극복하고 수제화, 구두수선 외길걸어...

     

    - 부산지역 유명 ''명품,구두'' 수선집 사장 ''한택주''씨 지체장애 극복하고 외길걸어
    - ''인생역전'' 캄보디아 맨발 아이들에게 매년 샌들 1,000 켤레 제작
    - 부산 해운대구 중동에 위치한 명품 가방, 구두 수선점인 ''천사의 손''.


    부산 해운대구 중동에 위치한 명품 가방, 구두 수선점인 ''천사의 손''.

    작업실 내부에는 기술자 6명이 구두를 손질하느라 여념이 없다.

    가장 한 가운데 앉아서 열심히 작업을 하는 한택주(44)씨.

    너덜너덜해져 버리기 직전인 신발도 한씨의 손을 거치면 바로 쇼윈도에 진열된 신발처럼 ''반짝반짝'' 윤이 난다.

    너무 일을 많이 해서 인대가 늘어난 팔목, 목발을 의지하지 않고는 움직일 수 없는 한씨지만 못고치는게 없어서 부산에서는 ''천사의 손''이라 불린다.

    ◈ ''악''으로 ''깡''으로 배운 구두기술

    두 살 때부터 소아마비를 앓았던 한씨가 유년시절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남에게 피해나 주고 살지 마라""앞으로 널 누가 거둬서 살피겠냐"는 비난이었다.

    한씨는 자신과 가족들에게 쏟아지는 막말이 싫었다. 탈출하고 싶었다.

    장애를 가진 몸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찾던 한씨는 15살 때 우연히 구두수선공을 보게 됐고, "저거라도 배워야지"라는 심정으로 구두와 첫 만남을 가졌다.

    하지만 그 누구도 한씨에게 기술을 가르쳐 주려 하지 않았다.

    "황당했겠죠. 목발 짚고 제 몸 하나 제대로 못 가누는 장애인 중학생이 무조건 구두수선을 배우고 싶다고 하니까요. 허드렛일부터 시작했죠. 돈은 한 푼도 못 받았어요. 그때 버스비가 없어서 한 5년간을 일터인 서면에서 집인 해운대까지 걸어 다녔어요.한 5시간 걸렸나? 그땐 ''할 수 있다. 이길 수 있다. 나도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그렇게 10여 년간 기술을 연마한 끝에 20대 중반에는 한 평짜리 구둣방도 차려 수제화도 제작하고, 구두 수선도 했다.

    한씨는 마음의 울적함을 달래기 위해 구둣방 옆에 있는 교회에 우연히 나갔게 됐고, 평생 동반자인 아내 정감사(39)씨와의 만남도 가졌다.

    "그때 아내가 어린이집을 돌면서 인형극을 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거든요. 너무 아름다웠어요. 그 모습이... 자신보다 남을 생각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제가 다시 마음을 다잡고 뭔가 뜻깊은 일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맨손으로 시작해 직원 8명, 한 달 매출 2천만 원

    27살 때 아내와 결혼하고 두 아이까지 출산한 한씨는 그때부터 "신발을 맡기면 무조건 새것처럼"만들어 주겠다는 다짐을 벽에 써 붙여 놓고 더욱 열심히 일에 매진했다.

    그렇게 입소문을 타면서 가게도 조금씩 커졌고, 도시계획으로 길거리 구둣방의 문을 닫게 된 다른 구두수선 기술자들도 자신의 가게에 불러 같이 일을 했다.

    "사실 네식구 먹고 살기고 힘든데, 직원을 쉽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한 명 채용하면, 그만큼 일거리가 많이 들어오고, 또 한 명 채용하면 명품관에서 수선의뢰가 들어오고...역시 어려워도 같이 나누고 노력하면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아요."

    현재 한씨가 운영하는 ''천사의 손'' 수선집 정규직원은 8명.

    하루 평균 수선의뢰는 100건이 넘고, 월수입도 천만 원~2천만 원에 이른다.

    부산지역 유명 명품관과 협약을 맺어 명품 가방, 구두 등을 전속으로 수선을 하고 있고, 서울,대전, 대구 등지에 있는 수제화 업체에서 직접 기술을 배우러 부산을 찾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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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캄보디아 맨발 어린이에게 ''온기''를

    평생 남에게 도움만 받고 자란 것 같다는 한씨는 뜻깊은 일을 하고 싶어서, 무슨일을 해볼까 고민하다가 자신의 특기인 ''구두제작''을 생각해 냈다.

    대상은 신발을 신지 못해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캄보디아 어린이들.

    어떤 신발을 제작하기 위해 캄보디아 라타나끼리를 찾은 한씨는 그때 아이들과의 첫만남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저처럼 다리를 저는 아이들, 아예 다리 한쪽이 없는 아이들...모두 한쪽 다리에 의지해서 맨발로 지내고 있더라고요. 왈칵 눈물이 났어요. 저도 한 발인생을 알거든요.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고, 외로운 일인지...아이들이 맨발로 다니다가 발에 바이러스가 침투해 여러가지 질병에도 시달린다네요.그 때 뭔가 얻어맞은 느낌이었어요. 내가 해야할 일이 바로 이들의 발에 온기를 불어 넣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매년 1월 직원들과 함께 일주일 캄보디아를 방문해 직접 현지 주민들의 발을 재고, 샌들을 제작한지 벌써 8년째.

    그들의 손을 만든 샌들은 만 켤레가 넘는다.

    "참 희한해요. 말도 안 통하고 서로 만난 적도 없는데 샌들을 만들려고 발을 딱 재면, 뭔가 서로 통하는게 있어요. 아이들은 한없이 들뜨고, 고마워하고, 저는 아이들에게 아프지말고 마음껏 뛰어놀라는 바람을 담죠. 그 사랑스러운 눈망을 잊지 못해서 매년 캄보디아로 향합니다."

    한씨에게는 큰 소망이 있다.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인도, 키르기스스탄까지 진출해 아이들의 발에 신발을 신겨주는 것이다.

    "저같은 외발짝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평생 구두수선, 구두제작 밖에 없어요. 왜 나는 이렇게 태어났을까 원망도 많이 했죠. 하지만, 저는 장애 덕분에 구두 수선사가 될 수 있었고, 그래서 누군가에게 필요한 일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오히려 요즘은 모든 것이 감사해요. 행복합니다. 제가 직접 만들어준 신발을 신고 뛸 듯 기뻐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천사의 손'' 한씨는 오늘도 나지막한 의자에 앉아 부지런히 구두를 만지고 있다.

    세상에서 맨발로 다니는 모든 아이들의 발에 온기와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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