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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아이돌봄 친인척 수당 검토에 "보육수당을 더 주면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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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아이돌봄 친인척 수당 검토에 "보육수당을 더 주면 안되나요?"

    서울시 "아이디어 차원 검토, 추진 단계는 아니야"
    맘카페 "친인척까지 확대 눈먼 돈…" 우려 목소리
    정부와 사회보장협의 거쳐야…지자체 보육수요 고민

    자료사진
    서울시가 조부모는 물론 자녀를 돌봐주는 친인척 등 '육아 조력자'에 돌봄수당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부 육아맘 커뮤니티에서는 벌써부터 '부정수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여성가족정책실을 중심으로 육아를 돕는 조부모나 친인척에게 돌봄수당과 돌봄교육을 제공하는 돌봄수당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서울시는 아이디어 차원의 검토일뿐 실제 추진 단계는 아니라고 밝혔다.

    맞벌이 가정의 경우 정부 지자체의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비용부담과 돌봄 도우미 만족도가 천차만별이어서 아예 조부모나 친인척에게 맡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서울시가 추진중인 조부모 및 친인척 돌봄수당은 서초구가 2011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양육보조 지원사업인 '손주 돌보미 서비스'와 유사하다. 만 24개월 미만 손주가 있는 조부모가 월40시간 돌봄 신청을 하면 일정 기간마다 아이돌보미 대면교육을 이수한 후 돌봄수당 30만원(2022년 현재)을 지원받는다.

    엄마가 12개월 미만 아이를 돌보면 정부 보육수당 월 20만원을 수령하는 것 외에 조부모가 아이를 볼 경우 이보다 1.5배 많은 30만원을 추가로 지급받는다.

    서초구 관계자는 "대부분 아동과 같은 집에 함께 거주하는 조부모 신청자가 대부분이고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손주돌봄 수당은 작년 24만원에서 올해 30만원으로 늘었다.      

    정부 보육정책에 따라 12개월 미만의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는 △매월 20만원의 양육수당을 받거나 △정부가 무상보육으로 월 40만원 안팎을 지원하는 어린이집에 보내거나 △정부가 월 40만~70만원을 지원하는 시간제 돌봄서비스 이용을 선택할 수 있다.

    문제는 정부 지침에 따라 아동 기준 4촌 이내 친인척 아이돌보미는 정부지원금을 받을 수 없어 서울시 자체 예산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서초구 역시 마찬가지다.
     
    일부 맘카페에서는 친인척까지 아이돌봄 사업이 확대될 경우 돌봄 당사자의 노동을 일일이 확인할 방법이 없어 부정수급을 차단할 대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서초손주돌보미. 서초구 제공서초손주돌보미. 서초구 제공
    서초구 역시 출퇴근 개념의 확인 체크를 자율적으로 하는 전용 앱을 도입했지만 조부모의 연령 특성상 스마트폰 기능과 친숙하지 않아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서초구 가족센터 직원이 사전예고 후 돌봄 세대를 방문해 확인하는 방법과 주기적 대면교육 이수를 수급 조건으로 걸고 있다.

    강남지역 한 맘카페에는 "눈먼 돈 같아서 부정수급이 많을 것 같다", "할머니가 몇 시간을 양육했는지 어떻게 확인을 하냐", "돌본다고 등록만 해놓고 슈킹(부정수급)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또다른 커뮤니티에는 "차라리 육아비를 추가 지원해서 그 안에서 조부모에게 주거나 육아돌보미에 사용하거나 하면 될텐데 뭔가 새로운 아이템처럼 만들려다보니 친인척까지 확대해 억지스럽게 됐다", "서울시가 기존 아동수당에 더해 추가로 주면 되지 않냐"는 제안도 나왔다.  

    2013년 민선5기 서초구에 이어 강남구에서도 '손주돌보미 지원사업'을 시행했지만 보건복지부와 사회보장협의를 거치지 않아 결국 폐기된 바 있다. 2013년 사회보장기본법 개정 이후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을 위해서는 보건복지부와 사회보장협의를 거쳐야 한다. 법 개정 이전 시행한 서초구와 달리 상당수 지자체가 이같은 돌봄수당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제도적으로는 '가정양육수당'과의 중복 지급이 문제다. '가정'은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직계 조부모가 포함된다는 것이다. 조부모가 키운다고 수당을 더주면 형평성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친인척까지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조부모는 물론 보육이 가능한 유휴 친인척까지 확대해 돌봄수당을 제공하는 제도가 가능할지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전문가 의견 수렴과 내부검토 과정에서 '대상이 조부모에게 한정되면 아이 돌봄에 대한 조부모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면서다.

    이는 과거부터 여성단체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사항이다. 국가가 좋은 양육제도를 만들어야 하는데 맞벌이 부부의 육아문제를 조부모의 몫으로 떠넘겨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서초구가 먼저 시행한 조부모 돌봄 지원사업은 여성가족부나 보건복지부 등에서도 형평성, 수급조건 등 충분한 사전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시에도 논란이 적지 않았다. 예산확보 방안이 불확실해 결국 법개정 전 최초 시행한 서초구 외에 강남구는 사업을 폐기해야했다. 친인척으로 규모를 확대할 경우 서울시의 예산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정부 지원 없이 100% 서울시 예산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만큼 조례 개정에 앞서 복지부와 사회보장협의를 통해 사업의 형평성이나 수급조건 등을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친인척 확대 문제나 부정수급 문제 등 결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중앙정부가 가정의 보육의 문제를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접근하면서 국민의 목소리와 환경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육의 질은 그대로인데 지방정부의 사회보장 강화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여성가족정책실에 민선8기 핵심사업으로 '엄마를 행복하게 하는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며 세부적인 정책과 사업계획을 세우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출생 요인으로 꼽히는 맞벌이와 육아부담으로부터 엄마의 삶이 존중받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오 시장이 엄마와 보육, 가정을 특히 중요시하는 이유도 자신이 오랫동안 맞벌이 육아를 경험했고 지금은 손주 둘을 둔 할아버지이기 때문이다.

    작년 6700억원을 투입해 '보육 특별시'를 만들겠다고 밝힌 오 시장은 가까운 거리의 국공립·민간·가정 어린이집을 하나로 묶어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울형 공유 어린이집', 저렴한 공공형 놀이터인 '서울형 키즈카페' 등 행복한 가정을 축으로 한 보육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 관계자는 "조부모·친인척 돌봄수당은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일뿐 실제 추진할 단계에 있지 않다"며 "아이디어를 가지고 실행 가능 여부를 검토한다는 것이다. 세부 사항을 살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엄마 행복 프로젝트' 등 오 시장의 민선8기 핵심 사업들을 마련해 9월 전후 순차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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