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지난 21일 발사에 성공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를 개발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소속 연구원들이 다른 과학기술 출연연과 비교해 열악한 처우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젊은 연구원들이 다른 출연연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는 자조를 포함해서다.
27일 항공우주연구원 노조에 따르면 항우연 신입직원 초임 보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25개 출연연 중 21번째로 1천 명 이상의 직원과 연 6천억 원 규모의 사업을 수행하는 주요 출연연 중에서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노조는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ALIO의 2020년 결산기준을 근거로 이렇게 주장했다.
근속연수와 경력평정 기준이 기관마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지만, 40대 초반 거의 비슷한 경력의 출연연과 유사 공공연구기관 직원 보수 비교에서 적게는 수백만 원, 많게는 1천만 원 이상 차이가 나고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함께 일하는 젊은 연구원들이 임금을 이유로 다른 출연연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빈번해지고 있다고 노조는 강조했다. 다른 곳에 동시에 합격한 연구원이 항우연을 선택하지 않는 사례도 포함해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야간 및 휴일 근무를 포함한 시간외근무에 대한 수당조차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수준으로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있어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노조는 설명했다.
2018년 3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고 2019년 1월에 69개 공공기관이 '연구개발목적기관'으로 지정됐지만, 현시점까지 항공우주연구원을 비롯해 연구개발목적기관의 특수성을 고려한 임금체계와 제도 개선은 전혀 진전이 없다고 노조는 꼬집었다.
노조는 올해 8월 발사되는 달 궤도선 '다누리'의 개발 과정에서 소속 연구자들이 2019년 1월부터 5월까지 받지 못한 약 14억 원의 연구수당을 두고 연구원 측과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현재 2심이 진행 중으로 1심 이후 항공우주연구원이 항소해 아직 다툼이 진행 중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정치권과 담당부처를 향해서도 목소리를 높인 노조는 "정치인들은 탐욕스럽고 게걸스럽게 우리를 장기판의 '졸'처럼 여기고는 사천으로 가라 고흥으로 가라 내몰고 있고 담당부처와 기관의 책임자들은 언론과 방송에 나가면서 언론팔이에 바쁘다"며 "개발과 발사 과정에서 발생한 일들에 책임을 지고 자중해야 할 이들이 마치 자신들이 모든 일을 한 것처럼 언론에 등장하고 인터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차 발사 성공을 했는데도 누구 하나 연구자들을 위해 무엇을 해주면 좋은지 연구자들이 더 잘 일할 수 있도록 어떤 것들을 교정해야 하는지 묻지 않았다"며 "연구자들이야말로 앞으로 대한민국의 우주개 발과 우주산업을 책임질 동량들"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연구자들에게 이 모든 일들은 자신들을 기계 부품이자 소모품일 뿐이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들"이라고 자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