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의대증원으로 인한 전공의 집단행동이 두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빅5 등 대형병원이 흔들리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이 빅5 병원 중 처음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고, 일부 병원에서는 의약품 대금 결제 기간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9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8일부터 오는 19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신청 대상자는 올해 연말 기준 50세 이상이며 20년 넘게 근무하는 일반직 직원이다.
병원 관계자는 "비상운영체제에 따라 일반직 직원 중 자율적으로 신청을 받고 있다"며 "희망퇴직은 병원 운영 상황에 따라 필요할 때마다 시행돼왔고 2019년과 2021년 시행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의사 집단행동으로 전공의들이 이탈하면서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병원은 서울아산병원이 처음이다.
지난 3일 박승일 병원장이 소속 교수들에게 40일간 적자가 511억 원 났고, 정부 보전은 17억 원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낸 바 있다.
의료공백 장기화로 대형병원들은 지난달부터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연합뉴스서울아산병원은 지난달 4일부터 무급휴가를 접수했으며 15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세브란스병원과 서울대병원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달 거래하고 있는 의약품 업체들에게 대금 결제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세브란스병원은 아직까지 희망퇴직 시행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서울병원 역시 비상경영으로 전환하지 않았다.
전공의 집단행동이 장기화되면서 대형병원의 경영상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대한병원협회가 500병상 이상 수련병원 50곳의 경영 현황을 조사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지난달까지 수련병원들의 수입이 약 4238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 사직 이후 지난달 31일까지 병원 전체 의료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9% 하락했다. 평균 84억 7670만원 줄어든 수치다. 입원환자 수는 27.8%, 외래환자 수는 13.9% 감소했다.
이대로 간다면 다음달에는 문을 닫는 병원이 나올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고조된다.
한편 정부는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무급휴가중인 간호사가 인력이 필요한 다른 병원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현재 대한간호협회를 통해 근무의향이 있는 무급휴가 간호사를 조사하고 있다"며 "현장의 수요와 의견을 바탕으로 추진 방안을 검토,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