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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유명무실' 안전관리위…용산구청 "서면심의 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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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단독]'유명무실' 안전관리위…용산구청 "서면심의 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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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96쪽 달하는 '2022 용산구 안전관리계획'…현장서 작동 안된 이유

    재난안전법상 지방자치단체는 매년 재난 대비를 위해 지자체장 주재로 '안전관리위원회' 회의를 열고 지역 내 행사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재난 위험 요소를 검토해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회의는 매년 한해 있을 안전사고에 대비해 1~2월쯤 진행하는데, 그간 서면으로 대체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졌습니다. 안전관리위원회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짐에 따라 핼러윈 참사 전 안전대책을 논의할 또 한 번의 기회를 놓친 게 아니냔 비판이 제기됩니다.

    재난안전법상 매년 재난 대비 '안전관리위원회' 운영해야
    구청장 주재…경찰·소방 등 재난관리책임기관장으로 구성
    '서면심의' 관행…전문가들 "실효성 의문" "법적문제 소지"

    서울 용산구 핼러윈 참사 현장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폴리스 라인을 해제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서울 용산구 핼러윈 참사 현장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폴리스 라인을 해제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재난안전법상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각종 재난에 대비해 '안전관리위원회'를 운영하며 매년 지역 축제 등 재난 위험 요소를 검토하고 안전관리계획을 수립·심의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지역 내 재난책임관리자로 구성된 안전관리위원회 회의가 서면으로 대체되는 일이 관행처럼 굳어지면서 핼러윈 참사 전 안전대책을 논의했어야 할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용산구청은 최근 5년간 안전관리위원회 회의를 서면으로 대체해왔으며, 당연직 위원인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지난 2월 구청이 요청한 '용산구 안전관리계획(안)' 심의 의결에 회신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용산구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용산구청은 '2022 용산구 안전관리계획(안) 심의·의결에 따른 안전관리위원회 개최 계획'에서 회의 개최 취지로 "용산구의 자연·사회재난, 각종 안전사고 관리대책과 기타 재난안전관리 일반사항에 대한 계획을 총괄적으로 수립·운용함으로서 안전한 지역사회를 만들고자 함"이라고 밝히며 그 근거로 재난안전법 제11조(지역위원회)와 용산구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 조례 제6조(안전관리위원회 설치·기능)를 들었다.

    올해 용산구 안전관리위원회는 총 20명으로 구성됐다. 위원장인 구청장을 포함해 구청 내부 인사 9명과 용산경찰서장·용산소방서장 등 지역 재난관리책임기관장 4명 등 총 13명을 당연직 위원으로 뒀다. 또 KT 용산지점장, 한국전력공사 마포용산지사장 등 총 6명을 위촉직 위원으로 두고, 간사는 구청 안전재난과장이 맡았다.  

    용산구 조례 제9조에 '안전관리위원회의 회의는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 소집하고 회의 개최일 5일 전까지 회의일시, 장소 및 심의 안건을 각 위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며 '회의는 재적 위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회하고,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명시돼있다.  

    용산구청 전경. 용산구 제공용산구청 전경. 용산구 제공
    그런데 용산구 안전관리위원회는 회의 자체를 최근 5년간 서면으로 대체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용산구청은 2022년 회의 개최 결과 보고서에서 서면심의 사유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용산구청 제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이전인 2018년 3월과 2019년 3월에도 안전관리위원회 회의는 서면으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안전관리위원회의 회의가 그간 서면으로 이뤄진 것에 관해 안전관리계획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2022 용산구 안전관리계획'엔 10월 안전점검대상으로 축제·행사장(핼러윈데이)이 명시돼 있었다. 또 재난·사고 유형별 관리대책엔 축제 및 행사장 관련 내용도 포함됐지만, 핼러윈 참사 전 재난 예방을 위한 안전대책은 작동하지 않았다.

