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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경찰 장악 논란 속 치안감 인사 번복 사건의 행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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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경찰 장악 논란 속 치안감 인사 번복 사건의 행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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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 정부가 경찰권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난데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치안감 인사 번복 사건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 기자들의 물음에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개탄했다.
     
    아직 대통령 재가도 나지 않았을 뿐더러 행정안전부가 검토해서 대통령에게 의견도 내지 않은 상태인데 인사가 밖으로 유출됐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언론에다가 마치 인사가 번복된 것처럼 나간다는 것 자체가 중대한 국기문란, 아니면 공무원으로서 할 수 없는 과오"라고 질타했다.
     
    대통령이 재가하지 않은 상태라고 명백하고 얘기한 만큼 재가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청의 인사발표는 문제가 있다. 국가 조직 뿐만 아니라 사회 어느 조직에서도 "인사는 (인사권자의) 사인이 나기 전까지는 발표하면 안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것이다. 경찰청은 관례에 따라 발표한 것이라고 해명하나 대통령이 재가하지 않았다고 밝혔기 때문에 국기문란 논란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럼에도 의문은 남는다. 행안부 측은 대통령이 최종 인사안을 21일 밤 10시에 결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치안감 인사를 번복한 2차 인사안, 즉 '최종안'도 결재 직전인 밤 9시 34쯤 언론에 공개됐다. 최종안 역시 대통령 결재 전에 공개된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대통령이 격노한 만큼 진상조사가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치안감 같은 고위급 인사에서 경찰이 대통령 재가없이 어떤 배짱으로 단독 플레이를 할 수 있는지는 큰 의문이다. 그간 경찰은 고위급 인사에서 권력 핵심부의 받아쓰기 역할을 하는데 그쳐온 것이 관행이다. 인사 만큼은 더욱 그렇다. 심지어는 발표 시간도 정해서 내려 오는 마당에 이처럼 간 큰 행위를 할 수 있는 경찰 공무원이 있을지 모르겠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추경안 심사를 위한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앞쪽은 김창룡 경찰청장. 박종민 기자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추경안 심사를 위한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앞쪽은 김창룡 경찰청장. 박종민 기자
    이 때문에 항간에서는 경찰의 1차 인사안이 공개된 직후, 정권 핵심 인사나 정치권 이너서클에서 경찰 인사에 미칠 영향력들이 작동한 것은 아닌가 하는 추측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이 국기문란으로 규정한 만큼 인사 번복 과정에서 어떠한 행위들이 있었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길 고대한다.
     
    치안감 인사 번복 파동은 현 정부가 경찰 인사와 징계, 감찰 예산 등 실질적 권한을 경찰로부터 회수하고 행안부 장관에게 몰아주려는 과정에서 빚어졌다. 경찰 내부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와중이었다.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경찰 통제를 강화하는 권고안 대로 돌아가면 행정안전부는 실질적으로 과거의 '내무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내무부 권한은 막강했다. 당시 내무부는 '외(외무부).내(내무부).재(재무부).법(법무부)…' 순으로 시작하는 정부 부처 권력 서열서 외무부 다음 이었다.
     
    경찰의 외청 독립은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인 1988년 제 13대 국회에서 시작됐다. 당시 통일민주당을 비롯한 야 3당은 권력의 도구로 전락한 치안본부를 개혁하기 위해 경찰법 개정안을 통합 발의 했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한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내무부 산하의 경찰 기구를 독립시켜 경찰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그 가운데 핵심은 경찰의 민주적 통제를 위해 '경찰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노태우 정부와 민주자유당(민자당)은 야당 통합 안과 다르게 경찰위원회와 경찰청을 '국무총리 소속이 아닌 내무부 장관 소속'으로 설치하고, 경찰위원회 권한을 '경찰 운영 관장과 관리.감독이 아닌 인사 예산 등에 관한 주요 정책의 심의 의결로 제한하는 정부안을 단독 통과시켰다.

    경찰위원회 권한은 축소됐고 이러한 구조가 오늘까지 유지되어 왔다. 이 때문에 시민 단체는 경찰위원회의 권한을 강화시켜 실질적인 민주적 통제를 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그렇잖아도 경찰을 감독할 경찰위원회를 더 무력화하고, 행안부 장관이 경찰 통제.감독 권한을 독차지하게 함으로써 과거 내무부와 같은 '리바이어던 행안부 장관'을 만드는데 대한 우려가 높다. 권력은 분산됐을 때 가장 아름답고 뒤탈이 적다. 치안감 인사 파동도 이런 난맥상의 연장선 상에서 빚어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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