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빚' 얼마 있나요…경제 3대 주체 '빚'에 눌린 상황

여러분들은 '빚'을 얼마나 가지고 있으신가요? 적으면 십만원대, 많으면 억대일겁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확전 우려 등 외생변수가 늘어나고 미국발 금리 고공 행진으로 가계와 기업, 정부 부채 모두 최근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국가 경제를 이끌어 가는 3대 주체가 모두 빚에 짓눌린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나랏빚, 기업빚, 가계빚은 얼마나 불어났을까요?
나랏빚을 파악하기 위한 기준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국가의 중앙 정부와 지방정부가 상환기일, 상환 금액 등 구체적인 내용이 적힌 서류와 함께 국가가 직접적으로 빌린 돈, 즉 국가채무(D1)가 있습니다. 2011년 이전까지 정부는 가장 좁은 의미의 부채인 국가채무(D1)만을 발표해왔습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국가부채를 더 실질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정부는 2011년도 분부터 국가채무(D1)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더한 일반정부 부채(D2), 그리고 일반정부 부채(D2)에 비금융 공기업 부채를 더한 공공부문 부채(D3), 상환일정이 정해져 지급시기·금액이 확정된 확정부채와 미래에 지급해야 할 공무원·군인연금(연금충당부채)등 비확정부채를 합하는 국가 재무제표상 국가부채를 공개해왔습니다.
    

나랏빚…1105조?, 1157조?, 1588조?, 2326조?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2011년 420조 5천억원에서 올해 10월말기준 1105조 5천억원으로 162.9% 증가했습니다. 정부의 올해 말 기준 전망치 1101조 7천억원를 웃돌았습니다.
국가채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고채 발행량은 1월~11월까지 161조 7천억원으로 연간 총 발행한도(167조 8천억원)의 96.4% 수준입니다.
    
일반정부 부채(D2)와 공공부문 부채(D3)는 2011년에 459조 2천억원(GDP대비 33.1%), 753조 3천억(54.2%)에서 각각 132.2%, 89.5% 증가해 2022년에 1157.2조원(53.5%), 1588.7조원(73.5%)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국제 재정 상황을 비교할 때 사용하는 회계기준이 일반정부 부채(D2)입니다.
    
2022년 국가 재무제표상 총부채는 2326조 2천억원으로 공개 첫 해인 2011년 773조 5천억원에 비해 약 200%가 증가했습니다. 총자산은 2011년 1525조원에서 85% 증가한 2826조 3천억원입니다. 총자산에서 총부채를 뺀 순자산은 751조 5천억원에서 251조원 감소한 500조 1천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일각에서는 제무제표에 포함하는 연금충당부채는 실질적인 채무가 아니라서 재정여력과 직결되지 않고, 그 내역을 참고할 수는 있지만 액수 자체에 주목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합니다.
반대로 현재 연금충당부채 추산에 반영되는 연금에 국민연금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정부는 공무원·군인연금과 달리 국민연금은 국가가 고용주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국민연금을 연금충당부채에서 배제하고 있는데, 국민연금의 미적립 부채(연금충당부채에서 적립금을 뺀 금액) 역시 실질적으로는 연금충당부채로 국가부채에 포함해야 한다는 겁니다. 국민연금 분까지 합칠 경우 국가 재무제표상 국가부채는 지금보다 크게 오르게 됩니다.
    
어떤 기준으로 하든 '나랏빚'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현정부가 '건전 재정'을 앞세워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향후 5년간 나랏빚 증가 속도와 규모가 다른 비기축통화국가를 압도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가 최근 발간한 '재정점검보고서(Fiscal Monitor)'에 따르면 올해 54.3%(예상치)인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D2 기준) 비율이 5년 뒤인 2028년 57.9%가 될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이 경우 비기축통화국 11개국 가운데 4위였던 순위가 싱가포르(170.2%)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대출 연체잔액…기업 4.7조원, 자영업 다중채무자 13.2조원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기업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현재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자는 350만명, 이들의 대출잔액은 1262조원으로 모두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습니다.
    
