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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불어닥친 '고용한파'…설 '귀향' 못하는 청년들



사건/사고

    대학가 불어닥친 '고용한파'…설 '귀향' 못하는 청년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첫 '설 명절', 서울 남는 '취준 청년'
    가족 못 만나 아쉽지만, 주변 기대에 부담감 느끼기도
    작년보다 악화된 '고용 전망'…대학들도 취준생 위한 새 프로그램 고민

    채용박람회 구직자들. 연합뉴스채용박람회 구직자들. 연합뉴스
    "시기가 또 시기니까…직장 구하면 명절에는 언제든 내려갈 수 있어요."

    '귀성'을 포기한 한 청년 구직자의 발언이다.

    2023년 계묘년(癸卯年) 설 연휴를 앞두고 시민들은 오랜만에 부모·친지들과 마주할 생각에 설렘을 만끽하는 분위기다. 일찌감치 부산, 광주 등 KTX·SRT 기차표가 매진되는 등 2천648만명이 고향을 방문할 것으로 추산되지만, 이 모든 것이 남 일인 사람들도 있다.
     
    1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대학가에는 미래의 금의환향을 꿈꾸며 설 연휴를 반납한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이 많이 있다. 명절 이후 발표될 채용 결과를 기다리는 취준생 등 청년들은 학교 도서관 열람실에서 '취뽀(취업뽀개기)'를 염원하고 있었다.

    올해 '귀성 포기'…중요한 것은 '취업 성공' 

    명절 때마다 만나는 부모·친지들의 기대 어린 눈빛도 취준생들에게는 부담이 되다보니 고향 방문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았다.
     
    1년쯤 취업을 준비하다가 전문직 시험으로 진로를 변경한 문선규(26)씨는 고향 광주 방문을 포기하고 약 40일 앞으로 다가온 CPA(공인회계사 시험) 1차 시험 준비에 매진하고 있었다.
     
    문씨는 취업 준비 과정에서 주변 기대를 충족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부모님과 주변의 기대도 있어서 요즘 대학생들이 고소득이나 안정성 등을 많이 고려하는 분위기로 가는 거 같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에 취업 준비와 관련된 현수막들이 걸려있는 모습이다. 양형욱 기자지난 10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에 취업 준비와 관련된 현수막들이 걸려있는 모습이다. 양형욱 기자
    '늦깎이 취준생' 변모(31)씨에게 '취업 성공'은 더욱 절실했다. 변씨는 지원했던 기업의 면접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설 명절 직후 발표가 난다고 안내만 받았을 뿐 기업 측이 정확한 발표일시를 알려주지 않아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명절에도 취업 준비에 열을 올릴 계획이다.
     
    변씨는 '취업이 더욱 중요하다'며 부모님이 직접 아들의 귀향을 만류했다고 했다. 그는 "(명절 때 귀향하면) 하루에 한 100번쯤 요즘 뭐 하는지 물어봐서 스트레스를 엄청 받는다"고 토로했다.
     
    취업을 준비한 지 10개월 정도 지났지만, 예전과 달라진 대학가 분위기 탓에 마음은 더욱 조급한 모습이었다. 변씨는 "지금은 대학교 2학년부터, 남자 같은 경우는 군대 전역할 때부터 취업을 준비하고 인턴도 대학 재학 중에 하는 사람이 많다"며 "코로나 시기 이후 학점이 좋은 학생들이 많아져 예전보다 더욱 취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용한파' 취업시장 얼어붙었다…대학 측도 "예의주시"

    경기 둔화로 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을 꺼리는 '고용 한파' 현상은 이미 지난해부터 나타났다.

    정부는 연평균 취업자 증가폭도 전년 대비 70만명 가까이 줄어들어 10만명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고용 한파가 지속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22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 분석'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는 지난해 6월의 경우 84만1천명에서 12월 50만9천명을 각각 기록했다. 증가폭 기준 7개월째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는 증가폭이 더 줄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연합뉴스
    고용한파와 관련 한국고용정보원 관계자는 "금융시장, 자산시장 모두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기업에서 선뜻 채용하겠다고 나서기 어렵다"며 "공공기관에서도 정해진 정원 하에서 소수만 뽑아 채용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학생들의 취업을 지원하는 학교 당국도 올해 취업시장 분위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외대 진로취업지원센터 정용호 부장(대우)은 "현장에서 느끼는 바도 다르지 않다"며 "기업체 체용설명회나 채용연계형 인턴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려지는 취업 준비 연령…캠퍼스 낭만 없어진 지 오래

    지난 18일 방문한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에선 학교 측이 '저학년 진로탐색캠프', '취업교육컨설팅' 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취업 준비 프로그램을 안내하고 있었다.
     
    취업 시장의 분위기가 워낙 차갑다 보니 최근 대학가에선 취업 준비 연령이 점차 어려지고 있는 추세다. 신입생 시절부터 취업 관련 활동에 몰두하다 보니 학과 생활이나 동아리 활동에서 1~2학년 재학생이나 저학번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이다.
     
    성균관대학교에 재학 중인 박모씨는 "몇 년 전에는 모든 학교 행사나 축제를 다 참여하는 분위기였는데 요즘 후배들을 보면 취업 목적, 학업 목적 프로그램을 주로 참여하고 스펙에 도움되는 프로그램만 참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경력개발센터 오성은 전문위원은 대학가 취업시장 분위기와 관련, "공무원 및 대기업 준비를 위해서 저학년(대학교 2학년까지)부터 자신의 이력을 준비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고용한파와 맞물려 학생들의 취업준비 성향도 변화하면서 대학당국은 취업 프로그램 설계와 관련 고심을 거듭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취업난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이색 활동'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서울시내 한 대학 관계자는 "옛날처럼 오프라인으로 취업 부스를 만들어도 학생들이 많이 찾아주지 않는 분위기"라며 "인터넷으로 할 수 없는 전문적이고 트렌디한 프로그램이 오프라인으로 열릴 때는 굉장히 많은 학생들이 찾는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기업에서 새로운 면접 방식을 도입하면서 이를 대비하기 위한 대비책도 새로 생겨났다. 일례로 '리버스 인터뷰'가 있는데, 리버스 인터뷰는 면접관과 지원자의 역할을 바꿔 지원자가 회사에 질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MZ세대의 성향을 반영해 면접관이 지원자에게 일방적인 질문을 던지는 관행에서 벗어나게 되자, 이를 대비하는 학생들의 움직임도 덩달아 생겨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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