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제공현대·기아차가 배기가스 조작 혐의로 독일 현지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이 회사 현지 주력모델에서 이미 기준치 이상의 질소산화물 배출이 확인됐다. 일부 차종은 기준치 11배를 기록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현대·기아차가 독일에서 2015~2018년 실시된 검사에서 유럽시장 주력 모델인 i20, ix30, 싼타페, 투싼, 쏘렌토 등이 기준치 초과량의 질소산화물 배출을 기록했었다고 4일 밝혔다.
그린피스는 지난주 독일 검찰이 현대·기아차를 압수수색한 것과 관련해 현지에서 검사결과 자료를 입수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기간 현대·기아차 모델이 '실제 도로 운행 중' 배기가스 검사를 받아 모두 다 실험실 인증검사 때보다 훨씬 많은 유해가스를 배출했다고 그린피스는 설명했다.
독일 정부는 2015년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건인 '디젤게이트' 이후 독일 내 판매 중인 화석연료 차량 전반으로 배기가스 검사를 확대했다. 이에 따라 독일 연방도로교통청(KBA)과 독일 환경단체 DUH가 2015~2018년 검사 업무를 수행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KBA가 실제 주행시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측정한 검사에서 i20의 배출량은 903.09mg으로 유로6 기준인 'km당 80mg'의 최대 11.2배 많았다. 유로5 기준(km당 180mg)이 적용된 ix35는 1118.28mg을 배출해 기준치의 최대 6.2배 질소산화물이 많았다.
DUH가 유로6 기준으로 실시한 검사에서는 i20이 km당 861mg를 배출해 기준치보다 10.8배 많았다. 쏘렌토는 490mg 배출로 6.1배, 싼타페는 421mg로 5.3배였다. 이어 i30(331mg), 투싼(329mg)도 둘 다 기준치보다 4.1배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했다.
모든 모델에서 배기가스가 기준치 이상 검출되자, 현대·기아차가 배기가스 조작 장치를 의도적으로 부착했는지 조사하기 위해 독일 검찰이 현지 사무소를 압수수색한 것이라고 그린피스는 해석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DUH 소속 악셀 프레데릭 박사는 "실제 도로 측정을 한 모든 현대·기아차 모델에서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이는 현대·기아차가 다양한 조작 장치를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실험실 인증검사 환경을 탐지할 경우 배출가스 정화 성능을 높이는 장치 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린피스 최은서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현대차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 광고를 제작해 국제광고제에서 수상했다고 홍보하는 등 ESG경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배기가스 조작 장치 의혹까지 받는 등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이라며 "현대·기아차는 2030년 이전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등 실질적이고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린피스는 현대·기아차 측에 이번 검사 결과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독일 당국으로부터 받은 검사·조사 내역의 투명한 공개 △독일 이외 다른 나라에서의 불법 배기가스 장치 사용 여부 공개 △그린워싱 중단 및 2030년 내연기관차 세계 판매 중단 등 현대·기아차에 세 가지 사항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