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전 세계 110개 도시에 있는 항공기를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각종 상황을 파악한다. 대한항공 제공항공기가 운항 도중 갑작스레 난기류와 맞닥뜨리는 사례가 빈발하면서 기내 안전 대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적기 난기류 발생 건수는 6천여 건으로, 1년 전보다 무려 80% 가까이 급증했다.
난기류 발생은 전 세계 항공업계가 골머리를 앓는 문제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3년까지 난기류로 인한 중상자가 185명이나 된다.
난기류는 여름철 혹은 항공기가 적도 지역을 통과할 때 공기의 움직임이 매우 활발해지며 자주 발생한다.
특히 '청천난류(CAT, Clear Air Turbulence)'는 일반적인 기상현상과는 무관하게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서 예고 없이 발생해 대응을 한층 어렵게 한다.
최근에 발생한 난기류 관련 여객기 사고 대다수는 청천난류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게다가 기후변화로 난기류 발생이 갈수록 잦아지고 강도 또한 커지리라는 게 과학자들 경고다.
이와 관련해 영국 레딩대 연구팀은 "2020년 맑은 하늘에서 발생하는 난기류가 40여 년 전인 1979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한항공, 국제항공운송협회 '난기류 인식 플랫폼' 가입
빈발하는 난기류가 항공기 운항에 큰 영향을 미치고 승객 안전까지 심각하게 위협하면서 항공사들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국내 대표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은 지난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와 '난기류 인식 플랫폼(Turbulence Aware Platform)'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예상치 못한 난기류에도 안전한 항공기 운항을 담보하기 위한 조치다.
IATA 난기류 인식 플랫폼에 가입된 전 세계 21개 항공사가 110개 도시에서 운항하는 항공편 수백만 건에서 측정된 난기류 정보가 실시간으로 확인돼 승객 안전을 확보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대한항공 본사 A동 8층에 위치한 종합통제센터(OCC) 모습. 대한항공 제공이와 함께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 '잠들지 않는 지상 조종실'이라 불리는 '종합통제센터(OCC, Operations & Customer Center)'를 최신식 설비로 리모델링했다.
OCC는 항공기들이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운항 상황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비정상 상황에 대응하는 역할을 한다.
운항 중인 항공기와 직통으로 연결되는 전화기가 설치돼 있어 비정상 상황 발생 시 운항 승무원에게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받아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예측되는 난기류를 피할 수 있는 최적의 항로 선정 역시 OCC 역할이다. 목적지로 가는 수많은 방법 중 가장 안전한 항로와 고도를 찾아 비행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최신 설비 종합통제센터가 난기류 피해 최적 항로 선정
그럼에도 운항 중 갑작스러운 기류 변화가 감지될 때는 항공기로부터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해당 지역을 비행하게 될 다른 항공기들에 즉각적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대한항공은 난기류로 인한 승객과 승무원 안전 위해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객실서비스 변화도 추진 중이다.
지난 7월부터 중장거리 모든 노선 객실서비스 종료 시점이 최대 20분 앞당겨졌다.
항공기 고도가 낮아져 난기류 발생이 잦은 착륙 준비 시점에 승무원들이 안전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기내 간식서비스도 승객 안전과 편의를 지키는 방향으로 개편했다. 오는 15일부터 장거리 노선에서 제공하던 일반석 컵라면 서비스가 중단된다.
좌석 사이 공간이 좁아 승객 밀집도가 높은 일반석 경우 기내 컵라면 서비스로 인한 화상 위험이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 난기류 빈발로 그 위험성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대신 대한항공은 핫도그와 피자, 핫포켓(파이 껍질 속에 다양한 속을 채운 음식) 등 새로운 기내 간식을 제공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난기류 증가 추세에 대비해 절대적인 안전 운항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승객 안전과 편의를 모두 충족시키기 위한 개선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