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미국/중남미

    니키 헤일리, 드디어 '발톱'을 드러냈다[워싱턴 현장]

    지난 1월 미 공화당 아이오와 코커스를 앞두고 현장 유세를 벌이고 있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최철 기자 지난 1월 미 공화당 아이오와 코커스를 앞두고 현장 유세를 벌이고 있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최철 기자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 바이든·트럼프 전·현직 대통령 간 '리턴매치'로 결정됐지만, 여전히 유권자의 관심을 끄는 정치인이 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이다.
     
    헤일리 전 대사는 지난 3월 '수퍼 화요일' 경선 패배 이후 공화당 경선 후보에서 물러나면서, 대중의 시야에서 멀어지는 듯 했다. 
     
    트럼프측은 당연한 일이라 여기면서도 헤일리 전 대사가 경선 사퇴시 공식적으로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지 않아, 이후 남모를 '속앓이'를 해야만 했다. 
     
    헤일리 사퇴 이후에도 지금까지 형식적으로 치러지고 있는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헤일리 후보에게 투표를 하는 공화당원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일 있었던 인디애나주 공화당 경선에서 공화당원들은 '트럼프 대안'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거의 22%의 표를 헤일리에게 몰아줬다. 
     
    헤일리가 트럼프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걸 감지한 듯, 민주당도 이 둘 사이에 파고들어 갈라 놓으려고 무던 애를 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선에서 하차한 헤일리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때, 바이든 캠프는 적극적으로 구애의 시그널을 보냈다. 
     
    바이든 캠프는 그동안 트럼프가 헤일리를 사정없이 공격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광고에 100만 달러를 지출하며 "당신이 니키 헤일리에게 투표했다면, 트럼프는 당신의 표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연합뉴스연합뉴스
    하지만 이는 헛물을 켠 것으로 판명나고 있다. 민주당이 너무 순진했거나 아니면 헤일리의 야망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이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경선 사퇴 후 '트럼프 지지'를 표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항상 공화당 후보를 지지해 온 보수주의자임을 분명히했다. 
     
    또한 워싱턴 DC의 가장 보수적인 싱크탱크 중 하나인 '허드슨 연구소'로 적을 옮긴 것도, 헤일리가 남들에게 자신의 위치를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있는지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였다. 
     
    급기야 지난 22일 헤일리 전 대사는 "(올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투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허드슨연구소 강연에서 그는 안보 문제 관련 질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안보 정책에 있어 완벽하지 않고, 나는 그 점을 여러 차례 지적해왔다"면서도 "하지만 바이든은 재앙이다. 따라서 나는 트럼프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는' 혼돈의 대리인이라고 칭했던 트럼프에게 기꺼이 표를 던지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헤일리 전 대사가 아직 미정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다시 고려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
     
    '정치는 생물(生物)'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헤일리 전 대사가 부통령 후보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더 큰 꿈을 위해 '1보 후퇴'를 단행했다는 점일 것이다. 
     
    그가 부통령 후보가 되지 않더라고, 올 가을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헤일리는 이번 지지 선언으로 인해 공화당원들의 뇌리에 트럼프의 백악관행을 도운 사람으로 각인될 것이다. 
     
    만약 트럼프가 패배한다면, 대선 경선에 최후 주자로 남아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고 누차 경고하지 않았느냐"고 한 헤일리의 과거 발언 등이 재조명될 가능성이 크다.
     
    아이오와 유세 현장에 헤일리 지지자들이 '니키 헤일리를 대통령으로'란 야드 사인을 꽂아놓았다. 최철 기자  아이오와 유세 현장에 헤일리 지지자들이 '니키 헤일리를 대통령으로'란 야드 사인을 꽂아놓았다. 최철 기자 
    확실히 헤일리 전 대사는 2028년을 겨냥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 누가 승리하든 이 두명의 후보는 다음 대선에 (법적으로) 출마할 수 없고, 헤일리는 '세대 교체'의 조건을 자신이 갖추고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52세의 헤일리는 여전히 젊다. 보수주의자면서도 공화당의 약점인 '낙태 문제'와 관련한 민감한 이슈에서도 유연하다. 
     
    헤일리 전 대사는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판결 이후 각종 선거에서 민주당에 고배를 마시고 있는 상황에서 공화당이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어떻게 하면 최대한 많은 아기를 구하고 최대한 많은 엄마를 지원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고 시시비비와 심판은 그만두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현재 공화당에서 '낙태 이슈'를 해결할 사람은 니키 헤일리밖에 없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니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번에 단순히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것이 아니라, 이른바 '도광양회(韜光養晦·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를 도모하며 고개를 숙인 것으로 봐야 옳을 것이다. 
     
    헤일리가 자주 언급하는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처럼, 그는 머지않아 '철의 여인'으로 체급이 상향돼 정치판에 재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적어도 '지금은 트럼프와 휴전해야할 때'임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정치 감각'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한 평가를 받을 만 하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