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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폭우 상흔 남았는데 태풍까지…구룡마을 주민들의 '막막한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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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르포]폭우 상흔 남았는데 태풍까지…구룡마을 주민들의 '막막한 추석'

    • 2022-09-08 05:10
    추석 앞둔 판자촌 구룡마을 주민들의 '한숨'

    서울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은 지난달 역대급 폭우의 상흔이 채 아물기도 전에 태풍 '힌남노'를 맞으며 피해가 막심했습니다. 집 곳곳에 수해 흔적이 가득한 데다, 당장 머물 곳을 찾아야 하는 주민들에겐 당장 다가올 추석이 막막할 뿐입니다.

    판자촌 구룡마을, 폭우에 태풍까지 '2연타'
    "추석에 가족들 못 와" 막막한 주민들
    흙탕물에 악취까지, 복구까지 '첩첩산중'

    구룡마을 판잣집이 폭우로 쓰러진 채 방치돼 있다. 연합뉴스구룡마을 판잣집이 폭우로 쓰러진 채 방치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은 지난달 역대급 폭우의 상흔이 채 아물기도 전에 태풍 '힌남노'를 맞으며 피해가 막심했다. 집 곳곳에 수해 흔적이 가득한 데다, 당장 머물 곳을 찾아야 하는 주민들에겐 당장 다가올 추석이 막막할 뿐이다.

    주민들은 이제 비 소식만 들려도 무섭다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흙탕물과 악취로 뒤범벅된 집기류를 닦는 주민들의 표정에는 상실감이 가득했다.

    "추석에 가족들이 못 오죠. 방이 축축해져서 앉아 있을 수도 없어요."

    6일 CBS노컷뉴스와 만난 구룡마을 주민 심현순(76)씨는 집을 둘러보며 연신 한숨만 내쉬었다. 그는 "흙탕물과 오물이 다 집에 들어왔다. 물이 안 말라서 보일러도 못 뗀다"며 "마음이 쓸쓸하고 외롭다"라고 말했다.

    마을 곳곳에는 수해 흔적이 가득했다. 망가진 식탁, 의자, 냉장고, 세탁기 등 망가져 사용할 수 없는 가구와 가전제품이 쌓여있었다. 빗물과 흙탕물, 오물이 뒤범벅돼 집 안 곳곳에 침투한 탓에 악취가 떠나지 않았다.

    지난달 초 서울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시간당 100㎜ 이상 내린 역대급 폭우로 구룡마을은 직격타를 맞은 바 있다.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마을 일부 집은 담장이 무너져 내렸다. 침수 피해로 180여가구, 36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기도 했다.

    침수피해 복구하는 구룡마을 주민들. 연합뉴스침수피해 복구하는 구룡마을 주민들. 연합뉴스
    아찔한 순간을 경험한 주민도 있다. 강금순(70)씨는 "이 곳에 39년을 살았는데 호우 당시 겨드랑이까지 물이 차올랐다"며 "소방관이 밧줄로 묶어서 구조해줘서 겨우 빠져나왔다"고 회상했다.

    이어 "비용이 많이 들어가니 보수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추석이 다가와도 마음이 서글프다.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불안해 잠을 잘 수가 없다"고 말했다.

    폭우 피해에 이어 태풍 '힌남노'까지 마주한 주민들은 급기야 '트라우마'까지 호소하는 상황이다.

    주민 김진춘(66)씨는 "이번 비가 지나간 이후 동네에 썩은 냄새가 난다"며 "이웃들이 눈앞에 있는 가족사진, 옷 한 벌, 아이 물건 하나도 건지지 못해 정신적인 상처가 크다"고 말했다.

    강씨 역시 "비가 오면 가슴이 조여 온다"며 "비참한 심정인데 견디고 있다"고 호소했다.

    주민들은 태풍 '힌남노' 북상 당시 혹시나 피해를 겪을까봐 마을을 떠나 다른 곳에서 잠을 청하기도 했다.

    '힌남노'는 지난달 집중호우 때만큼은 아니지만 4~6일 강남 지역에 251.5㎜에 강수량을 기록할 정도로 많은 비를 뿌렸다. 풍속의 경우 국내 상륙했던 태풍 가운데 역대 8번째로 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일대 수해 복구. 성동소방서 제공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일대 수해 복구. 성동소방서 제공
    매서웠던 가을 태풍이 떠난 이후 주민들은 마음을 쓸어 내리면서도, 남은 복구 작업에 막막함을 토로하고 있다. 늘 심각한 피해에 노출되면서도 이사를 하기도 쉽지 않다. 거동이 어려운 어르신들은 재해에 대비 하는 것마저 힘든 상황이다.

    구룡마을은 무허가 주택 원주민과 토지주 등 관련 당사자들의 이해관계, 개발 방식을 둘러싼 갈등 등이 얽혀 수십 년 개발이 지연돼 왔다. 화재나 수해 등 자연재해 피해에 쉽게 노출되는 지역으로 꼽힌다.  

    이영만(60) 구룡마을 자치회장은 "이달 말까지는 가야 어느 정도의 복원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답답한 상황이다. 어르신들은 한 번 그런 일을 겪고 나니까 트라우마가 있어서 너무 놀라고 공포에 떨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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