    지난 2월 서면심의를 통해 의결된 '2022 용산구 안전관리계획'은 596쪽에 달했다. 계획안 6쪽 전년도 주요 추진성과 중 '재해예방을 위한 시설물 안전관리' 항목의 월별 점검유형 중 10월에 '축제·행사장(핼러윈데이)'이 명시돼 있고, 세부점검내용엔 '축제 및 행사장 주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공사장, 간판, 도로시설 등 점검'이라고 적혀있었다.

    또 안전관리계획엔 공연장·행사장 안전관리 대책 등도 상세히 기술했다. 211쪽 '유관기관 주요 협의사항'으로 △공연·행사참여 예상 군중 규모 예측 △공연·행사진행 안전관리요원의 적정인원 평가 △안전관리요원 배치장소, 행동요령 숙지 및 사전 안전교육 실시 △예상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안 모색 △유사시 기관별 역할 분담 및 사고 발생 가능 시 사전 협의사항 수립 여부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훈련실시 등을 명시했다.  

    212쪽 공연장 안전관리 대책에선 위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 대응해 △거대인파 운집, 극단적 혼잡 예상 시 지하철 입구, 계단 등 취약시설에 대한 사전 경찰력 배치 △인파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안전요원, 통로 확보 △집결상황 고려, 지하철 및 버스 무정차 통과로 인파 분산 △경찰력은 외부에 대기하다가 과열 시 투입하여 사고 예방 등의 내용이 담겼다.  

    문현철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재난안전법이란 법으로 제정해 재난관리시스템을 굉장히 치밀하게 갖췄는데도 이번 참사를 통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며 "매년 초에 안전관리위원회 회의가 제대로 열리고 경찰서장과 소방서장 등을 다 참석시켰다면 지역 내 발생 가능한 재난에 대비해 미리 논의하고 학습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스마트이미지 제공 
    조례상 '출석'이라고 규정돼있는데도 관행이란 이유로 서면으로 대체된 일에 대해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왔다.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 권영국 변호사는 "출석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서면으로 대체한 걸 출석이라고 해석할 수 없다"며 "서면으로 대체했다는 것은 사실상 안전관리위원회를 운영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안전관리계획에 관해 (구청, 경찰, 소방 등 지역 재난관리책임자) 서로 간에 상황을 파악하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어떤 계획이나 대비책을 세웠어야 하는데 서면으로 어떻게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사실상 사문화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10.29 참사 TF 공동간사 양성우 변호사도 "실제로 법원 판례에서 지자체 조례에서 서면 심의로 대체할 수 있다는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해당 서면 심의가 위법해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기도 했다"며 "관행적으로 서면 심의가 이뤄졌다면 법적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안전관리위원회 서면 심의 관행에 관해 "매년 비슷한 내용이기 때문에 해당 내용이 일반적으로 논의할 만한 사안은 아니다"라며 "경찰서, 소방서 등 각 재난관리책임기관에서 제출한 안전대책을 수합해 안전관리기본계획안을 작성하고 각 기관에 서면으로 심의 요청·회신받는 식으로 심의를 진행해 서울시에 보고한다"고 설명했다. 또 핼러윈 축제 관련 안전대책이 미비했던 이유에 관해선 "주최자가 없는 핼러윈 축제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며 "내년에는 다중 밀집 인파 사고에 관한 내용이 추가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같이 안전관리위원회 심의 회의를 서면으로 진행한 관행은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인 실정이다. 영등포구청, 양천구청, 동작구청 등에서도 안전관리위원회는 서면심의 형태로 진행돼온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용산구청이 제출한 '2022년 제1차 용산구 안전관리위원회 심의회 개최 결과 보고'에 따르면 위원 19명 중 16명이 심의에 참여했다. 지난 2월 진행한 서면심의 요청에 회신하지 않은 위원 중엔 당연직 위원인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과 함민호 제218여단 3대대장도 포함됐다.

    경찰서장의 회신을 받지 않은 사안과 관련해 용산구청 관계자는 "규정상 위원 절반 이상 참여해 절반 이상 승인하면 원안이 가결되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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