기업대출자의 연체 대출채권(1개월이상 연체 원리금 기준) 잔액은 4조 7천억원으로 2019년 3분기(5조 1천억원) 이후 가장 많았고, 연체율도 0.37%로 2021년 1분기(0.37%) 이후 2년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연체율이 오르면서 무수익여신 잔액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11월 20일기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기업대출 부문 무수익여신은 지난해 말 1조 5310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1조 9754억원으로 29.0%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의 가계대출 부문 무수익여신이 7461억원에서 9234억원으로 23.7%로 늘어난 것보다 더 가파른 증가세입니다. 무수익여신은 원리금은커녕 이자조차 받지 못하는 대출을 의미합니다.
4대 은행 총여신이 1295조 7838억원에서 1334조 2666억원으로 3.0% 증가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증가세입니다.
    
벼랑 끝에 내몰린 기업들의 사정은 최근 여러 수치로 동시다발 확인되고 있습니다.
법원통계월보 등에 따르면 전국 법원이 접수한 법인 파산 사건은 올해 3분기 기준 1213건에 달해 지난해 같은 시기 738건보다 64.4% 급증했습니다. 개인 파산 접수가 올해 3분기 누적 3만 1012건으로 지난해 3만 1026건와 거의 비슷한 것과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누적 전국 어음 부도액은 4조 156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조 3202억원보다 무려 214.9% 급증했습니다. 1~9월 월평균 전국 어음 부도율도 지난해 0.08%에서 올해 0.25%로 뛰었습니다.
    
'시도별 자영업 다중채무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전국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743조 9천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역대 최대 기록일 뿐 아니라, 지난해 2분기 말 700조 6천억원과 비교해 6.2% 더 불었습니다.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연체액은 13조 2천억원인데, 지난해 2분기 말 5조 2천억원의 약 2.5배에 이르고, 연체율도 0.75%에서 2.4배인 1.78%로 올랐습니다. 이는 모두 역대 최대·최고 수준입니다.
다중채무자 등 취약 대출자의 부실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습니다. 이들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도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금리가 1.0%p 오르면 자영업자 전체는 5조 2천억원, 1인당으로는 291만 원 각각 평균 이자가 급증합니다.
한국은행은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약 100만 대출자 패널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사업자대출 보유자를 자영업자로 간주하고, 이들의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을 더해 전체 자영업자 대출 규모를 분석하고 이들 가운데 다중채무자는 가계대출 기관 수와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인 경우입니다.
    
통화 긴축과 고금리 기조 속에서도 우리나라 기업의 빚이 줄기는커녕 국가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빨리 불어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부도 증가율 역시 세계 2위 수준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비롯한 적지 않은 기업들이 대출로 위기를 막기에도 한계에 이른 것으로 해석됩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세계 34개 나라(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의 GDP 대비 비(非)금융 기업 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2분기 120.9%보다 5.2%p나 뛰어 126.1%로 세 번째로 높습니다. 한국을 웃도는 나라는 홍콩과 중국뿐입니다.
    

'가계빚' 발표 때마다 '역대 최대'…그래서 대책은

한국은행 발표한 '3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전 분기 말보다 14조 3천억원이 늘어난 1875조 6천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9월 말 1871조 1천억원을 넘었습니다.
가계신용은 우리나라 가계가 은행·보험사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이용액 등(판매신용)을 더한 포괄적인 빚을 의미합니다.
가계신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계대출은 전 분기 말 대비 11조 7천억원 증가한 1759조 1천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2분기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판매신용은 고금리의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감소했지만 2분기에 8조 2천억원 증가한 데 이어 3분기에도 증가폭이 커졌습니다.
    
