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간 양극화 심화…인재는 어디로 가나[그래?픽!]

"재택근무 유지할 수 있는 IT기업들이 부러워요".
 
최근 국내 빅테크 기업 네이버가 직원들이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자유롭게 선택하는 새로운 근무제를 도입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네이버가 조사한 근무제도 선호도 결과를 보면, 본사 직원들 중 41.7%는 주5일 재택근무, 52.2%는 재택과 사무실 출근을 합친 하이브리드 근무를 희망했습니다.
이에 누리꾼들 사이에선 "원래도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직종이라 꿈도 못 꾼다", "코로나 끝나니 재택도 끝"이라며 부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데요. 지난달 네이버 노사는 본사의 임직원 연봉 예산을 10% 늘린다는 임금 협약에 합의하기도 했습니다.
 
양대 빅테크 기업인 카카오 그룹은 본사의 임직원 총 연봉 15% 인상 방침과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의 포괄임금제 폐지, 대출 3억의 이자 지원, 리조트 이용횟수 확대 등 복지 강화 방안을 내놨는데요.
 
빅테크 기업들은 근무제도뿐만 아니라 현금성 복지, 임금에서도 직원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지난해 게임업계에서는 기업들이 잇따라 1천만 원 이상씩 연봉을 인상하기도 했는데요. 특정 업종 내 혹은 대기업 간에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처우 개선 경쟁은 계속해서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임금 인상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에 따르면, 2021년 한국 근로자의 평균 월 임금 총액은 389만 3천 원으로 조사됐습니다. 300인 이상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을 100이라고 할 때, 1~9인 사업체 근로자 임금은 49.4에 불과했는데요.
 
경총은 고임금 대기업에 2022년 임금은 최소한의 수준으로 인상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실적이 좋은 기업의 경우 일시적 성과급 형태로 보상하되, 사회적 격차를 심화할 수 있는 과도한 성과급 책정은 자제할 것을 강조했는데요. 대신 경총은 임금안정을 통해 일자리 회복과 청년 고용 확대를 도모하도록 권유했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직원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넘은 기업은 총 21곳이었습니다. 매출액 100대 비금융업 상장사 중 2019~2021년 3개년 사업보고서가 공개된 기업 85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인데요. 2019년 8곳, 2020년 10곳에 비하면 각각 2.6배, 2.1배 증가한 것이죠. 한경연은 지난 3년간 연봉 증가율 등을 고려해 올해는 '1억 클럽' 가입 기업 수가 31곳으로 늘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한경연 김용춘 고용정책팀장은 "금융사나 3년치 사업보고서가 확보되지 않은 카카오 같은 IT·플랫폼업체까지 포함할 경우 직원 평균 연봉이 1억 원 이상인 기업은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월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상용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368만 9천 원입니다. 대‧중소기업 간 임금수준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인상률에서도 차이를 보였는데요. 2020년 대비 2021년 월평균 임금이 300인 미만 사업체는 3.8% 오른 반면, 300인 이상 사업체에서는 6.5%가 인상됐습니다.
 
중소기업계는 새 정부에 대·중소기업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일에 중소기업중앙회 측은 "과거 한국경제는 대기업 중심의 성장전략으로 인해 대·중소기업 양극화가 심화되고 중소기업의 창의와 역동성은 저하돼 왔다"며 "이제는 0.3%의 대기업이 전체 영업이익의 57%를 차지하고 99%의 중소기업은 25%에 불과한 불공정하고 비상식적인 경제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중소기업 양극화 해소를 위해 대통령 직속 상생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경쟁적인 연봉 인상이 대기업과 특정업계에서 일어나는 걸 두고 지속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장기적인 출혈 경쟁이 결국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게임사들의 영업이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 수익성과 인건비를 맞바꿨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과 근로자의 임금 동결 및 하락 피해를 본 건 대면 서비스업과 전통 제조업입니다.
    
지난해 상장기업의 영업이익 증가는 코로나19 수혜 업종에 집중돼 기업 간 K자형 양극화가 뚜렷했습니다. 지난해 4월 한경연이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비금융)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매출액 상·하위 20% 기업 간 영업이익 차이는 2019년 2386억 원에서 지난해 3060억 원으로 30% 가까이 벌어졌는데요.
양극화는 업종별로도 분명했습니다. 지난해 의료·제약 업종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26% 급증했고, 전기·전자와 소프트웨어·인터넷·방송서비스 등 비대면화 수혜 업종의 영업이익도 늘었습니다. 반면 서비스 업종과 전통 제조업은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는데요. 이에 업종별 임금 격차도 자연스레 벌어지게 된 것이죠.
지난해 3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7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IT‧게임업계의 파격적인 연봉인상에 4명 중 3명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박탈감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로 본인 연봉과의 큰 격차(37.4%)를, 두 번째로는 재직 중인 회사의 연봉 및 성과보상 제도에 대한 회의감(29.5%)을 꼽았습니다.
또 박탈감의 수준은 중소기업(80.6%) 재직자가 대기업(74.5%), 중견기업(77.8%) 재직자에 비해 높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기업 취업난, 중소기업 구인난, 양극화 심한 듯"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처우가 나쁘지 않은 중견기업도 신입사원 뽑기가 어렵다는 취지의 내용인데요.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기존 대기업인 삼성, 현대차, SK, LG를 이르는 '삼현에엘'과 IT기업인 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토스를 묶은 '네카라쿠배' 중 어디가 일하기 좋은지 비교하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보통의 중견·중소기업들을 두고서는 이런 신조어조차 나오지 않죠. 하지만 기업 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취업준비생들의 구직난도 장기화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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