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기아, 서울 서초동 양재 사옥. 현대차 제공현대자동차그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에 맞춰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공장 투자 등을 공식화했다. 미국에 전기차(EV) 전용 생산 거점을 마련해 글로벌 전기차 선도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 주정부와 20일(현지 시간) '전기차 전용 공장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전기차 전용 신공장 건설과 배터리셀 공장 투자 등이 포함됐다. 신설될 전기차 공장 인근에 배터리셀 공장을 건설해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을 갖출 계획이다. 현대차 그룹은 이를 위해 6조3천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협약식에는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 등이 참석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영상을 통해 "미국에서의 첫 번째 스마트 공장으로 미래 모빌리티 비전 달성을 위한 중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장은 조지아주 남동부 서배나시 인근 브라이언 카운티에 건설된다. 기아 조지아 공장과는 약 400㎞ 떨어져 있다.
조지아주 브라이언 켐프(Brian Kemp) 주지사(앞줄 왼쪽), 현대자동차 장재훈 사장(앞줄 오른쪽)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투자협약 후 기념촬영하는 모습. 현대자동차그룹 제공전기차공장은 1183㎡ 부지에 올 하반기(7~12월) 착공해 2025년 상반기(1~6월) 가동을 목표로 한다. 연간 3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전기차공장 투자가)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다차종의 전기차를 생산해 규모의 경제를 통한 생산 효율성 및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전동화 추세에 대한 전략적 대응력도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급증하는 전기차 수요와 정부 정책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 생산된 제품에 이익을 주는 '바이 아메리카'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배경이다.
미국에서 생산된 부품이 2029년 기준 75%를 넘어야 미국산으로 인정해주겠다는 행정명령이다. 방한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일정 마지막 날인 22일 정 회장을 만나 이번 투자 발표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은 배터리셀 공장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전기차 생산·판매 확대를 위해 필요한 배터리의 안정적인 현지 조달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현대차그룹은 배터리사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협업 대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미국에 합작공장이나 자체 공장을 운영 중인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온 등 국내 기업들과의 합작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조지아주 브라이언 켐프(Brian Kemp) 주지사(왼쪽)와 현대자동차 장재훈 사장(오른쪽)이 투자협약에 서명하는 모습. 현대자동차그룹 제공현대차그룹은 오는 2030년 글로벌 시장에서 총 323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약 12%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현대차는 2030년까지 제네시스를 포함해 18종 이상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춰 연간 183만대 판매, 기아는 13종의 전기차를 앞세워 140만대 판매가 목표다. 같은 기간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목표는 84만대다.
오는 2025년 신공장이 가동되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2005년 미국 앨라배마에 현대차 생산 공장을 가동한 데 이어 20년 만에 내연기관차가 아닌 순수 전기차만을 생산하는 완성차 공장을 역내 확충하게 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번 투자를 발판으로 미국 시장에서 전동화 선도 업체의 입지를 확립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체계 구축이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의 해외 진출 및 판로 확대로 이어지고 전기차 생태계의 활성화를 통한 한국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한 단계 나아가는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