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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통화스와프, 필요없다는데…만능열쇠일까?



경제정책

    한미통화스와프, 필요없다는데…만능열쇠일까?

    원달러 환율 연일 고공행진…시장 불안 높아져
    27일 원달러 환율 1423.50으로 마감…여전히 높은 수준
    이창용 한은 총재 "아직은 통화스와프 필요없는 상황"
    "국민 불안 때문에 받으면 좋아"
    전문가들, "이론적 배경에 맞지 않아"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체결해 나쁠 것은 없어" 의견도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달러 초강세가 지속되며 원·달러 환율이 최근 장중 1430원을 돌파하는 등 무섭게 치솟는 모습이다. 이에 정치권 등에서 한미통화스와프 체결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은 괜찮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장 불안은 큰데 정부는 "아직 괜찮다"

    왼쪽부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왼쪽부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6일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미통화스와프와 관련한 질의에 "이론적으로는 지금 통화스와프가 필요없는 상황"이라면서 "다만 국민이 너무 불안해하기 때문에 스와프를 받으면 좋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원화 가치만 떨어졌는데, 최근에는 주요국 통화와 약세 현상이 거의 비슷한 모습으로 같이 가고 있다"며 "과거 양상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두 경제수장의 발언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며 한미통화스와프에 대한 요구가 커진데 대해, 재차 '아직은 필요없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기 때문에 금융·외환위기를 겪었던 과거와는 다르며, 한미통화스와프가 시급한 상황으로 볼 수 없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원화의 실질 가치가 아직 저평가 국면에 진입하지 않았다며 위기에 대한 불안이 실제 위기에 비해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획재정부와 국제결제은행(BIS)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실질실효환율은 7월 101.4(2010년=100)를 기록했다.

    실질실효환율은 한 나라의 화폐가 상대국 화폐보다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가졌는지를 나타내는 환율인데, 수치가 100을 넘으면 기준 연도 대비 고평가, 100보다 낮으면 저평가되었다고 본다. 우리나라 원화는 2010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며 아직 저평가 국면에 진입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최근 환율이 8월 이후 점점 더 가파르게 올라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지난 26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435.1원까지도 치솟으며 고공행진하다 1431.3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장중 1430원대로 올라선 것은 약 13년 6개월 만이다. 27일 1423.5원으로 마감하며 숨을 골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미통화스와프, 환율 안정 위한 '만능 열쇠'일까?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때마다 해결책으로 한미통화스와프가 공식처럼 거론돼 왔다. 통화스와프란 두 국가가 현재 환율(화폐 교환비율)에 따라 해당 통화를 필요한 만큼, 일정 시점에서 교환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최초 계약 때 정한 환율로 원금을 재교환하는 것이다. 외화유동성이 타격을 입었을 때 우리 원화를 담보로 달러를 빌려 국내 시중은행의 외화유동성 부족분을 채울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가 환율이 불안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펜데믹 당시에 한미통화스와프를 맺어 시장을 진정시켰던 경험 때문에, 최근에도 한미통화스와프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정부는 한미통화스와프를 요청하기 위한 이론적 배경에 현 상황이 맞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창용 총재는 "연준의 전제조건이 맞을 때, (조건이) 그 근처일 때 얘기하는 것이 맞지, 조건이 맞지 않는데 지금 마치 우리나라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처럼 스와프를 달라고 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저자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원화에 대한 가치 절하에 대응하는 직접적인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25일 "(통화스와프가) 신용위험에 대한 대비책으로는 필요하지만, 원화의 가치 절하에 대한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영국도 미국과 스와프를 체결한 상태인데도 (파운드화가 달러에 대해) 우리보다 더 많이 절하됐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미 연준과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면 상당량의 달러를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조달해 국내 은행의 달러 유동성을 메워줄 수 있지만 직접적으로 외환시장에 달러를 공급하는 것은 아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근 한미통화스와프 요청의 발상 자체를 반대한다. 전세계적으로 '강달러'는 공통적인 현상이므로 우리가 감내할 부분을 감내하면서 우리 정책으로 부작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가장 큰 원인이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이자율 상승이므로 한국은행 역시 이자 차이를 줄이려는 노력이 우선이다.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계층에게는 정부가 재정정책을 현재보다 늘려서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미통화스와프, 체결해 나쁠 것은 없어…장기적 관점에서 대비해야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반면 일각에서는 한미통화스와프 체결 차제가 원·달러 환율 진정의 시그널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한미통화스와프를 미리 체결하는 것이 잃을 것보다 얻을 것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연말까지 환율 고점은 1450원 정도로 본다. 다만 한미통화스와프가 없다고 해서 외환위기 혹은 금융위기가 오지는 않을 것이다. 이같은 예상은 너무 앞서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내년 연말까지 이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 한미통화스와프를 되도록 빨리 갖고 있는 것이 우리에게 손해가 되지는 않는다. 내년 하반기쯤에는 체결될 수 있도록 '대비'하는 차원에서 지금부터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안동현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은 고용시장 안정화 등 나름의 안전판을 마련해 둔 상태에서 금리를 올리는 상황인데 우리는 그러한 안전판 없이 금리를 쫓아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안 교수는 "9월 지표부터 원화 약세가 다른 나라에 비해 두드러지는 시그널이 있다. 현재 위기에 빠지는 병목에 와 있다"면서 "여기서 변동성이 더 커지면 경기침체나 물가상승을 걷잡을 수 없으니 한미통화스와프를 체결해서 극단적인 위험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필요성과 체결 가능성은 별개다. 미국이 기축통화국도 아닌 한국과 긴축기조를 역행하면서까지 통화 스와프를 체결할 가능성이 적다는 이야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최근 발언은 한미통화스와프를 체결하기 위해 미국과 소통하고 있지만 (체결이) 어려운 상황이란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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