발표 때마다 '역대 최대'를 갱신 중인 가계대출을 상품별로 보자면, 주택담보대출이 한 분기만에 17조 3천억원 급증해 1049조 1천억원입니다. 증가폭은 2분기 14조 1천억원보다 더 커졌을 뿐 아니라 2021년 3분기 20조 9천억 이후 2년만에 가장 컸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근까지 가계대출은 청년층이 가장 크게 늘었습니다.
한국은행이 지난 9월 26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청년층(30대 이하)의 1인당 가계대출금은 7927만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134만원 감소했지만 2019년 2분기(6244만원) 대비 27.0% 늘어나 모든 연령층 가운데 가장 컸습니다. 같은 기간 중장년층(40~50대)은 9.3%, 고령층(60대 이상)은 1.2% 증가했습니다.
    
이는 실거주용 주거 관련 대출을 늘리면서 청년층의 대출이 크게 증가했다는 분석입니다.
올해 2분기 청년층 1인당 주택 관련 대출금 5504만원은 전체 가계대출 중 거의 70%를 차지했는데, 4년 전 3839만원에 비해 30% 넘게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증가 폭 19.4%를 크게 웃도는 수준입니다.
실제 올해 2분기 청년층의 주택 매입 비중은 33.1%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았습니다. 40대(32.5%), 50대(19.9%)가 뒤를 이었습니다.
1분기에는 40대 비중이 가장 높았으나 한 분기 만에 뒤집혔습니다. 가계대출 규모를 늘려 실거주용 주택을 매입하는 청년층이 늘어난 셈입니다.
    
39세 이하의 소득 대비 대출 비율(LTI)도 2019년 4분기 223%에서 지난 2분기 262%로 39%p 상승해 전 연령층 평균 상승 폭(34%p)을 웃돌았습니다. 연 소득의 2.6배를 빚으로 안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월 소득만으로는 내집 마련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청년층이 향후 집값 상승·금리 인하 기대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매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됩니다.
연 소득 2.6배의 빚을 안고 있는 2030대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이 금감원에서 받은 19개 국내 은행의 연령별 주담대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20대 주담대 연체율은 올 6월 말 0.41%로 전년 동기(0.19%) 대비 2배 이상 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30대 연체율도 0.17%로 2019년 3분기 이후 최고였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의 증가 흐름은 4분기에도 이어질 기미가 보입니다.
한국은행이 공표하는 가계신용에 앞서 추세를 미리 살펴볼 수 있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폭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전월 대비 9월 가계부채는 1조 5174억원 증가했는데, 10월엔 3조 6825억원, 11월엔 4조 3737억원이 증가해 11월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0조 3856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은행이 12월 13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091조 9천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5조 4천억원 늘었습니다.
11월 가계대출 가운데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845조 3천억원은 5조8천억원 증가했습니다.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245조 4천억원)은 3천억원 줄었습니다.
이렇게 증가하는 가계대출 수준은 GDP 규모보다 더 많습니다.
국제금융협회(IIF) 가계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우리나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2%로 조사 대상국 가운데 유일하게 GDP 규모보다 가계부채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2분기(101.7%)와 지난해 3분기(104.8%)보다 각 1.5%p, 4.6%p 떨어졌지만 조사대상 34개국 중 가장 높습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집계한 주요 43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통계에서도 지난 1분기 말 기준 한국(101.5%)은 스위스(128%)와 호주(110.6%), 캐나다(101.9%)에 이은 4위로 나타났습니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는 지난 4월부터 8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기간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42조원에 이릅니다.
일부 은행은 12월부터 자체적으로 주택담보대출 취급 기준을 강화하는가 하면 당국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범위 확대를 예고하는 등 가계 대출 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금융위원회는 13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등 유관기관과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열어 면밀한 모니터링과 함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범위 확대 등 필요한 제도개선 과제를 지속 발굴·추진하자는 데 공감을 이뤘습니다. 2024년도 주택시장 및 시중금리 추이 등에 따라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다시 조정될 수 있으니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계부채가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겁니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현재 진행 중인 변동금리 스트레스 DSR 관련 금융권 협의를 조속히 마무리한 후 12월 중 세부방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금융감독원은 은행권 현장점검 결과 등을 바탕으로 발견된 은행권의 잘못된 가계대출 취급관행을 시정하고 필요한 제도개선 과제를 조속히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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